◆…도심의 주차난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정부는 주간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고 야간에는 공공기관과 상가 등의 주차장을 개방하는 '주차공유사업'을 실시해 지자체 합동평가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국세청 정보보안 유지를 위해 주차장 개방이 불가합니다."

복잡한 도심의 주차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의 주차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인 일부 지역 세무서의 '돌출행정'에(?) 민원인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도심 주차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차제들은 시청이나 구청, 주민센터의 주차장을 평일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 세무서들은 일반인들의 주차장 출입을 막을 뿐더러 주말에는 관리가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세무서 입장에서는 관리인력 부족과 시설물 파손, 청사보안 관리 문제 등으로 주차장을 주말이나 공휴일에 개방하기 어렵다고 답변할 수 있지만 민원인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주차 불가 이유에 대해 무성의한 답변을 늘어놓는 세무서의 태도다.

문제의 발단은 국세청 홈페이지 국민신문고에서 시작됐다.

주변 아파트와 상가, 교회 등으로 인해 늘 주차문제로 시끄러운 곳에 위치한 김포세무서는 이전부터 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달 말 국민신문고에 주말이나 공휴일에 주차장 개방을 요구하는 민원인의 글을 놓고 김포세무서와 민원인이 '키보드 전쟁'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김포서 측에서는 "청사 안전관리 및 국세청 정보보안 유지를 위해 주말 및 공휴일 주차장 개방이 불가하다. 주말 및 공휴일 주차장 개방을 위해서는 직원이 상시근무를 해야하는 행정력 운영문제가 있으며 '국세청 당직근무 규정'에 의거 당직근무자는 재택당직근무가 원칙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주차장 기물 파손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있어 청사 안전관리를 위해 주차장 개방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민원인은 "세무서가 아주 중요한 국가부처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주말 및 공휴일에 주차장을 개방해주는 것이 도대체 국세청의 정보보안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시민들을 단체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시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또 "국세청 당직근무 규정은 존중하지만 모든 국가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지금 봉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하는 것인데 규정을 들먹이면서 불가하다고 통보하는 것은 너무 몰상식하고 권위적이며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격분했다.

하지만 김포세무서는 재차 "세무서 주차장은 민원인들이 무료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고 이것이 주차장의 주용도에 부합한 적절한 운영"이라며 "김포세무서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소중하고 민감한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국가기관들은 업무 시간 이외에는 업무목적 외의 주차장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인근 학교 시설 등에 주차장 개방을 건의해 보라"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 2월 주차난 해소를 위해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 주차장을 주간에 유료 개방하고 상가나 학교, 교회와 공공기관의 주차장은 야간에 개방하는 '공유주차장 확대' 계획과는 영 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포세무서와 가까운 공공기관인 김포시청의 경우 평일 야간과 주말과 공휴일에 시민들에게 무료로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으며 고양시청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웃인 고양세무서의 경우 김포세무서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김포서와 달랐다. 고양세무서 관계자는 "청사 주변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 관련한 민원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동고양세무서의 경우 일반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어 주차관리를 직접 하지 않아 주차장 개방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김포서만 주차 관련 민원이 많음에도 당직근무 규정과 청사 보안 문제를 이유로 주차장 개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김포세무서 관계자는 "청사가 신도시 쪽에 있어 아파트 단지도 있고 큰 교회도 있어 주차공간이 협소해 민원이 많지만 시설 자체의 보안과 시설물 파손 문제가 많이 있어 검토 중에 있다"며 "무조건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