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주최 '건설산업 세제 정상화 토론회' 

선진국은 사업관련 땐 손금산입…한국은 건설사 대위변제 안돼 

건설사, 불황·부담금·불합리한 세금에 삼중고

"해외지사 근무자 소득공제 범위 늘려달라"    

건설사들이 주택건설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시행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보증섰다가 시행사가 도산해 빚을 대신 갚게돼 손실을 입게되는 경우 사업손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건설사의 경영악화는 물론 건설업의 국제경쟁력도 떨어뜨리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조세일보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건설산업 세제 정상화 토론회'에서 "주택개발사업을 위한 PF 대출 시 관행적으로 시공사에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다"며 "은행들과 달리 건설사의 PF 대출에 대한 대위변제 관련 손실은 사업 손실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춘호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장,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손한집 대림산업 전무,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자리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시공사의 지급 보증은 주택개발사업의 필수적인 요소지만 대위변제가 발생할 경우 대위변제 손실과 법인세법상의 손금이 인정되지 않아 건설사들은 이중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등은 법인사업 관련성 여부에 따라 손금산입 여부가 결정된다"고 예를든 뒤 "일본은 손금 불산입하는 채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건설사의 PF 대위변제는 손비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한집 전무는 "동일한 손실을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경우에는 손금으로 인정되지만 건설사의 부담은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사에 부과되는 부담금으로는 공장용지 조성 시 대체농지조성비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대체초지조성비 등이 부과되고 산지전용 시 대체산림자원조성비 산지복구비용예치금 등이 공동주택 신축 시에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 기반시설부담금 등 다양한 준소세 성격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김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조합 채권 관련 손금 산입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 정비사업조합은 정비사업 추진 시 필요한 비용을 시공사 등을 통해 확보하고 시공사 등은 일부 조합원에게 연대보증을 받고 자금을 대여해 주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부실화 돼 조합이 취소되면 그 동안 사용한 비용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일부 조합원 재산이 압류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올해 말까지 채권을 포기하는 사업장에 대해 해당 채권의 가액은 사업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해당되지 않는 건설사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기총회를 일정기간 개최하고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사업자도 조세특례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비업무용 부동산 관련 손금 불산입 규정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업계는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토지 등을 장기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과세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오영 변호사는 "해당 조문을 재정할 때와 달리 부동산 투기 위험이 줄어들었다"며 "아직까지 이 규정으로 건설사에게 부동산 매각을 강제하는데 이로 인해 부실매각이 생기고, 건설사 경영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기업환류세제 공제 적용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 사용하는 모든 비용은 투자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세액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지적하고 "해외에서의 지출 비용도 기업환류세제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며 "세액 산출과 관련해 건설산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춘호 법인세제과장은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해외투자는 공제혜택에서 빼고 있다"며 "더군다나 시행 첫해이기에 운영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300만원까지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해외지사 직원의 경우 월 100만원 이내에서만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 중 해외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해외 현장의 지원직에 대해서도 비과세 범위를 300만원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