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운동 충분’은 착각…근육 늘려야 혈당 잡아 
맨몸 운동 시작해 덤벨·바벨 머신 순 강도 높여야

직장인 정 모씨(55)는 자기관리 못잖게 당뇨병 관리에도 철두철미하다. 10년 전 당뇨병으로 판정받자마자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혈당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한 뒤 가볍게 사이클을 탄다. 채소·과일, 견과류, 호밀빵 등을 곁들여 식사한 뒤 걸어서 출근한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가끔 점심식사 후 산책한다. 저녁식사 후 사이클을 타며 하루의 스케줄을 끝맺는다. 그러다보니 건강도 챙길 수 있었고, 몸매도 날씬해져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옷을 입어도 무던히 잘 어울린다.

하지만 요즘엔 몸 상태가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관리에 소홀한 것도 아닌데 혈당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식사열량을 줄이기도 어렵고, 이미 하루에 3시간이 넘는 운동량을 더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엔 운동방법이 유산소운동에만 치우친게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흔히 당뇨환자의 운동은 으레 ‘유산소’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주로 걷기에만 치중하고 근육운동을 소홀히 한다. 선천적으로 근력이 약한 사람이 당뇨병에 걸리면 근육량이 많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에 노출되기 쉽고, 다양한 합병증에도 취약해진다.

이용수 장안대 건강과학부 교수는 “당뇨환자가 유산소운동에만 집중하면 인체가 운동에 내성을 보여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럴 때 웨이트트레이닝 등 고강도운동을 가미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송기호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환자가 유산소운동에 근력운동을 적절히 병행하면 당화혈색소(HbA1c)가 더욱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당화혈색소(7%이하가 정상치)는 대체로 유산소운동만 했을 때 0.7%p, 근력운동만 실시했을 때 0.4%p 떨어지지만 유산소·근력운동을 병행하면 0.8%p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화혈색소 1%가 떨어지면 미세혈관합병증 발병률이 37%, 당뇨병성 사망률이 21%, 심근경색 발생률이 14% 감소한다.

송 교수는 “근력운동은 근육을 통해 혈당을 효율적으로 낮추고, 인슐린 반응이 좋아지도록 만든다”며 “근육이 발달하면 전반적인 혈당조절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뇨 초기에는 유산소운동만으로도 혈당관리가 되지만 근육을 보존·성장시키는 근력운동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탄수화물 연소·대사율을 높여 장기적인 당뇨병 관리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력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맨몸 근력운동으로 시작해 덤벨·바벨 등 가벼운 기구를 이용하다가, 익숙해지면 머신을 사용한다. 점차 중량과 횟수를 늘려 운동강도를 조절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역도 등 한번에 힘쓰는 운동은 적합하지 않다. 아드레날린이 급증해 혈당이 치솟을 우려가 있다. 근골격손상 등 부상을 막으려면 5~10분간 낮은 강도의 유산소운동으로 준비운동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

이 교수는 “지나친 ‘오버트레이닝’은 독”이라며 “운동 후 어지러움, 호흡곤란, 구역, 눈앞흐려짐, 가슴이 조이는 통증 등이 발생하면 운동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하루 종일 노곤하거나 제대로 일어나거나 앉을 수 없을 정도로 근육통·몸살이 심할 때에도 운동량을 재조절해 본다.

그는 이어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대개 고령이거나 체력이 약해 처음부터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공복혈당이 300mg/㎗를 넘거나 혈당변동이 심한 환자는 운동이 해로울 수 있어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당뇨환자는 운동할 때 저혈당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며 “혈당이 80㎎/㎗ 미만 또는 300㎎/㎗ 이상이거나, 케톤산증(케톤체가 혈액에 축적돼 혈액이 산성화됨)이 나타나거나, 인슐린주사를 맞은 직후엔 운동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헬스오 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