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전날인 20일 이번 사태와 관련된 금융사 경영진의 줄사퇴를 불러온 후 그 칼날이 금융당국으로 선회하고 있다.

20일 카드 3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걷잡을 수없는 후폭풍에 급기야 이날 오후 KB금융·국민은행·국민카드, NH농협카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롯데카드의 경영진 등이 연이어 사의를 밝혀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하지만 금융사 경영진의 사의 표명 이후 고객정보 유출 책임론은 금융당국으로 빠르게 급선회하고 있다.

2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문호)는 개인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이날 오후 3시 금융위원회 앞에서의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최근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사실상 전체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모든 국민들은 이사를 하거나 휴대폰 번호와 신용카드를 교체하지 않는 한 심지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한 금융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로 금융감독당국을 지목했다.

금융노조는 "개인정보유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과거에도 수차례 개인정보유출사태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책임지는 사람도 재발방지 대책도 전무했다"며 "그렇게 개인정보는 하찮게 취급되었고 결국 오늘과 같은 대형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며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에 미온적이었던 금융당국을 질타했다.

이에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을 비롯해, KB국민은행지부, NH농협지부, SC제일은행지부, KB카드지부 위원장 등 37개 지부 대표자 및 간부가 참석해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키로 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사 경영진의 일괄사퇴는 금융당국의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경영진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히며 해당 금융기관에서는 혼란에 빠졌다"며 "금융당국의 압박과 관련해서는 결국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일파만파 번지는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데 급급했다는 불만의 소리로도 들린다.

이를 의식한 듯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1일 오전 출근길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질문을 받고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