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사서 '독도·위안부' 문제 구체적 언급 피해
미래 동반자 관계 위해 역사문제 인식·책임 촉구

우리 정부의 대일 기조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조용한 외교'로 선회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 북한에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를 열고, 정부 차원에서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독도 관련 도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대일 기조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강경했던 대일 기조와는 궤를 달리하게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역사 문제를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우리와 동반자가 돼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지난 역사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이뤄질 때 공동 번영의 미래도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두 나라의 미래 세대에까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지워서는 안된다. 우리 세대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설은 최근 일본의 독도 관련 도발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그 내용과 방향에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당선인 신분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단을 접견하면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양국간 꾸준히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취임식 축하 사절로 온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에게도 "양국이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해 나가야 함에도 역사 문제의 현안이 양국 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대일 정책 기조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발전을 위해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이날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당선 이후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는 현 세대에서 매듭을 지어, 다음 세대의 협력에 역사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일본의 시마네(島根)현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케시마(竹島)의 날' 행사를 여는 등 일본이 독도 관련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일 비판이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정부의 외교 관계에 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전날 외교통상부가 일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어, 이는 외교부와 청와대의 역할을 나워 수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읽히기도 한다.

임기 초반에는 민감한 사안에도 '조용한 외교'로 대응하다, 일기 말 독도 방문 등으로 오락가락 대일 외교를 보인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으로 한-일 외교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때에,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적 비전과 철학을 가진 외교력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