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싫어해 보좌관만 믿는 '근혜스타일'…당 내부 "시스템 인사 해야"

"인사 문제 또 터지면 정말 큰 일"…'불통의 리더십' 바뀔 수 있을까?

김용준 총리 후보자 낙마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철통 보안 인사'에 대한 비판이 새누리당내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박근혜 리더십이 본격 출발도 하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는 것.

'비밀주의', '수첩인사', '철통보안' 등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말들은 곧 '불통'의 상징어다. 특히 박 당선인이 내리는 인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최측근 '보좌 3인방'이라는 말은 그동안 정치지도자들이 보여 왔던 측근정치, 계파정치와는 또 다른 권력의 상징이 됐다.

이번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자 자진사퇴와 인수위 첫 인사로 지금도 뉴스를 만드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등에 대한 인선은 박 당선인 개인이 한 단독 작품이지만, 그 이면에는 박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15년 넘게 보좌했던 이들 '보좌관'들이 있었다. 

이재만 보좌관을 비롯한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은 박 당선인이 지난 98년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함께 했던 가족 같은 보좌진들이다. 여기에 친박계 측근 보좌관들까지 이들의 역할은 그저 박 당선인의 업무를 보좌하거나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선다.

■ '3대천황', '십상시'…보좌관들, 친박과 당선인 사이에 '가리개'(?) = 이들은 '친박' 의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와 박 당선인 사이에서 철저히 '가리개'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측근 의원들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소통'하지 않은 채 보좌관들과 인선작업을 하다 보니 인선발표에 대해 당 지도부조차 새까맣게 모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친박과 당선인 사이에 또 뭐가 있다"는 말로 이들을 가리킨다.

'친박'이면서도 당 핵심 관계자인 한 의원은 앞서 윤창중 대변인 임명에 이어 김 위원장 총리 인선에 대해서도 "나도 TV 보고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인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삼성동에서 보좌진들이 인사팀을 꾸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른바 '삼성동팀'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 당선인의 인선에 이들이 깊이 개입됐다는 것은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도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인이 당 지도부와도 상의를 안 하는 것으로 안다"며 "황우여 대표도 김 위원장의 총리 후보 지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인선은 박 당선인과 그 보좌 셋이 한다고 보는 게 맞다"며 "친박들도 그들 눈에 안 띄기 위해 엄청 몸조심, 입조심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지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측근 보좌관을 가리키는 '3대 천황', '십상시' 같은 말들이 당 안팎, 기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나돈 것은 지난 해 박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떠올랐을 때부터다.

지난 해 4.11총선 공천 헌금 파문과 '친박'좌장인 홍사덕 전 의원의 금품수수 등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친박 2선 후퇴론이 불거졌을 때 비서실장이던 최경환 의원이 물러나는 선에서 일단락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당 내부에서는 박 당선인이 내부 비판을 듣지 않는 '불통'을 문제 삼으며 실질적으로 박 당선인의 실무를 관장하는 이들 보좌관의 후퇴가 거론되기도 했다.

■ '쓴 소리' 싫어하는 '근혜스타일'이 부른 '보좌관 정치' = 이들의 역할이 커진 데에는 박 당선인이 '쓴 소리', '바른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당직자는 기자에게 "측근 친박들과도 상의를 많이 안하고 보좌진들이 다 하는 것으로 이미 당내에 알려져 있다"며 "그건 박 당선인이 '배신'을 두려워해서 2인자를 두지 않으려는 건데, 이는 이미 유명하지 않나. 의원들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좌진들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니까 자기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보지만, 의원들은 언제든지 자기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 100% 못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할 말'을 해버려 박 당선인과 거리가 멀어진 일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유 의원은 과거 비대위 시절 박 당선인에 대해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내가 쓴 소리를 하니 박 전 위원장도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탈박이었다가 다시 '친박'으로 돌아온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이 앞서 박 당선인과 사이가 멀어졌던 이유도 지난 2010년 박 당선인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며 직격탄을 날리면서다.

김 전 본부장은 당시 "나는 충정으로 말했는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라면서 "민주주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이 발언은 일부 친박 의원들과 이들 보좌진을 향한 비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친박 측근의원들은 박 당선인의 눈 밖에 안 나기 위해 '쓴 소리'보다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박이라고 불리는 의원들 대부분은 박 당선인의 문제점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을 한 경우에는 기자들에게 '사전 검열'을 부탁하거나 '자기 이름'이 나가지 않도록 신신당부한다.

■ "인사문제 또 발생하면 그 땐 정말 큰 일"…'밀실' 아닌 시스템 인사로 = 그동안 박 당선인의 인선에 대해 쓴 소리를 자제했던 당내에서 '보좌관 정치', '밀실 인사' 등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인사 문제가 또 발생할 경우 "정말 큰 일 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 전략기획측 한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 하는 인사는 당 대표 때 하는 인사와는 차원이 다른데도, 보좌관 몇 명에게만 의지하고 청와대 인사파일도 검토 안하는 것은 문제"라며 "필요할 때 옆에 있을 의원들이 없다. 다들 피해 있는 상황이다. 다른 장관 인사까지 문제 생기면 정말 큰 일 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모든 게 '불통'이기 때문"이라며 "당뿐 아니라, 언론, 국민들과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측근 보좌진들의 역할을 줄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청문회를 처음 도입한 게 우리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었다. 우리가 야당일 때는 더한 것도 했었다"며 "당선되고 대통령이 됐을 때  초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 역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국정 운영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검증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제대로 검증을 해야 한다. 언론이나 SNS로 국민 각계각층의 제보를 받고 평가를 듣는 절차까지 더하면 완벽한 인사 검증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