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문 앞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해졌다.

평소보다 경찰 인력이 두 배로 배치된데다가 인수위 출입증 외에는 진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어 정문 앞은 인수위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오전에는 타 공공기관 출입증으로 인수위를 드나들었지만 점심식사를 하고 온 오후에는 방문증을 끊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기고 있다.

현재 인수위는 차로와 인도를 엄격히 구분해 드나드는 차량은 일일이 검문하고 있으며 정문을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해선 빈틈없이 경찰들을 배치, 출입증을 보여줘야만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 같은 인수위의 보안 강화는 모두 22일 오전에 있었던 소동 때문이었다. 30대의 한 남성은 오전 9시30분께 갑자기 인수위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삼청동 금융연수원 본관 건물 2층으로 들어왔다.

이 남성은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할 기회 주신 높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국민들 모두가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데 대해 제 한 몸 으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모든 걸 바치겠다"며 "모든 악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우산이 되겠다"고 말했다.

아무런 공지도 못 받은 취재진들은 의아해하며 이 남성을 쫓아가 누구인지 질문을 쏟아냈다. 이 남성은 자신을 청년특위위원장이라고 소개했다.

어떻게 임명이 됐냐는 질문에 "셀프다"라는 대답을 던진 그는 "그냥 하얗게 재가 되겠다. 완전 연소하면 탄소만 남는다. 그게 응축되면 그게 다이아몬드가 되고…"라며 횡설수설한 말을 이어갔다.

들어올 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했으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남성이 인수위를 무단으로 진입해 소동을 부린 것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면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조사해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해명했다.

원칙적으로는 인수위 관계자이면 출입증을, 외부방문객일 경우 방문시 방문목적과 신분증을 제출한 후 소정의 확인절차를 거쳐야 인수위를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가 있는 건물이 민간소유이다보니, 이 같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은행권에서 직원들의 교육 목적으로 만든 이 금융연수원은 항상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수위는 이 민간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인수위 초반에는 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출입증을 요구했었다. 이에 한 직원은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매번 출입증을 요구하니 답답하다. 그럼 우리한테도 출입증을 만들어주던지 대책을 세워달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최근에는 교육생과 구내식당 직원들은 그냥 "식당 직원이요"라거나 "교육생이요"라고 말하면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로서는 이 남성도 이런 경로로 인수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사를 더 해봐야 자세한 경위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