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후보들의 자영업자 정책 진단 토론회서 중소상인들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싼 여야 정책 대표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주최 '정책 진단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국민행복캠프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협력단장 이현재 의원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미래캠프 경제민주화위원인 이의영 군산대 교수가 맞붙었다.

이현재 의원은 "DJ정부 시절에 규제를 완화하면서 자영업이 늘어났다.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에 있을 때 (이런 법을) 못 만들고 이제 와서 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법안은 이미 입법돼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의영 교수는 "MB정부 들어서 재벌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난 3년간 대기업 계열사가 하루 3개씩 늘었고, 중소기업 업종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반박하며 "법안은 다수당인 새누리당 혼자서도 통과시킬 수 있다.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왜 대선 후에 하는가"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현재 의원이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가 전제돼 있는데 합의가 안되고 있으니 대화 정치로 하자는 것"이라고 답하자, 이의영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입으로 말해달라. 그러면 즉각 될 것이다. 대선 전에 통과시키자"고 받아쳤다.

■ "적합업종·전속고발권 폐지·수수료인하…공감대" = 한편 이날 발제를 맡은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대형마트가 입점하려면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게 돼 있다"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위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불공정행위 처벌강화, 가맹점사업자단체 근거 마련 등의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말로만 재벌개혁과 사회적 타협만을 외쳐서는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좀 더 적극적인 재벌개혁 정책, 법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운영 전략의 대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현재 의원은 ▲적정 납품단가 보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실효성 확보 ▲재직 근로자 재산 형성과 퇴직공제 ▲SSM과 대형유통업체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억제 ▲카드수수료, 밴화점 등 수수료, 은행수수료의 3대 수수료 인하 등을 박근혜 후보의 중소기업 공약으로 소개했다.

이의영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 입점 허가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 ▲이익공유제의 법적 근거 마련 ▲중소상공부 설치 등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포럼 대표인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임대료조정위원회 설치 ▲간이사업자 기준 9600만원으로 인상 ▲사회공감금융을 통한 금융비용 완화 ▲가맹점연합회 지원 ▲전직자 고용지원금 지원 등의 5대 과제를 제안했다.

■ "신규 출점 제한으론 부족…현실성·강제성 있는 정책 필요" = 이를 들은 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대형 유통마트는 우리 인구수 대비 230개가 적정한데 벌써 440개가 넘었다. 이 상황에서 신규 출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초가삼간 다 태우고 난 뒤 하는 소리" 라면서 기존의 대형마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대형마트 입점 허가제, 영업시간 제한 등에 대한 후보들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면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지식경제부에서 FTA 들고 나와 반대한다. 입법과정에서 재벌 편 드는 관료들에게 막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20개 이상 발의된 유통법 정리해서 올 회기 내에 통과할 것인지. 상인들에게 뭘 보고 믿어달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재벌 규제 법안을 힘있게 밀고 나가는 정부부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중소상인들은 탁상머리 정책이 현실의 위기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마포상인회 총연합회 박종석 회장은 "자영업자들 얘기 들어보면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심각한데, 여기 계신 분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다"면서 "지금 정책들이 다 시행된다면 환상적이겠지만, 막상 재벌들의 저항이 온다면 어떻게 시행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자영업자의 월평균 수입이 150만원인데 얼마 안되는 매출에서 1% 카드 수수료를 낮춰봐야 영업이익을 보완해주는 수준"이라며 "35%에 이르는 편의점 수수료율로는 영업이익이 나올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안에 대해서도 "어느 지역에 가도 10년 이상 영업하는 분들이 거의 없고, 5년 지속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의영 교수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은 후 "그나마 조직화된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는 드러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욕탕업, 이·미용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반영조차 안되고 있다"면서 "금융개혁, 노동개혁 정책 안에도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부분이 당연히 들어가 있으니 살펴봐 달라"고 종합적인 정책 평가를 당부했다. 

이현재 의원은 "편의점 수수료 문제는 백화점, 대형마트와 함께 3대 수수료 인하 공약에 포함돼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가 도와줄 수 있지만 소기업·상인 분들도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어 지원과 규제가 병행될 때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영업자들의 자생적 노력을 강조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번 대선처럼 공약 중에 공통점이 많았던 시기도 적었던 것 같다"면서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님이 국회에 방문해서 몇 가지 중요한 법은 대선 전에 통과시켜 정치의 힘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