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캡(Green Cap) 요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존재들이다.

공항에 가 보면 세관심사대 등에서 연두빛 관세청 제복을 입고 외국인 여행객들의 사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바로 이들이 '그린캡 요원들'.

외국인 출입국자들을 도와주는 일종의 여행객 도우미로 각 세관에 소속되어 근무하는 이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각국의 여행객들을 위해 통역을 지원하면서 여행객들을 돕고 있다.

실제 지난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여행객의 40%가 외국인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낯선 세관 업무에 헤매지 않도록 돕는 그린캡들의 역할은 적지 않은 셈이다.

몽골 출신의 어욘(NYAMSAMBUU OYUN ERDENE·사진)도 이런 그린캡 가운데 한 명. 인천공항세관에서 여행을 위한 여러 가지 업무가 원활하지 않을 때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그녀는 1년 넘게 그린캡으로 근무하고 있다.

□ 여행도우미 '그린캡'…세관과 여행객 사이 '숨은 일꾼' = 그린캡은 관세청에 소속돼 여행객들을 돕는 업무를 지원한다. 말 그대로 관세청의 '숨은 일꾼'이다.

어욘이 그린 캡에서 일을 한지는 약 1년6개월째다.

그녀의 역할은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여행자들의 세관신고와 관련해 여행객들이 곤란한 일을 겪지 않도록 통역 등 세관직원을 도와주는 것.

유치·예치품 등을 유치창고로 안전하게 이송을 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세관 관련 안내, 세관신고서 작성 안내를 주로 하고 있다.

"특히 저와 같은 몽골어를 비롯한 비영어권의 여행자분들은 모국의 사람을 세관 입국장에서 만나게 되면 더 안심하고 기뻐합니다. 여행자들이 한국 규정을 잘 몰라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 특히 더 신경 써서 통역을 해주는데 이럴 때 저 역시 많이 긴장이 되곤 합니다."

하루하루 즐겁고도 조심스럽게 일하고 있는 그녀는 한국 생활 6년째에 접어들면서 익힌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몽골여행객들에게 편안한 여행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캡들의 체험담을 담은 '입국장의 초록물결 그린캡 이야기'라는 관세청 책자에 그녀의 경험담이 실리기도 했다.

"몽골과 우리나라의 세관 규정은 다른 점이 있어요. 술에 대한 부분이 그 중 하나인데 만일 몽골 여행자가 보드카 1병, 와인 2병 등 술 3병을 가지고 세관검사를 받고 있다면 재빨리 몽골 여행자에게 몽골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설명해줘야 합니다. 몽골은 보드카만 술로 취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와인·맥주 등을 포함해 모두 1병을 초과하면 과세하게 되기 때문이죠."

□ 좋아하는 일+새로운 경험, "만족스럽다" = 그녀와 같은 그린캡 직원은 현재 6개 공항만에 37명이 근무 중이다. 인천공항에 23명이 근무하는 것을 비롯해 김포, 김해, 제주, 평택, 인천 등에서 국가별 통역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활약하고 있다.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남성 그린캡도 10명 이상. 중국, 몽골, 일본, 베트남, 러시아, 필리핀 등의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 절반 이상이다. 남편이 한국인인 어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어욘이 관세청에서 그린캡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낯설기만 한 한국어를 배우면서부터.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한국어 공부를 1년 정도 하고 보조 강사, 이중 언어 다문화 교사 등으로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한국어를 잘 몰라서 고생했던 일들을 생각 하며 몽골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기 위해 봉사로 통역 활동을 한 것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수 있고,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며 경험도 쌓을 수 있다는 어욘은 그린캡 활동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생기는 오해들을 풀어나가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이를테면 몽골 사람들은 술이나 와인을 선물하기 좋아하는 편이라 1병 넘게 한국에 가지고 오거나 18살 미성년자가 술을 갖고 오는 경우가 그것. 한국의 휴대품 면세범위는 만 19세 미만자는 주류를 반입할 수 없고 술은 1인당 1병이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는 와인과 맥주를 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세금을 안내도 된다고 생각해요. 또 18살이면 성인으로 보기 때문에 술을 가지고 오지만 한국에서는 규정이 달라 면세가 안 되죠. 이런 경우에 단순한 통역뿐만 아니라 한국과 몽골의 문화 차이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면 몽골 여행객들도 이해를 하고 기분 좋게 해결이 되곤 하지요."

□ 한국생활 6년, "한국과 세계인 잇는 다리 되고파" =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관세청 그린캡 서비스에서 1년 반을 근무한 그녀는 그린캡 선후배들이 있어 든든하다.

가끔은 웃지 못할 경험을 겪으면서 서운한 적이 있는 것도 사실.

"한 번은 안내를 받으려고 하는 한국인 여행자가 저에게 다가오다가 제 외모를 보고는, '오~~~외국 사람이네'하며 멈추거나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도 안내 해 드릴 수가 있었는데 그때는 조금 서운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안내 통역을 지원 받고나서 세금을 내고 나서도 밝은 웃음으로 감사의 말을 하고 나가는 것을 볼 때면 어김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보니 한국 문화에 더 잘 적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나 여러 나라 출신들로 함께 구성된 그린 캡 직원들은 언어와 외모, 성격, 그동안 살아 온 환경 풍습 등 다른 점이 많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린캡'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대한민국과 관세청의 한 식구이자 구성원이 됐습니다."

그녀는 몽골어로 '파이팅'을 외치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고, 공항에서 여행자를 더 적극적으로 도와서 한국을 찾아 첫 발을 내디딘 수많은 세계인들에게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 노력합시다! 암젤팅 트더(파이팅)! "

[약력]

▲ 1979년(국적 : 몽골) ▲ 몽골어, 러시아어 구사
▲ 2011년 3월~현재 관세청 인천공항세관 그린캡 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