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세피난처(Tax-Heaven)들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일반 금융기관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들의 전 세계 자금흐름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조세피난처들은 역외계좌 정보 공개와 투명성을 강요당하고 있다.

실제로 프라이빗 뱅킹 담당자들과 매니저들은 "블랙머니"라 불리는 자금을  제도권 밖으로 끌어내기에 분주하며 이 같은 변화는 금융산업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세회피국에 묶여 있던 거대 자금이 수면 밖으로 나오게 되면 그동안 접근 금지 구역이었던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의 매매가 활발하게 되고 이는 곧 자본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진샤프너 룩셈버그의 세금집행 총장은 지난 3년간 "블랙머니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현재 은행들의 최대 관심사는 사라진 "블랙머니"를 금융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재벌들의 역외 탈세를 묵인해 왔으나,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이 합세하여 불법자금의 흐름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2009년 2월 고객의 비밀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던 스위스 은행에서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고객 정보공개 사례가 그 시발점이 됐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미국인 고객들의 자금을 불법 은닉하도록 도왔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탈세가 이어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스위스는 은행 비밀주의를 내세워 탈세 혐의자들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 각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공세를 받았다.

이에 UBS는 탈세를 위해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인 부유층 고객들의 명단을 미 당국에 제출하기로 동의했고, 미 국세청(IRS)이 UBS에 제기한 형사 소송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고 고객 명단을 넘기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해 조세피난처 제도 개선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 비협조적 조세피난처로 분류하여 명단을 발표했다. 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위해 코스타리카, 브리티쉬버진아일랜드, 리히텐슈타인 등과 같은 국가들은 국제 조세 기준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조세회피국들에 대한 국제적 압박은 각국의 재원 확보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스페인 국세청은 한 금융가 출신 재벌이 80년 전 탈세를 목적으로 만든 스위스 은행 계좌를 발견했고, 그를 포함한 가족들은 약 2억유로의 세금을 내야 했다.

OECD에 따르면 조세피난국들에 대한 강화된 규정으로 인해 187억달러 규모의 세금을 추가적으로 거둘 수 있다.

지난 2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5개국은 해외금융계좌신고(FATCA)제도를 도입하는 데 미국과 합의하고,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해 향후 금융 정보 공유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뿐 아니라 다른 주요 국가에도 FTACA 제도를 공동으로 운영하자고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네덜란드 등이 거부 의사를 밝혔고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버뮤다도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에 금융정보를 통보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자국의 법규에 어긋나고 제도 시행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 구축해야 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