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정책들이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최근 정치권은 그 도가 지나칠 정도다. 마치 모든 정책이 표를 위해 존재하고 표를 위해 추진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미 지난번 대선에서 "반값 아파트"니 "반값 등록금"이니 하는 실현 못 할 공약으로 국민들의 눈을 멀게 한 후 표를 거둬들인 정치권이 또 다시 선거를 맞아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재탕ㆍ삼탕의 신뢰할 수 없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쏟아내는 정책들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또는 논리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올바른 정책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인기 좀 끌겠구나" 싶은 것이라면 그냥 마구 내던지는 꼴이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이른바 "무상" 시리즈에 이어, 최근 정치권의 쟁점인 "반값 등록금"의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 "대학기부금의 세액공제" 방안은 고민 없이 인기영합주의에 의해 던져진 정책의 대표적인 예다.

대학기부금에 대해서는 현재도 기업은 50%, 개인은 100%를 경비로 인정해서 "소득공제" 해주고 있다. 예컨대 삼성 이건희 회장이 1억원을 특정 대학에 기부했다면 이를 전액 소득에서 공제해준 다음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 회장이 고소득자이니 35%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지방소득세(소득세액의 10%)까지 약 40%의 세율을 적용, 1억원의 40%인 4000만원은 이 회장이 기부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대신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기부금의 40%는 다른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생색을 내는 셈이다.

지금 현재도 이런 상황인데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액공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소득공제는 소득공제대로 해주고, 10만원한도까지이긴 하지만 기부금액을 아예 내야할 세금에서 빼주자는 것이다.

10만원을 기부했다면 10만원의 세금을 돌려 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부가 아니라 나라에서 세금을 받아서 기부인양 돈을 전달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물론 생색은 생색대로 낼 수 있겠다.

"기부"(寄附)의 사전적 의미는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이다.

말 그대로 "대가 없이" 내 놓는 것이 "기부"다. 어차피 돌려 받을 것을 생각하면서 하는 것은 기부가 아니다.

진정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수백억원씩 유보금을 쌓아놓고서도 해마다 등록금을 인상하고, 인건비로 재정을 탕진하는 고질적인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만들어낸 "정치후원금 10만원 세액공제"가 청목회 입법로비 등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도 "세액공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는 아직도 반년이 넘는 세월이 남아있다.

다행히 최근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학기부금 세액공제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입법권을 쥔 정치권이 또 어떤 막장 정책들을 쏟아낼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