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1심에서 각하된 일본매체 보도를 자신의 SNS에 링크하고 Great News(멋진 뉴스)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민정 씨와 최태원 회장은 1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패소의 원인인 1965년 한일협정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적산불하 인정한 ‘65년 한일 협정’

최씨 일가 SK 소유권 정당화

SK그룹의 뿌리는 광복 후 정부가 몰수한 일본기업 중 SK의 창업주 최종건 씨가 넘겨받은 선경직물에 두고 있다.

선경직물은 ‘선’만주단과 ‘교’토직물(일본어 교는 한자 음독으로는 경)의 합작사다. ‘SK 60년사’에 따르면, 최종건 씨는 선경직물의 종업원이었으며, 광복 후 자신의 일본인 상사들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왔고, 부하직원들로 선경치안대를 꾸려 자신의 관리 하에 선경직물을 두었다.

선경직물은 광복 후 고스란히 최종건 씨의 재산이 됐다.

이승만 정부는 한국 내 일본기업을 적의 재산(敵産)으로 규정하고, 이를 몰수해 해당 일본기업에 종사하던 한국인 종업원에게 불하(敵産拂下)해줬다. 선경직물 역시 최종건 씨 소유가 됐다.

일본 기업인들은 한국 정부가 몰수한 한국 내 일본기업을 회수하려 했다. 개인재산에 대한 불합리한 박탈이란 이유에서다. 그 일본기업들이 청구권을 포기한 단초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이었다.

1965년 양국은 국가 간 큰 틀에서의 합의로 일제강점기의 보상을 마무리하자고 협정을 맺었다. 일본은 한일기본조약에 포함된 청구권 외 한국인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채권과 담보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켰다. 그러면서 선경직물을 포함한 일본기업들도 한국 내 개인 자산을 포기했다.

덕분에 최종건 씨도 원 주인의 소송문제 없이 선경모직을 개인 자산으로 확고히 할 수 있었다.

1965년 한일조약은 SK 최씨 일가에게 단비였겠지만, 강제징용자 등 개인 피해자들에게는 악몽이었다. 해당 조약은 일본의 강제징용 등으로 인한 개인의 직접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근거로 활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영호)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SK 측은 최민정 씨가 좋은 의도에서 댓글을 달았다고 해명했다. 최민정 씨가 해군사관학교에 장교로 임관할 정도로 한국의 국제적 지정학적 위치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번 판결이 양국 간 갈등이 마무리될 수 있는 단초로 보아 멋진 뉴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최민정 씨의 의도가 어찌됐든 65년 한일협정 수혜자의 후손이 65년 한일협정으로 고통 입는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패소소식에 환호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 일본신문 보고 환호한 최민정

SK 측 입장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최민정 씨의 입장에 대해서는 의아한 점이 있다.

최민정 씨가 한국 매체가 아닌 굳이 일본 매체의 영문판 기사에 의견을 남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대목이다.

최민정 씨가 자신의 SNS에 멋진 뉴스(Great news)라며 게재한 기사는 6월 7일자 니혼게이자이 아시아판의 ‘한국 법원, 일본 강제징용 사건 각하(South Korea court dismisses wartime labor case against Japan companies) 기사다.

해당 협정으로 최씨일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운명이 엇갈린 점을 감안하면 최씨의 표현을 가볍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음은 해당 기사의 일본 강제징용 사건 각하의 취지다.

‘The ruling is another positive step toward healing ties between the two countries, which have been dogged for decades by territorial issues, and historical disputes stemming from Japan's occup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1910-1945).’

‘이번 판결은 한일 양국 간 일제강점기를 두고 수십 년 간 지속해 온 영역 분쟁과 역사적 분쟁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진전이다.’

기사 본문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는 언급하고 있지만, 영역분쟁에 대한 기술은 없다. 그런데도 굳이 해당 판결의 의의를 ‘영역 분쟁의 치유’라고 해석하는 점은 이상하다.

그 실마리는 기사의 원전이 되는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나와 있다. 다음은 판결문의 일부다.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을 인정한 자료가 없다…(중략) ‘강제징용 사안’ 외에도 ‘영유권 주장 사안’, '위안부 사안'이 있는바 세 사안 모두 또는 일부라도 국제 재판에 회부돼 한 사안이라도 패소하면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

재판부는 독도 문제가 국제 재판에 회부되면 승패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그 근거로 국제법상 식민지배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제시하고 있다. 자칫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최민정 씨는 해당 판결에 환호했지만, 민심은 크게 들끓었다.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를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하루 만에 참여 인원 20만명을 넘겼다.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국제법은 모든 국가를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며 식민지배가 국제법상 불법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민정 씨는 육군 대장 출신의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씨의 외손녀이자 해군사관후보생(OCS) 117기를 거친 장교 출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지하는 니혼게이자이 보도를 왜 멋지다고 표현했는지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SK 측은 최민정 씨가 좋은 의도로 댓글을 남겼으나,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 해당 글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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