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부채 증감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부채 잔액 또한 가장 많았다.

7일 4대 시중은행의 반기보고서를 각각 확인한 결과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순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전분기 대비 부채 증감액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부채는 395조9872억원으로 전분기 358조4208억원 대비 약 10.4%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부채는 올해 상반기 342조3473억원으로 전분기 325조5265억원에서 5.2%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381조812억원으로 전분기 366조6299억원 대비 약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부채는 355조4452억원으로 전분기 344조714억원 대비 약 3.3% 늘었다.

◇ 정부 측 압박에 '외부수혈' 울며겨자먹기?

부채 항목 중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은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조건이 붙는 ‘차입부채 잔액’이다.

차입부채는 기업이 운영자금이나 투자금 조달 목적으로 외부에서 빌린 돈을 말한다. 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을 통하거나 환매조건부채권 매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4대 은행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차입부채 잔액 총액은 84조9506억원으로 전분기 69조8213억원 대비 21.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차입부채가 26조1771억원으로 전분기 19조1413억원에서 36.8%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20조5955억원으로 전분기 18조5756억원에서 10.9% 올랐다. 신한은행도 19조2212억원으로 17조3258억원에서 10.9%, 하나은행은 18조9568억원으로 14조7785억원에서 28.3%씩 차입부채가 늘었다.

제로금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은행 입장에서 차입 부채 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외부에서 빌리는 돈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정부 당국의 금융지원 압박이 거세진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에 경영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은행들의 적극적 금융 지원을 요청하면서 보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 측 한국판 뉴딜정책 등으로 은행의 출자 역할이 커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준 금리가 낮아진 점도 은행들이 실탄을 공급받기 위해 자꾸 외부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경기 침체 극복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후 5월 0.25%를 추가 인하해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0.50%다.

금융업계는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원금은 물론 이자 부담까지 떠안아야하는 차입금이 나날이 쌓이고 있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 취지는 공감하나 은행이 계속해서 이자 비용이 발생되는 빚을 쌓으면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차입부채 증가만을 놓고 향후 전망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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