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서를 도와 연결결산을 진행하던 진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찰스종합회사는 해외법인 A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찰스종합회사와 해외법인 A 간의 거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찰스종합회사가 매출한 거래 중 일부를 해외법인 A가 매입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 진표는 다른 관계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확인해보니 연말에 발생한 매입거래에서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분명히 한 쪽에서 매출을 일으키면 다른 쪽에서는 매입을 잡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지 진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찰스종합회사와 해외법인 A는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회사이므로 정보 공유가 원활할 텐데 이러한 차이가 있다니 더욱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매입 거래도 놓치는 해외법인 A가 다른 결산 절차를 잘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해외법인 A는 왜 이런 기본적인 매입 거래를 놓치는 걸까?

내부거래는 안 맞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결결산에 대한 컨설팅을 할 때마다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연결결산에서 관리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내부거래이다. 내부거래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또는 종속회사 간에 주고 받은 거래를 의미하며, 내부거래는 연결회계입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거래라고 간주하여 제거되어야 한다. 문제는 내부거래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또는 종속회사 간에 주고 받은 거래가 일치¹⁾하여야 완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결결산을 수행하기 전 또는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결대상 법인 간의 내부거래를 확정하기 위해서 내부거래를 대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내부거래를 대사하다 보면 실제 상호간에 인식한 내부거래가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내부거래를 대사해본 적이 없는 실무자나 임원진들은 내부거래가 당연히 맞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데, 종종 내부거래 대사 담당자와 내부거래 실무를 해본 적이 없는 임직원 사이에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기도 한다.
내부거래 대사 방법 및 문제점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서술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내부거래 대사 과정에서 자주 차이가 발생하는 ‘미달거래’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1) 연결결산 절차에서 서로 간에 주고받은 거래를 대사하는 과정인 ‘내부거래 대사’ 절차는 필수적이다.

매출법인이 인식한 매출을 왜 매입법인은 매입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미달거래’란 정확히 이야기하면 회계정책의 차이는 아니지만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법인 간의 내부거래에 대해서 어느 일방은 거래를 인식하였으나, 다른 일방은 여러 가지 제약조건에 의해 아직 거래를 인식하지 못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미달거래’는 주로 제품을 사고파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다. 사례처럼 찰스종합회사는 해외법인 A에 제품을 판매하였지만, 해외법인 A는 찰스종합회사로부터 제품을 매입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은 경우가 ‘미달거래’의 예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거래가 발생하는 걸까?
우선, 거래 인식기준 및 인식시점 등 회계처리방식에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회계처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 매출하는 법인은 제품이 출고되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에 매입회사는 입고 시점에 매입을 인식하곤 한다. 이러한 차이를 회사에서는 회계 정책이 매출 및 매입법인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회계정책의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회계에서는 수입-수출 거래에 대해서 Incoterms²⁾ 등의 무역거래조건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결대상법인 간에 FOB³⁾ 조건에 따라 수입-수출 거래를 한다면 매출법인은 물건이 선적된 시점에 그리고 매입회사도 동일한 시점에 매출과 매입으로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무역거래조건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기는 실무적으로 무척 번거롭기 때문에 매출회사는 출고 기준 그리고 매입 회사는 입고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하다가 결산 시점이 되면 이러한 차이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매입 회사는 매출 법인과 거래에 따라 선적이 완료되었지만 아직 입고되지 않은 거래에 대해서는 리스트를 확인하여 ‘미달거래 또는 미착거래⁴⁾’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개별결산 실무에서도 제품이 선적되지 않았으나 입고되지 않는 거래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하여 회사의 재고자산 및 매입채무로 인식하여야 하나 결산 과정에서 종종 누락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2) 무역조건의 해석에 관한 국제규칙(International Rules for the Interpretation of the Trade Terms)을 말하며, 무역당사자들의 분쟁과 오해를 없애고 국제무역의 확대를 도모하기 위하여 국제무역 조건과 관습을 통일시키고자 제정되었다. ‘Incoterms’는 10여 가지의 가격조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개별 무역거래 당사자의 의무와 한계가 명시되어 있다. 3) ‘Free On Board’의 약어이며, Incoterms의 가격조건 중 하나이다. FOB에 따르면 매도인이 약속한 화물을 매수인이 지정한 선박에 적재, 본선상에서 화물의 인도를 마칠 때까지의 일체의 비용과 위험을 부담한다. 그 이후에는 매수자의 책임이 된다. 4) 물건의 소유권은 넘어왔으나 아직 운송 중으로 회사의 창고 등에 입고되지 않은 제품을 의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