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종합회사는 기획부서장인 태윤이의 주도 하에 다른 회사를 인수하였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인수할 당시에는 놓쳤지만 인수한 회사에서 오래 전에 구입한 토지가 있었는데, 현재 가치가 많이 상승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인수대상 회사의 사장님도 토지 가치가 많이 올랐을 거라며 인수 가격을 많이 쳐달라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인수한 후 태윤이는 문득 앞으로 공시될 찰스종합회사의 연결재무제표가 궁금해졌다. 태윤이가 이해하기로는 토지는 기본적으로 취득원가로 장부에 기록하기 때문에 인수한 회사의 토지도 인수대상 회사가 취득한 원가 그대로 기록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이다. 또한, 찰스종합회사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에 인수대상 회사가 제시하는 재무제표에도 토지를 여전히 취득원가로 제시할 것 같기 때문이다.

< 그림1. 회계에서는 토지 등은 취득 당시 구입가격 그대로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한편 태윤이 생각에 찰스종합회사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다. 기껏 찰스종합회사는 인수대상 회사를 인수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취득하였는데 여전히 최초 취득원가로 인식할 테니 말이다.
마침 지나가던 회계부서장에게 태윤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회계부서장이 걱정하지 말라며 연결회계기준에서는 인수 당시의 시가를 종속회사의 취득가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럼 인수대상 회사인 종속회사가 자신의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또 그건 아니란다.
인수대상 회사의 재무제표 상 토지의 취득원가와 인수 당시의 토지의 가격 상승분은 찰스종합회사가 연결회계입장에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인수대상 회사의 토지에 대한 가치 상승분을 인정받는 것은 다행이지만 토지가치의 상승분을 인수대상 회사가 아니라 찰스종합회사에서 관리하라니?
도대체 연결회계기준은 왜 이리 어렵게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종속회사의 가치 상승분을 인정하기는 하겠다만…

재무회계기준이 비판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실제 가치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중에 하나의 예로 유형자산을 취득 당시의 원가¹⁾로 인식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처럼 토지 등의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불만이 자주 제기된다.
하지만, 재무회계기준에서는 유형자산은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자산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자산 가치의 변화 분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사용목적이므로 취득한 자산의 가치는 자산을 사용함에 따라 감소할 테니 감소하는 부분을 비용으로 배분하는 ‘감가상각’ 절차를 중요시하고 있다.
따라서 재무회계기준에서 바라봤을 때, 연결대상범위에 포함된 종속회사의 자산 및 부채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화두가 된다. 문제는 종속회사가 자산 및 부채를 취득한 시점과 종속회사가 연결대상 범위에 포함되는 시점이 다르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종속회사가 20x1년도에 토지를 100원에 취득했다고 하자. 그리고 연결대상범위에 20x3년도에 포함되었고, 당시의 토지의 시가는 300원이었다고 하자. 여기서 문제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에 연결대상에 포함될 종속회사의 토지 가치를 종속회사가 취득 시에 인식한 100원으로 기록할 것인지 아니면 연결대상범위에 포함된 시기인 20x3년도의 시가인 300원으로 기록할 것인지에 있다.
재무회계기준의 입장과 연결회계의 취지를 잘 생각해보면 종속회사의 토지는 지배회사가 종속회사를 취득한 20x3년도 시점의 가치로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배회사가 종속회사를 취득한 시점이 연결실체가 종속회사를 취득한 최초 시점이기 때문이고, 재무회계기준의 입장에서도 최초 취득 시점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20x3년도 시점에 토지의 가치인 300원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배회사가 종속회사를 최초 취득할 당시에는 종속회사의 장부가액을 그대로 준용하는 것이 아니라 종속회사를 취득할 시점의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로 인식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종속회사의 토지 가치는 100원이 아니라 300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연결재무제표의 작성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개별재무제표를 취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데, 종속회사는 지배회사의 연결범위에 포함되는 시점에 인식한 자산 및 부채의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개별재무제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종속회사가 작성한 개별재무제표를 보내줄 뿐이다.
즉,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취합된 종속회사의 장부상 토지 가치는 여전히 100원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종속회사는 종속회사 나름대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연결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종속회사의 자산 및 부채를 공정가치로 평가 받은 결과를 종속회사의 개별재무제표에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속회사의 자산 및 부채의 공정가치로 평가 받은 결과는 연결실체 입장에서 별도로 관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1) K-IFRS에서는 토지 등의 유형자산에 대해서 공정가치로 기록하는 것도 선택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한번 공정가치를 적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