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다단계 출자 또는 순환 출자 구조 등으로 복잡하기만 하던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졌다. 바로 IMF를 통해 ‘지주회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기 때문인데, 회계 실무자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의 단순화로 연결결산이 상당히 쉬워졌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전에는 복잡한 지배구조로 진정한 지배회사가 누구인지를 판가름하기조차 어려웠었는데, 많은 기업집단들이 ‘지주회사’의 설립에 따라 최상위 지배회사가 어느 회사인지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졌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단순화에도 불구하고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발생하는 “지배회사(모회사) → 중간지배회사(자회사) → 종속회사(손자회사) → 종속회사(증손자회사) •••”라는 순차 구조는 여전히 연결결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빠른 결산일정을 중요한 미덕으로 생각하는 기업문화에서는 특히 그렇다. 얼핏 생각하면 “모회사 ~ 증손자회사”로 이루어지는 지배구조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를,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그리고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연결결산을 진행할 것 같은데, 이런 경우 과연 우리가 중요한 미덕으로 생각하는 결산일정을 빠르게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 단계별로 연결결산이 완성되어야 다음 지배구조의 연결결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순차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의 결산일정은 실제 5 ~ 10일을 넘기지 않는다. 과연 여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인지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순차 지배구조하에서의 일반적인 연결결산 절차
연결결산은먼저, ① 손자회사 E와 증손자회사 F를 연결한 E의 연결결산이 진행되고,두 번째로, ② 자회사 B와 손자회사 D, 그리고 E를 연결한 B의 연결결산이 진행된다.마지막으로, ③ 모회사 A와 자회사 C, 그리고 B를 연결한 A의 연결결산 진행으로 마무리된다.

만약 ‘모회사 → 자회사 → 손자회사’의 순차적인 지배구조라면 어떻게 연결결산을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손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가 먼저 연결결산을 수행하고, 모회사는 손자회사를 연결한 자회사의 연결재무정보를 기준으로 연결결산을 수행하면 되지 않을까? 해당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각각의 연결대상회사인 자회사 및 모회사에 존재하기 때문에 연결결산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종속회사만의 재무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종속회사에 대한 관리가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 것처럼 전체적인 연결결산은 모회사인 최상위지배회사의 연결결산으로 완료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간지배회사인 자회사의 연결결산이 먼저 끝나야 한다. 즉, 순차적으로 연결결산을 수행하다 보면 연결결산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 또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림] 순차 지배구조하에서의 연결결산 방법 1. 순차연결
최상위지배회사인 A가 연결결산을 완료하기 위해서는우선, ① 중간지배회사인 자회사 B가 손자회사 D와의 연결결산을 수행해야 한다.
그 이후에 ② 최상위지배회사인 모회사 A는 자회사 C의 개별재무제표와 자회사 B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연결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즉, 자회사 B가 연결결산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최상위지배회사에서 이런 순차적인 구조에 따른 연결결산 일정을 기다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지배회사의 연결결산이 완료되고 최상위지배회사의 연결결산이 완료될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경우에 중간지배회사의 연결결산을 기다리지 않고 모회사는 손자회사의 개별재무정보를 기준으로 연결결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바로 ‘유효지분율’인데, ‘유효지분율’이란 지분구조가 순차적인 경우 각각의 지분율을 곱한 결과를 기준으로 산출되는 지분율 방식을 의미한다.
만약 A회사가 60% 지분율을 취득하여 B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고 B회사 또한 80%의 지분율을 취득하여 D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면, A회사는 간접적으로 D회사를 지배한다.

다만, 100%의 지분율을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연결결산을 수행할 때 종속회사의 자본변동은 지배주주지분과 비지배주주지분으로 배부되어야 한다. B회사의 경우에는 D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80%이기 때문에 D회사 지분율 20%는 B회사가 연결결산을 수행할 때 비지배주주지분으로 배부하여 별도 표시되어야 한다. 즉, B회사의 재무제표에 D회사의 지분 중 80%는 지배주주지분으로 20%는 비지배주주지분으로 표시된다.
이 결과로 A회사가 연결결산을 수행할 때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까?
A회사는 B회사의 지분을 60%만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40%는 비지배주주지분으로 배부하여 표시되어야 하는데, B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는 이미 D회사의 자본 중 20%는 비지배주주지분으로 표시되었다. 따라서 D회사에 대한 B회사의 지배주주지분 80%의 60%에 해당되는 부분만 A회사의 지배주주지분으로 표시하고 나머지는 비지배주주지분으로 표시되면 된다. 이렇게 되면 A회사가 연결결산을 수행할 때에는 D회사의 자본 중 B회사의 지배주주지분 80%에서 60% 부분, 즉 48% 부분만 지배주주지분으로 표시되어야 하는데, A회사가 B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지분과 B회사가 D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지분을 곱하여 계산된 결과와 동일하게 된다. 이렇게 계산된 방식이 유효지분율¹⁾이다. 1) 48%의 유효지분율을 A회사가 D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준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연결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지배력 행사기준은 ‘유효지분율’이 아닌 ‘단순지분율’에 따라 계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지분율’과 ‘유효지분율’의 차이는 여타의 연결회계 이론서에 잘 기술되어 있으니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하고자 한다.
[그림] 유효지분율의 계산 방법
이 결과를 활용한다면 구태여 A회사가 연결결산을 수행할 때 B회사의 연결결산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미 유효지분율을 통해서 B회사의 연결결산 과정에서 D회사의 자본이 지배주주지분과 비지배주주지분으로 배분되는 결과가 A회사의 연결결산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회사가 A회사의 빠른 연결결산이 중요하고 B회사의 연결결산 결과가 필요 없다면, 손자회사인 D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D회사의 재무정보를 직접 활용하여 연결결산을 수행할 수 있는데, 이때 유효지분율을 통해 실제 지배구조에 따른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연결결산을 ‘병렬연결²⁾’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빠른 연결결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2)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환율 효과 등에서 ‘순차연결’과 ‘병렬연결’에 일부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데, 그 중요성이 크지 않아 실무에서는 ‘병렬연결’에 따른 결과에 이슈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 순차 지배구조하에서의 연결결산 방법 2. 병렬연결
• 모회사 A가 자회사 B에 대한 지배관계를 통해 손자회사 D를 간접 지배하고 있지만,
• 빠른 연결결산을 위해서는 모회사 A가 손자회사 D를 직접 지배한 것처럼 관리한다.
• 다만, 이때 손자회사 D에 대한 지배지분과 비지배지분을 모회사 A의 연결재무제표에 표현해야 하는데, 이때는 순차연결과 동일한 결과가 발생하도록 ‘유효지분율’인 48%를 지배주주지분율로 계산하여 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