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화물차를 운전하던 A씨는 과로한 탓에 몸이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A씨는 잠깐 졸고 말았다. 어렴풋이 신호가 바뀌는 것을 보고 차를 움직였지만 졸음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그는 그만 인도로 돌진했다. A씨의 화물차는 마침 길을 걸어가던 B씨(48세 남성)를 뒤에서 덮쳐 현장에서 사망하게 했다. 이러한 사망사고 시, 손해배상은 어느 정도 가능할까?

정말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A씨는 처벌을 받았지만 B씨의 가족은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유족들은 A씨의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약 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인도를 걸어가는 도중에 뒤에서 차가 덮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B씨의 과실은 없었고 100% A씨의 잘못이었다. 이 사건에서 인정된 손해배상 내역은 일실수입 2억 9,000만원(65세까지 약 17년간의 예상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 장례비 1,000만원, 위자료 1억원 등이었다. 형사합의금으로 유족들이 A씨에게 받은 금액까지 합치면 4억 5,000만원 정도가 유족들이 손해배상으로 받은 금액이다. 만일 사고 시 사망자가 음주운전, 무단횡단, 신호위반 등으로 사고에 일부 원인을 제공한 과실이 인정된다면 일실수입 부분에서 그만큼 과실을 공제하게 된다. 여기서 손해배상에 대해 한번 정리해보자. 손해배상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눌 수 있다. 재산상 손해는 물적 피해의 경우 수리비, 인적 피해의 경우 치료비ㆍ간호비ㆍ일실수입 등이 포함된다. 손해액은 보통 사람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인정된다.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는 개념인 위자료는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만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의 판례도 인신손해의 경우 적극적 재산상 손해(치료비, 수술비 등), 소극적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위자료 등 이른바 소송물 3분설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한 개인 사이의 손해배상 분쟁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피해가 크지 않다면 당사자끼리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상책이다. 만일 재판에 들어가면 양쪽 모두 법원에 왔다 갔다 해야 하고 피해자 쪽에서는 손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금액을 주고받는 선에서 끝내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며,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대신 이때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법률적 조언을 해줄 사람과 함께 소송을 해야 한다. 민사사건에서 법원이 한쪽 당사자를 도와주는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설사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동물 주인이 민사상 책임뿐 아니라 과실치상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있으므로 우습게 볼 일은 결코 아니다.

손해배상이라고 하면 거액의 위자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외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수억원의 위자료는 아직 먼 얘기다. 위자료의 성격과 산정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크게 다치거나 생명을 잃게 될 경우 손해배상을 산정하는 기준에는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가 있다. 이 중 정신적 손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자료를 생각하면 된다. 민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사람은 재산상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배상해주는 것인데, 피해자뿐 아니라 배우자나 직계가족 등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부부가 이혼할 때도 외도, 폭행 등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사람에게 위자료 책임이 인정된다. 법원은 피해자가 구체적인 재산 손해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위자료를 올려줌으로써 손해를 벌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인정되는 위자료 금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선에 불과하다.
법원은 오랫동안 사망사고의 위자료를 5,000만~8,000만원 선에서 결정해왔다. 목숨을 잃은 대가치고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러다가 2015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교통사고, 산업재해 손해배상 담당 판사들이 간담회를 통해 사망사고 위자료 산정 금액을 1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위자료 현실화에 대한 움직임을 보였다. 법원은 6세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서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오랜 기간 고통을 받게 되며, 아동기에 누릴 수 있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등 즐거움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의 정도가 어른보다 크다”며 위자료로 1억 3,500만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2016년 이후에도 법원은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 방안’을 발표하며, 사망사고 위자료 기준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사망사고(이에 준하는 중상해 포함) 위자료는 ▲교통사고는 기준 1억원, 음주ㆍ뺑소니는 2억원 ▲항공기 추락, 건물 붕괴 등 대형 재난 사고는 기준 2억원, 고의 범죄나 부실 설계 시공 등은 4억원 ▲영리적 불법행위는 기준 4억원, 고의ㆍ중과실은 6억원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위자료는 사정에 따라 50%의 범위에서 증액 또는 감액할 수 있어 사망사고 시 위자료 인정이 최대 9억원까지 가능하다. 한편, 보험회사의 위자료 기준은 훨씬 더 낫다. 자동차보험회사들은 약관으로 사망사고 때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위자료를 지급해왔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사망사고 위자료를 8,000만원(60세 이상은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으로 표준약관을 바꿔서 시행해오고 있다. 인명사고 시 피해자의 잘못이 적다면 법원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편이 아직은 더 유리하다.

손해배상이란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힌 사람 등이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배상하는 것을 말한다. 법에서 인정하는 손해배상의 원인은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채무불이행에는 세 가지의 형태가 있다. 이행지체(예컨대 연극 표를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 판매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끝난 다음 표가 도착한 경우), 이행불능(부동산 매매계약을 했으나 등기를 넘겨주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경우), 불완전이행(닭을 100마리 주문했으나 80마리만 가져왔거나 병든 닭을 제공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다. 불법행위란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위법행위를 말한다. 사람을 때려 상처를 입히거나 이웃집에 불을 지르는 행위,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는 일, 외도로 가정을 파탄 내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불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불법행위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동시에 형사상으로도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민법에서 손해배상은 돈으로 지급(금전배상)하는 것이 원칙이고, 손해배상의 범위는 통상의 손해를 기준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때만 특별 손해까지 배상하게 된다. 판례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발생한 손해”만을 인정하고 있다.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과실이 있을 때는 손해배상의 책임과 금액을 정하는 데 참작한다. 이를 ‘과실상계’라 한다. 예를 들어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자동차에 부딪혔다면 법원은 무단횡단한 사람에게도 일부 책임을 인정하여 20%, 30% 등과 같이 적정한 과실 비율을 정하고 그에 따라 배상액을 산출한다.

특이한 것은 배 속의 태아에게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재산권ㆍ인격권 등의 권리를 갖게 되는데, 민법은 예외적으로 태아에게도 권리를 인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태아는 손해배상청구와 상속에 관해서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예컨대 임신한 아내를 둔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태아도 상속을 받는 것은 물론,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임신 상태에서 타인의 공격을 받아 태아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면, 태아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손해배상은 손해나 가해자를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3년 안에 청구해야 하며, 불법행위를 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