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사학자 존 스틸 고든은 저서 ‘월스트리트 제국’에서 “대공황은 29년 10월 29일 주가 대폭락이 아니라 이듬해 30년 6월 17일 보호무역법인 스무트ㆍ홀리법 제정이 불러왔다”라고 주장했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이끈 핵심은 보호무역주의라는 이야기다.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자 미국 의회는 1930년에 공화당의 스무트 의원과 홀리 의원이 공동 발의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여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했다. 미국산을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이 법안은 평균 관세를 13%에서 59%로 올리고, 최고 400%의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했다. 경제학자 1,028명이 세계경제가 동반 추락할 수 있다고 결사반대하며 탄원서를 냈음에도 후버 대통령은 그해 6월 법안에 서명했다.
미 의회와 정부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시행으로 대공황 쇼크로부터 자국 산업과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공화당이 이 법안의 도입을 이끌었던 이유는 주요 지지층인 농부들과 제조업 종사자들의 표심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관세 장벽을 높이면 높일수록 자국 시장이 탄탄해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무역 상대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되어 무역 전쟁으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화되어 경제블록 간 무역이 전면적으로 막히다시피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대공황 기간 중 국제 무역량의 3분의 2가 날아가 버렸다. 이로써 교역증대에 의한 세계 경제 회복 가능성은 아예 없어졌다. 세계 경제는 이후 3~4년 동안 더욱 침체되어 모든 나라들은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그 결과 1차 대전 배상금을 갚기 위해 수출에 사활을 걸었던 독일은 극단적인 파시즘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무역 전쟁이 가르쳐 준 뼈아픈 교훈은 보호무역은 역효과를 부를 뿐이라는 점이었다. 또 미국이 글로벌 무역시장의 규칙을 깼을 때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도 함께 알려줬다. 안타까운 건 80년 전의 정책 실수가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죽의 장막에서 바깥세상으로 이끌어 낸 사람이 미국의 국무장관 키신저였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음으로 양으로 많이 지원했다. 결정적인 것은 중국을 세계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WTO에 가입시킨 일이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우리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경제적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 인터넷 발전과 맞물려 중국은 미국처럼 변모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2000년 3월 클린턴 대통령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중국의 WTO 가입이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WTO 가입을 반대했음에도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듬해 중국은 WTO에 가입했다. 이후 중국은 WTO 가입으로 인한 낮은 관세 덕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이다. 일일 평균 수입량이 1000만 배럴을 넘었다. 중국의 주요 석유조달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ㆍ러시아ㆍ이란ㆍ이라크ㆍ앙골라 등이다. 사우디를 제외하곤 모두 미국과 관계가 불편한 나라들이다. 특히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란 석유의 70%를 중국이 수입해주고 있다. 그것도 석유거래에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거슬려하는 대목이다. 러시아와의 거래도 양국 간 화폐가 기본이다.
게다가 중국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 석유거래를 중국의 위안화로 주도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상하이 선물거래소는 산하에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를 만들어 2018년 3월 26일을 기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원자재들은 모두 국내 투자자들에게만 거래가 허용되어 왔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거래를 허용한 것은 원유가 처음이다. 상하이 선물거래소는 이를 위해 외국인 개인투자자에게 3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외국인 중개기관의 수수료 수입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간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게 여태까지의 불문율이었다. 중국이 기축통화 달러에 도전한 것이다. 중국의 원유선물 위안화 거래 직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국이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더구나 2030년이면 GDP마저 미국을 앞설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기축통화도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무역 파워와 경제력이 커지면서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대중 무역에서 3,755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이는 미국 전체 무역적자 8,112억 달러의 47%에 달하는 비중이다. 게다가 중국의 ‘일대일로’ 팽창주의 전략목표와 미래 산업 육성전략 <중국제조 2025> 플랜으로 최첨단 산업들을 야심차게 키워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 미국의 비위를 건드렸다.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일으킨 이유이다. 지금도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매년 3,080억 달러 어치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참에 중국을 단단히 손볼 요량이다.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은 중국의 ‘부상’을 사전에 꺾어놓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패권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