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은 개혁방안의 추진배경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 건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조직과 인원이 현저히 부족함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조세심판원은 2008년 2월 29일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정경제부 소속 ‘국세심판원’에서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으로 소속과 명칭을 변경하였고 동시에 행정자치부가 수행하던 지방세에 관한 심판청구사건도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관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2008년 대비 청구건수는 73% 증가하였고 청구세액을 기준으로 보면 218% 증가하였다. 그만큼 사건 내용이 전문화되고 복잡하며 고액사건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심판부는 2008년 6개 심판부 그대로이며 상임심판관도 6명에 불과하다. 상임심판관 1인당 연간 처리건수는 2008년 1,772건에서 2018년 2,546건으로 44%나 증가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심판과정에서 청구인에게 충분한 주장기회 부여를 하지 못했고 신속하게 사건처리를 하지 못했다. 청구 1건당 평균 심리시간이 8분에 불과하고 대부분 사건이 1차례 심판관 회의로 종결(92%)되어 자기주장 및 입증기회가 불충분하고 납세자의 진술권 보장이 미흡했었다.이런 점을 감안하여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019년 2월 26일 조세심판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상임심판관 및 실무인력을 증원하여 청구인에게 충분한 공격 및 방어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폭넓게 구제하도록 권고하였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의신청ㆍ심사청구ㆍ심판청구ㆍ감사원 심사청구로 세분된 행정부 내 사후구제절차를 통폐합하여 아예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만을 필요적 전치제도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살피건대, 과세관청에서는 사전구제절차를 담당하고 조세심판원은 사후구제절차를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국세청장 지휘 아래 사전구제절차(예 :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를 진행했는데 인용되지 아니한 경우, 같은 기관에다가 이를 다시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를 한들, 행정처분의 일관성 유지 때문에, 인용될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낮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현행 조세심판원의 대폭적인 조직확대는 시급히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성실한 납세의무자의 재산권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경우 자칫 조세 저항이나 마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제77조(사실판단)를 보면 “조세심판관은 심판청구에 관한 조사 및 심리의 결과와 과세의 형평을 고려하여 자유심증(自由心證)으로 사실을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 자체가 조악하여 한눈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요약하면 조세심판관은 자유심증으로 사실을 판단하되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청구에 관한 조사 및 심리의 결과를 참조하고 동시에 과세의 형평을 살펴서 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이렇게 해석해도 이해하긴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법원도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ㆍ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따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101865 판결 등 참조).
어쨌든, 세법은 적시에 개정되기 어려워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 조문이 많다. 예를 들면, 8년 자경농지 감면 요건 중 “거주자가 그 소유농지에서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에 의하여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조세특례제한법 제66조 제13항 제2호).”이 대표적이다.
요즘 세상에 농사를 기계 대신 직접 손으로 하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기계농을 통하여 경작하면 8년 자경으로 볼 수 없다? 농민들이 작업일지를 작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일 본인이 아프면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때는 어떻게 판단할까? 청구인의 손이 고우면 자경하지 아니했다고 보아야 하나? 해외여행을 다녀 왔다면 자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하나? 골프장을 출입했다면 자경으로 보지 않는다?
적절한 사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군사독재 시절 사법부의 ‘자판기 판결’ 처럼 혹시 고루한 판례나 선결정례에만 의지한 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성실한 납세의무자의 고통은 깊이 살피지 않는 ‘기계적 결정’을 반복하지는 않고 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사실 조세심판원이 적극적으로 매달려서 권리구제에 소홀함이 없는지는 살펴보아야 할 대상 중 상당수는 법조문이 경제나 사회 현실을 뒤따라가지 못해서 발생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과세처분이라고 본다.
법조문대로 과세하겠다는 과세관청의 주장과 현실에 뒤떨어진 법으로는 내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납세의무자의 외침 사이에서 ‘진정한’ 자유심증주의적 판단으로 무장하여 사회통념에 맞는 평균적 시각에서 판단하여야 할 소명이 있다고 본다.
그런 소명을 위해 매진한다면 현재 조세심판원의 조직을 대폭 보강하여도, 국민들로부터 정말로 필요한 조직의 확대라는 공감대와 칭송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보면 가산세와 관련하여 청구인의 소득세 가산세 감면청구를 인용하면서 심판청구에 포함하지 않은 해당 소득세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부가가치세 가산세도 추가로 인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납세의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이라고 판단한다.

조세심판과정을 살펴보면 심판청구인이 절차에 따라 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 심판조사관이 이를 분석한 뒤 「사건조사서」를 작성하여 상임심판관 2명과 비상임심판관 2명으로 구성된 심판관 회의에 올린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즉, 청구인이 직접 제출한 서류가 아닌 조세심판원 소속 심판조사관이 작성한 서류를 보고 판단을 하는 이른바 간접심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청구인의 청구서 작성 및 입증 능력이 천차만별하므로 효과적인 심판 진행을 위해 이 방식의 채용이 불가피한 점이 있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혹시 이 과정에서 청구인의 주장하는 내용과 취지가 다르게 작성될 여지는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최근에서는 심판청구인이 심판관 회의 개최 1주 전까지 그의 청구주장과 그 이유를 정리한 「요약서면」을 작성하여 심판관회의에 직접 제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어서 이이와 같은 오류를 ‘일부’ 바로잡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전에 사건조사서만 읽고 난 뒤 기각이나 인용 또는 재조사 결정을 예단하고 심판관 회의에 참석하는 심판관이 금방 제출된 요약 서면을 통해서 그가 예단한 방향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행과 같은 〈간접심리방식 + 요약서면 제출> 방식을 유지하되, 청구인이 당초에 제출한 청구서 원본 및 과세관청의 처분 경위를 알 수 있는 결정결의서 등은 PDF 파일 등으로 전산처리한 뒤 조세심판원 서버에 올려놓고 해당 심판관이 심판관회의 참석 전에 미리 열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청구인의 개인정보나 영업상 비밀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해당 내용이 유출될 경우 피해가 예상될 수 있지만, 열람하는 자는 엄격한 인증절차에 따라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열람 가능 기간, 열람방법 등에 적절한 통제장치를 부여한다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 훨씬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진맥도 유용한 수단이긴 하지만 청진기를 통하거나 직접 시술을 하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조세심판원의 존재 이유는 행정심판전치주의에 따라 ‘그냥 반드시 거쳐 가야만’ 하는 기관의 역할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럴 요량이라면 지금 보다 더 조직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직접 사법부에 청구할 수 있도록 임의적 전치주의로 변경해야 한다. 납세의무자의 납세순응비용만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성실한 납세의무자의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른 적극적인 심판권 행사가 필요하다. 솔로몬이 지혜로운 재판관이라 칭송받는 것도 자유심증주의에 따른 재판을 했기 때문이다(왕상 3:16-28). 이는 그가 영민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문제가 된 어린아이 생명까지도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왕이었기에 가능했었으리라. 심판관에는 자유심증이라는 영역이 있으므로, 이를 뱀처럼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솔로몬과 버금가는 심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세심판원은 사법부의 문을 두드릴 수 없는 힘없고 선량한 납세의무자들에게는 마지막으로 하소연하는 장소이다. 평생 쌓아둔 몇 푼 되지 않은 재산을 단지 세법에 대한 이해 부족과 양질의 조력을 받지 못해 파산하고 국가에 낼 수밖에 없다면 이는 민주주의 국가가 지향할 바는 아니다. 투박하고 확실하며 단순하게 생각하면, 성실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조세심판원의 존재 이유가 있고 지향점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