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대 세무사는 지난 시간까지 부가가치세법의 꽃인 과세거래에 대해 강의하고 있었다. 재화의 실질공급과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거래까지 설명하고 보니 부가가치세 과세요건 중 납세의무자와 과세대상과 관련한 상당히 많은 얘기를 강의를 통해 털어놓은 것을 느낀다.

쉬는 주말, 정찰대 세무사는 부가가치세 신고실무 책자를 완성하기 위해 이나우스아카데미 강사실에 아침부터 나와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유대리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었다.

유대리가 강사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 유대리 “정찰대 세무사님, 쉬는 주말에도 열공이시군요!”

정찰대 세무사는 당황한 듯 원고를 쓰던 노트북을 덮고 일어나 뒤돌아 본다.

• 정찰대 “오오, 유대리님은 쉬는 주말에 어쩐 일이세요?”
• 유대리 ‘지난 주에 이번 주말에도 원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모르시는구만, 우리 사무실에 와서 일하실 것 같아 커피랑 도시락이랑 준비해 왔지’

유대리의 속마음은 이랬지만 확 털어놓기에는 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 둘러댄다.

• 유대리 “지난 주에 제가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나와 봤는데, 아침부터 복도에 불이 켜져 있어서 누가 왔나 싶었는데, 역시 정찰대 세무사님께서 계셨군요.”
• 정찰대 “아~ 네. 김현명 실장께서 계속 부가가치세 신고실무 책자가 잘 되고 있냐고 채근을 하시니, 다 쓴 원고도 또 보고 또 보고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초고가 완성될 것 같긴 합니다.”
• 유대리 “강의도 하시면서 책도 쓰시고 고생이 많으세요. 그런데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 정찰대 “뭐, 아침은 잘 안 먹습니다. 혼자 사는데 챙겨 먹고 나올 만큼 부지런하지 않기도 하고요. 하하”
• 유대리 “음~, 그럼 제가 먹으려고 가져온 도시락이 있는데, 같이 드시는게 어떠세요?”
• 정찰대 “유대리님 도시락이면 제가 먹는 밥 한 숟가락 정도일 것 같은데 어떻게 나눠 먹을 수 있을까요? 정히 원하신다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정찰대 세무사는 아침 식사로 유대리의 도시락을 같이 나눠 먹자는 제안에 이렇게 말했지만 싫지 않은 느낌이다.

• 유대리 “하하, 저의 식사량을 무시하시는군요. 저 생각보다 많이 먹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유대리는 곧장 사무실로 가서 예쁘게 포장해 온 큼지막한 도시락통을 가지고 다시 강사실로 들어선다.

• 유대리 “이거 보세요. 도시락이 엄청 크죠?”
• 정찰대 “와우! 이만큼을 혼자서 드실 수가 있어요?”
• 유대리 “네, 그럼요, 하하”

유대리는 정찰대 세무사의 도시락까지 2인분을 만들어 왔는데, 차마 이를 털어 놓을 수 없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정찰대 세무사와 유대리는 강사실 탁자에 도시락을 풀어 놓고 처음 같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 정찰대 “이 도시락, 어디서 사신 거예요?”
• 유대리 “왜그러세요? 맛이 별론가요? 조미료를 안 썼는데, 그래서 그런가?”
• 정찰대 “아뇨. 너무 맛있어서 사 오신 것이면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려고한건데, 말씀하시는 것 보니 직접 만드신 거예요?”
• 유대리 “맛있다니 기분 좋네요. 제가 이것 만들면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얼마나 고민했는데요.”
• 정찰대 “네? 누구 입맛이오?”

순간 유대리는 정찰대 세무사에게 사정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빨개졌다.

• 유대리 “아뇨. 혹시 사무실에 누구라도 있으면 같이 먹을 수도 있고, 그런데 맛 없다고 하면 안 좋잖아요?”

유대리는 급하게 둘러댔지만 정찰대는 자신을 위해 도시락을 싸 온 유대리가 참 예뻐 보였다.

• 정찰대 “그런데 그게 아세요? 도시락 전문점에서 파는 도시락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라 부가가치세를 내시게 되는 거고, 직접 만드셨다면 부가가치세 부담 없는 미가공 농ㆍ축ㆍ수산물로 만드신 거라 부가가치세를 안 내시게 된다는 것을요.”

약간 달달할 수 있었는데 정찰대 세무사는 여전히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 세무사였다. 아무튼 커피는 정찰대 세무사가 사기로 하고 잠깐 짬을 내서 이나우스아카데미 근처 공원길로 산책을 나왔다.

• 유대리 “강의는 어떠세요? 체질에 맞는 것 같으세요?”
• 정찰대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 유대리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찰대 “제게는 분명 쉽게 느껴지는 표현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지,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늘 눈빛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 유대리 “그러시구나. 지난 시간에 저도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거래를 설명하시는데 다 이해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취지는 잘 설명해 주시지만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 정찰대 “특히 어떤 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웠나요?”
• 유대리 “음, 다 어려웠지만 그냥 외워도 되는 것일 수 있는데 사업포괄양수도는 과세거래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아니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선택이라는 얘기인지 잘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 정찰대 “아, 그러고 보니 늘 저는 어떤 세무상 주제에 기본적 소양을 있는 상태에서 세무상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같긴 하네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한다고 생각해보면…….
• 유대리 “맞아요. 저 같은 사람은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거든요.”
• 정찰대 “음~, 그럼!”

그리하여 정찰대 세무사의 개인교습이 진행되었다.

유대리가 정성껏 싸 온 도시락을 사이좋게 나눠 먹고서 공원 산책 길에 결국 또 부가가치세법 개인교습을 하게 된 정찰대 세무사.

• 정찰대 “그럼 이제 사업포괄양수도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유대리는 낭만적인 산책과는 절대 거리가 먼 세금이야기에 황당했지만, 한편으로는 세금이라는 하나에 꽂혀있는 세무전문가와의 산책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유대리 “뭐, 지난 번 시간보다 훨씬 이해가 높아진 것도 같아요.”
• 정찰대 “그렇군요. 앞으로도 계속 강의하면서 이해를 높이는 판례와 사례를 많이 들려드려야겠군요.”
• 유대리 “그것도 그런데, 우리 홈페이지에 간접세법 관련 Q&A를 해 보시면 어때요? 전문상담위원으로요. 그러면 이론이거나 실무이거나 고객들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정찰대 “이나우스아카데미에 그런 것도 있군요. 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은데요.”
• 유대리 “김현명 실장님께 말씀드려서 전문상담위원 위촉 할 수 있는지 여쭈어보겠습니다.”

그리하여 정찰대 세무사는 이나우스아카데미의 간접세법 전문상담위원이 되었다.
한편 다시 부가가치세 실무강의에 나선 정찰대.

• 정찰대 “지난 시간까지의 우리는 재화의 공급의 개념,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거래까지 공부했습니다. 앞에 나눠드린 프린트물은 지난 시간 설명이 조금 부족했던 사업포괄양수도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본 것이나, 복습용으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수강생 “세무사님께서는 늘 저희들의 학습 이해도를 높이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 정찰대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재화의 공급요건 중 대가관계가 없어 원칙적으로는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것이나, 조세정책적 목적에 의하여 재화의 공급으로 의제하는, 이른바 간주공급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나실무 “간주공급은 부가가치세법 배울 때 엄청 중요하게 배웠는데 실상 실무에서는 간주공급을 신고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더라구요.‘
• 정찰대 “그도 그럴 것이 간주공급의 경우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으니, 거래의 실질을 잘 따져보지 않으면 신고누락하기가 십상입니다.”
• 수강생 “저희들은 나실무씨 같이 부가가치세 신고실무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은 아니니, 일단 간주공급이 무엇인지부터 설명부탁 드립니다.”
• 정찰대 “재화의 간주공급이란 거래당사자간 대가관계는 성립하지 아니하지만, 부가가치세 부담 없는 소비의 방지와 소비자 간 또는 사업자 간 부가가치세 부담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음의 경우에 재화의 공급으로 의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판서 이후 정찰대 세무사는 자가공급시 간주공급이 되는 세가지 경우를 설명하였다.

자가공급이란 자기의 사업과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취득한 재화를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하거나 소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자체가 사업자 간 거래를 기준으로 하는 과세거래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업자가 자기의 과세사업과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취득한 재화로서 매입세액을 공제받고(영세율이 적용되는 재화를 포함한다) 이후 자기의 면세사업을 위하여 직접 사용하거나 소비한다면 이는 재화의 공급으로 본다. 이는 면세사업에 사용할 것이면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데 자신이 영위하는 과세사업으로 매입세액공제 받은 뒤, 면세사업에 전용한다면 이를 과세하기 위하여 취지이다.

그리고 사업자가 자기생산ㆍ취득재화를 매입세액이 공제되지 아니하는 승용자동차로 사용 또는 소비하거나 그 자동차의 유지를 위하여 사용 또는 소비하는 것과 운수업, 자동차 판매업 등 자동차로 사업을 경영하는 사업자가 자기생산ㆍ취득재화 중 승용자동차와 그 승용자동차의 유지를 위한 재화를 해당 업종에 직접 영업으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재화의 공급으로 본다.

일반적인 사업자의 경우 승용자동차(경차 제외, 9인승 미만)의 취득에 따른 매입세액은 공제되지 아니한다. 게다가 승용자동차와 관련된 유류 등 매입세액도 또한 그러하다. 그런데 자동차 생산회사가 승용자동차를 생산하여 비영업용으로 사용소비하거나, 운수업 등 자동차로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취득한 승용자동차를 해당 영업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사업자와 동일하게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취급을 하여야 한다. 승용자동차에 관련된 유류 등 매입세액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비영업용 승용자동차 또는 그 유지에 전용한다면 이를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

반면 사업장이 둘 이상인 사업자가 자기의 사업과 관련하여 생산 또는 취득한 재화를 판매할 목적으로 자기의 다른 사업장에 반출하는 것(판매목적 타사업장 반출)은 재화의 공급으로 본다.

다만, 사업자가 사업자 단위과세사업자로 적용을 받는 과세기간에 자기의 다른 사업장에 반출하는 경우와 사업자가 주사업장 총괄납부의 적용을 받는 과세기간에 자기의 다른 사업장에 반출하는 경우(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신고한 경우는 제외)는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아니한다.

• 수강생 “면세사업에 전용은 면세사업자와 과세사업자 간 부가가치세 형평, 비영업용 승용자동차 또는 그 유지에 전용은 일반적인 과세사업자와 자동차 생산회사, 운수업 사업자 간 부가가치세 형평 때문에 간주공급으로 볼 이유를 이해하겠는데, 판매목적 타사업장 반출은 외 간주공급으로 보는 것인가요?”
• 정찰대 “제조장과 판매장의 거래는 자가공급의 한 형태로 원칙적으로 과세거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과세거래로 보지 않을 경우 사업장별 과세원칙에 의하여 제조장은 매입세액만 발생하고 판매장은 매출세액만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매입세액은 반기별 환급로 환급하게 되고, 매출세액은 분기별로 납부하게 되어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부가가치세 부담을 주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불합리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공급으로 의제하는 것이죠.”
• 나실무 “그렇겠군요. 제조장에서 판매장으로 갈 때 매출로 보면 제조장은 제조매출, 매입이 같거나 비슷해서 납부세액이 없거나 적어지고, 판매장도 판매매출에 제조매입이 추가되니 납부세액이 줄어들겠군요.”
• 정찰대 “역시 계산이 빠르시네요. 그러나 2 이상의 사업장을 하나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관리하는 사업자 단위과세에 있어서는 이러한 불편이 없기 때문에 간주공급으로 볼 필요도 없고, 사업자등록번호도 하나이기 때문에 간주공급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주사업자 총괄납부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신고는 각 사업장별로, 납부는 사업장별 통산을 하여 주사업장에서만 납부하기 때문에 간주공급으로 보거나, 안 보거나 부가가치세 부담의 사실상 영향이 없죠. 그래서 납세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 결국 납부시기와 환급시기의 차이로 인한 사업자의 불필요한 부가가치세 부담에 대해 판매목적 타사업장 반출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해소하는 측면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회계부서 직원이 자기거래에 대하여 매출과 매입을 동시에 일으키는 다소간 어처구니 없는 광경이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주사업장총괄납부제도 또는 사업자단위 과세제도를 통하여 사업장별 납부세액과 환급세액을 통산하여 납부하고 판매목적 타사업장 반출을 과세거래로 보지 않음으로써 납세자의 이익과 편의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