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 자료인 대검찰청 발행 ‘2018 범죄백서’에 따르면 1년간 범죄 건수는 1,824,876건(2017년 기준)에 달한다. 재산범죄는 542,336건이고 그 중에서 사기가 241,642건으로 44.6%나 차지했다. 재산범죄자 2명 중 1명은 사기범이라는 말이다.

이 중에서 차용 사기가 23,000건에 달했고 컴퓨터 사기도 6,900건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피해 금액이 상당한 부동산 사기도 4,000건이 넘어섰다. 하지만 1년 240,000건이 넘는 사기범죄 중에서 실제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6만여명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기소가 되지 않거나 피해자와의 합의나 기소중지(피의자 소재를 찾지 못해서 수사를 하지 못한 경우) 등으로 처벌을 면했다. 그러니까 사기범죄로 수사 받은 사람 중에 실제 처벌을 받은 사람은 4명에 한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다. 처벌받은 사람 중에서도 감옥살이를 한 사람은 2만명 정도.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이어서 결론적으로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기로 수사를 받지만 감옥에 갇히는 사람은 2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 2분마다 1건씩, 매년 3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사기가 줄어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처벌 받을 확률이 비교적 낮고, 처벌을 받더라도 수익이 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기꾼들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사기를 당한 다음 후회해도 이미 늦다.

사기란 정확하게 어떤 죄일까? 「형법」 제347조에 나온다.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기는 대표적인 재산 범죄이다. 사기란 사람을 속여서(기망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판례에 따르면 기망은 “재산상의 거래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사기죄는 기망(속임수)에 의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말하지만, 반드시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는 가해자의 속임수-상대방의 착오-재산상의 처분행위-이익 취득의 형태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돈 없이 술을 먹고 술값을 주지 않는 행위, 중고물품 거래를 하면서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행위, 부동산을 매매하겠다고 돈을 받아놓고 실제로 부동산을 넘겨주지 않는 행위, 백화점이 가짜 가격을 붙여놓고 세일을 하는 행위,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주겠다고 해놓고 실제로 유흥에 탕진해버린 행위 등 모두 사기죄에 해당한다.

흔히 돈을 빌려놓고 제대로 갚지 않고, 그 돈으로 사치스럽게 사는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때도 사기가 성립할까? 쉽지 않은 문제이다. 애초에 갚을 능력도 없고 갚을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늦게 갚거나 갚을 능력이 없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금전의 사용처를 속였는지,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가 중요하다. 애초에 갚을 의사가 있었고 재력도 있었는데 나중에 사정이 나빠지거나 형편이 어려워져서 갚지 못했다면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범죄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의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 경제사정의 변화로 차용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95도3034 판결 등)

사업투자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잘 될 줄 알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자금을 투입한 사업이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렸다면 이것도 사기가 되기는 어렵다. 단순한 금전거래나 투자는 사기 입증이 어렵고 범죄로 인정되기 쉽지 않다. 예컨대 단시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투자를 했는데,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원금을 다 날린 경우에 대여금이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상대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현직 검사인 김웅 검사가 쓴 책 <검사내전>이라는 책이 화제다. 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다 사기로 친다면 남산타워에 걸린 저 많은 사랑의 자물쇠들은 사기의 징표들이다”

사기 입증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표현이다. 돈거래나 투자는 믿을 만한 사람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하는 것이 맞다. 사기는 처음부터 돈을 떼먹을 의도가 있어야 하고, 상대방을 속여야만 처벌이 된다.
A씨가 제때 돈을 변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원은 B씨를 속일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당시 A씨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경제활동을 통해 정상적인 변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과도한 금액이 아니었고, ▲실제로 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였으며, ▲B씨가 빌려줄 때 A씨의 직업과 재정상황 등을 나름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돈을 빌려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 C씨는 아들의 결혼자금이 필요하니 이틀 만에 갚겠다며 친구 D씨에게 1,5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틀이 아니라 2년이 지나도록 갚지 않았고, 채무가 늘어난 C씨는 오히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서 대여금 채무를 면책받아 버렸다. D씨는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역시 무죄가 나왔다.

법원은 C씨가 빌린 돈을 다른 데에 썼다는 증거가 없고, 파산선고를 받은 것을 사기죄로 쉽게 인정해버리면 경제적 회생을 도모하려는 C씨의 의지를 꺾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죄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 반대로,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기공범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알고 보니 F씨는 은행직원이 아니라 사기꾼이었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자신을 검사로 사칭하여 돈을 안전한 계좌로 입금하라고 속이면서 E씨의 계좌로 돈을 받고, 그 돈을 다시 E씨에게 돌려받는 고도의 수법을 쓴 것이다. 법원은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계좌를 알려주고 돈을 찾아준 행위는 사기방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단순히 계좌를 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서는 이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점을 참작했다.

보이스피싱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유사한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한 사례도 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이른바 ‘고수익’ 취업ㆍ알바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광고에 넘어가 범죄자로 전락한 경우다. F씨도 인터넷에 나온 고수익 알바 광고를 보고, 혹해서 연락을 했는데 사흘간 무려 140만원이라는 ‘거액’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F씨는 교도소에 가고 말았다. 사연은 이렇다. F씨가 전화를 걸자 업체 직원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현금을 전달받아서 송금해주면 되는 일이다. 상대방에게는 검사 심부름으로 왔다고 하고 금융위원회 명의의 서류를 보여주고 위 서류에 사인을 받은 다음 현금을 받아오면 그 돈의 5%를 수당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실제로 위조된 서류를 갖고 업주가 시키는 대로 이미 속은 피해자들에게 불법자금 조사 협조공문이라는 위조된 공문서를 보여주고 수백만원씩을 받아왔다. 사흘간 총 2천800만원을 수금한 F씨는 수수료로 140만원을 챙겼던 것이다.

F씨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적극적인 가담으로 사기방조가 아니라 사기공범이 되어버렸다. 더 안타까운 것은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적발되지 않고 F씨만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F씨는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돈까지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대출이나 고수익을 미끼로 이렇게 자금 전달에 협조하거나 계좌를 빌려주는 행위는 사기 공범이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가담 정도에 따라 피해자들의 피해액 전부 또는 일부를 물어줘야 하는 민사적 책임도 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명심할 일이 있다. 주위에서 세금 때문에, 혹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 이 경우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더 나아가 장기간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고 사기방조ㆍ공범이 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월간조세 8월호에서는 사기의 구체적인 사례와 대책ㆍ예방법에 대해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