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8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큰 골격은 소득재분배의 실천, 소득과 자산과의 과세형평성 제고, 일자리 창출 및 혁신성장에 대한 세제지원 및 불합리한 조세제도 개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세법개정안의 특징 중 하나는 본격적인 증세정책 수립보다는, 거둔 세금을 근로장려세제(EITC)의 확대시행을 통해 저소득층에 나누어줘서 소득재분배 정책을 구현하며 이른바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점이 눈에 띤다.

하지만 어느 정책이라도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경우에는 그 상환부담을 현세대가 아닌 후세대에게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보면 방향성(소득재분배)은 페어웨이(fairway)에 안착을 했으나 비거리(세수입)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 등의 세제지원 방안은, 벙커(bunker)에 빠진 골프공을 기존의 방법으로 타격할 때 오히려 모래 속에 더 깊숙하게 박힐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이전의 방법을 재탕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어 그 효과가 의문스러우며, 특히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조심이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세금을 걷는 원천을 보면 크게 소득, 재산, 소비로 대별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중 소득에 대한 소득세 세율과 법인세 세율을 인상하여 소득증세를 하였다. 그리고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재산에 대해 미미하지만 일부 증세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소비의 분야는 국민전체가 대상자로 되는 보편증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과세대상 소득의 확대나 세율 인상 등의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보여진다.

반면, 세법은 세금을 징수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거둔 세금을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른 바 부(負)의 소득세(일명 ‘마이너스 소득세’) 역할을 하는 근로소득장려세제가 바로 그것이다.

소득세제 목적 중 하나는 소득의 재분배역할이다(「소득세법」 제1조). 소득세제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의 재분배란 고소득자가 부담한 세금이 저소득자에게 흘러 들어감을 의미한다. 이를 구현한 대표적인 정책 중의 하나가 「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2에서 규정하는 근로장려세제(EITC)이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적용대상자는 2배(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로 그리고 지급금액은 3배(1조2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로 확대하고 지급시기도 연 1회에서 2회로 증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제야 이렇게 확대하는지 유감이다. 국가재정건전성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인상과 관련하여 근로소득장려세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앞서 설명한 소득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재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아도 이와 같은 추세가 입증된다. 상위 1%인 13만9000명이 보유한 주택은 90만6000채로 1인당 평균 6.5채 꼴이다. 1인당 3.2채였던 2007년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2배로 불어났다.

소득이 많으면 소득세를 많이 내듯, 재산이 많으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헌법이 말하는 조세공평부담원칙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안은 이 원칙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산세 부과는 (① 공시가격 × ② 공정시장 반영비율 × ③ 세율)을 기본구조로 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②와 ③을 담고 있지만 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현재 투기지역으로 보고 있는, 이른 바 강남3구의 공시가격은 시장가격의 60% 남짓에 불과하다. 이를 외면한 재산세는 재산재분배 입장에서 보면 평가받기 어렵다.

물론 공시가격을 시장가격에 근접시킬 경우, 재산을 보유한 모든 자에게 영향이 미치므로 정부가 불편해 하는 ‘보편증세’의 성격을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이해가 되기는 하다. 그렇다면 1주택 소유자를 제외하고 다주택 소유자에게 한정하여 적용하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동산투기근절과 해당 투기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야 말로 재산재분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

진정으로 재산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세법이 치유하고 싶다면 부유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른 바 부자들은 부동산 못지않게 동산(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자산)도 많이 소유하고 있다. 비중으로 따지면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 현행 부동산세제는 부동산에 대해서 보유세를 부과하지만 동산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30억원의 부동산과 30억원의 동산(채권이나 펀드, 주식 또는 예금)을 가지고 있는 부자에게 전자에 대해서만 보유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는가?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일자리 창출과 유지를 위해 위기지역 내 창업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ㆍ연장하거나 확대를 하고 있다. 지역특구 세액감면제도를 고용친화적으로 유도하는 내용 및 해외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시 세액감면 대상 확대 및 적용기한 연장의 내용도 있다. 아울러 혁신성장을 위한 R&D 비용의 세액공제나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세법이 앞장서기 보다는 기업이해야 할 일이다. 돈 벌이가 된다면 세제지원이 없더라도 기업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모셔다가 기업활동을 한다. 고용창출이나 포용적 경제성장은 요란한 구호나 박제된 이념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규제나 제도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세무조사는 기본적으로 과세관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납세자의 권리가 법과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만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납세자의 권리보장은 성실한 납세자에 대해서 더욱 그러해야 하지만,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하는 불성실사업자에게는 성실납세자와의 형평을 위해서라도 더욱 엄중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성실납세자를 불성실납세자로 만든(불성실납세자를 그대로 불성실납세자로 남게 만든) 변호사 등 세무조력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2항에 따르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과세표준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게 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하게 한 자, 또는 조세의 징수나 납부를 하지 않을 것을 선동하거나 교사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탈세의 배후에는 이들 유명 세무조력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따라서 이 조항을 개정하여, 일정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여 심할 경우 전문 자격까지도 박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세무조사과정에서 벌어지는 세무공무무원에 대한 납세자의 녹음권 보장과 세무조력인에 대한 과세관청의 처벌강화 방안이 균형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직도 강압적인 세무조사가 존재하고 있고, 입증책임에 관한 법조문의 미비와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례도 다양한 만큼,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권 보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과정을 녹화하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취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납세자의 권리보장 못지않게 세무공무원의 정당한 세무조사권한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재벌기업의 이른 바 ‘갑질’ 논란 못지않게, 과세관청의 납세자에 대한 ‘갑질’ 역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무공무원 모두가 방송국 아나운서처럼 조리있게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고, 학자들처럼 논리적으로 글 쓰는 능력이 모두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투리와 억양 등 언어습관, 생활습관과 전통이 서로 다른 지역(또는 서로 다른 세대) 출신의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과정에서 만났을 때, 피차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녹음권 보장 규정은 보다 정교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5년간 재정적자가 2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청와대에 설치된 국가재정 특위의 제안 중 금융소득의 분리과세 상한선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하하고자 하였는데, 정작 기획재정부가 거절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금융소득 1,000만원을 얻기 위해서 금융자본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자율을 감안하면 최소한 5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며, 이 금액에 대해서까지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국가재정건전성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할 금도인 것이다. 빚내서 하는 복지라면 누구인들 못하겠는가? 가계도 마찬가지이지만, 국가도 수입의 범위 내에서 지출을 하여야 한다. 이른바 페이고(Pay Go) 원칙이 바로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전 정부의 재정정책이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감세를 하면서도 정부지출을 늘리고, 그 부담을 치졸하게 후대에 떠 넘겼다는 점 아니겠는가!

위와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전체적으로 볼 때 방향성은 충분히 이해가 되나 국가재정건전성의 입장에서 비거리가 부족한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물론 세법개정안의 제출은 정부만이 하는 것은 아니라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도 할 수 있지만, 집권세력의 세금정책의 철학과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득과 재산에 대한 부익부빈익빈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근로소득장려세제의 확대는 그런 점에서 시의성이 있다. 재산의 경우에는 부유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치권에서 국가부채비율의 상한선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세출예산을 확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 안에서 페이고(PAY GO) 원칙에 따라, 세입의 범위 내에서 세출이 이뤄지도록 세입과 세출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세법과 세제는 국가의 주인인 성실한 납세자를 관용적으로 맞이하는 태도로 전환이 필요하고 동시에 불성실납세자 및 그를 도와주는 세무조력인에 대한 처벌을 현행 보다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알곡과 쭉정이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