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수형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제도로 생명형 혹은 극형이라고도 부른다. 사형은 고대부터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고조선의 8조금법에 “사람을 살해한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조항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오살(五殺)과 참형, 효수(梟首), 기시(棄市) 등 다양하고 잔혹한 방법이 있었으나 갑오경장때 폐지되었다. 현행 「형법」 제66조에 따르면 교수형을 선택하게 하고, 군형법은 총살형을 규정하고 있다. 범죄행위시 18세 미만인 소년에게는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형 집행은 형법에 따라 교도소에서 교수형을 행하는 방법을 취한다.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있어야 집행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사형집행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제도는 있으나 집행은 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현재 사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61명이다.

현재 사형범죄는 살인, 강간살인, 방화치사로 인명을 빼앗는 범죄와 내란, 간첩죄 등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범죄에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아직도 정치범, 공안사범 중에서도 법정형이 사형인 죄가 많다는 점이다.

1948년 건국 이후 1997년까지 모두 920명이 사형집행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 중 살인, 강도살인, 존속살해 등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경우가 562명이고, 국가보안법, 반공법, 긴급조치위반 등의 사상ㆍ정치범이 254명이다. 과거로 올라갈수록 정치적인 이유로 사형을 당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사람을 살해하는 범죄가 아니면 사형이 선고되는 사례를 볼 수 없다. 하지만 현행 사형범죄 중에서 법정형을 사형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형존치론자들의 주장은 어떤 것일까? 간추리면 이렇다. 즉 ▲ 흉악범 등 중대범죄는 사형으로 위하하지 않으면 법익보호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고 ▲ 사형은 범죄억제 효과가 있으며 ▲ 살인자는 생명을 박탈당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법 감정이어서 ▲ 극악한 인물은 국가사회의 방위를 위해서 완전히 제거되어야 할 뿐 아니라 ▲ 국가의 재정적 부담도 덜어주기 때문에 사형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한. 다시 말해 ▲ 사형은 야만적이고 잔혹하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 사람을 살해한 행위를 국가가 비난하면서 국가 자신이 살인을 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맞선다. 또한 ▲ 사형은 형벌의 개선적, 교육적 기능을 전혀 달성할 수 없고 ▲ 범죄억제적 효과가 약하고 특히 특정한 흉악범이나 정치적 확신범에 대하여는 무력하며, 결정적으로 ▲ 오판에 의한 사형의 집행은 영구적으로 회복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사형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다. 대법원은 그동안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서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허용된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대법원은 사형이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2001도6425, 2005도 4178 판결 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은 어떤 것일까? 조금 길지만 판례를 보자.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도924, 2003.6.13. 판결 등)

법원은 사형제가 극히 예외적이나마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생명을 박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사형제도에 관하여 수차례 합헌결정을 해왔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대해 ‘필요악’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아니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위헌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는 법익균형성원칙에 지배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08헌가23, 2010.2.25. 결정).

다만 가장 최근인 2010년에는 전체 재판관 9인 중 4인이 위헌견해(일부 위헌 포함)를 표시하였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재판관은 ‘사형제도가 실효성을 상실하여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며, 절대적 종신형제 등 대체 수단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생명권을 박탁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형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해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도 “사형을 형벌로써 계속 존치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찬반의 논의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위하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된다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은 곧바로 폐지되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써 사형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95헌바1, 1996.11.28.)고 판시한 바 있다.

최근 사형선고 횟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어드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에는 연간 1, 2건에 불과하다.

또한 사형과 무기징역형을 합한 숫자 중에서 무기징역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법원이 사형선고를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1심의 사형선고 사건도 2심과 3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사례도 발견된다. 1997년 12월 당시 김영삼 정부는 23명의 사형수에 대해 사형집행을 했다. 그해 789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다음해 살인범죄는 966건으로 늘었다. 사형집행이 살인사건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주기 어려운 수치다.

국제앰네스티 자료에 따르면 흔히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일본, 한국, 미국뿐이다. 사형제도가 없거나 사실상 폐지한 국가는 100개국이 넘어서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단순하게 사형존치나 폐지냐로 접근하는 견해는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사형제를 당장 폐기하는 어렵더라도 사형제가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제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 입법적으로 사형규정의 대폭 축소 ▲ 사형은 규정하되 현실적인 시행은 억제하는 방안 ▲ 일정기간 사형의 집행을 유보한 뒤 개선효과를 재평가하여 무기형으로 전환하는 등 집행 제한 방법 ▲ 사형선고에 법관의 전원일치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 ▲ 오판가능성의 방지(재심확대 등)에 대한 대책 등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형사 재판에서 정치적 악용 가능성과 오판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내란음모 사형판결 사건이다. 만일 김 전대통령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면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명예가 회복되었더라도 생명에 대한 회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99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치과의사 모녀 사망사건도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1심 사형을 시작으로 사형과 무죄를 오간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같은 사건에서 유죄와 무죄를 오가는 것은 인간이 행하는 재판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사형제 존치 입장에서는 범죄자의 영구격리를 내세운다. 만일 흉악범 등을 사회와 영구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면 사형제 대신 감형없는 종신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생명형인 사형은 재산형이나 자유형과는 달리 오판을 되돌리거나 피해를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흉악 범죄를 당한 피해자 쪽과 가해자 쪽의 처지와 심정은 다를 것이다. 또한 대중의 여론과 판결을 선고하는 판사의 입장도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일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형 집행 중단 20년, 우리 사회는 이제 이분법에서 벗어나 더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