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세기본법은 1996년 12월 30일 개정시 납세자의 권익향상과 세정의 선진화를 위하여 납세자권리헌장을 제정ㆍ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제7장의2를 신설하면서 ‘세무조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법률 상 세무조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2011년 12월 31일 개정을 통하여 제81조의2 제2항 제1호에서 납세자권리헌장 교부사유를 기존의 ‘조세범칙조사’에서 세무조사로 확대하면서 그 정의규정을 두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세무조사를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ㆍ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ㆍ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경우(「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조세범칙조사를 포함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국세청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세무조사의 기본적인 사항과 사무처리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국세기본법과 각 세법 및 관계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법하고 공정ㆍ투명한 조사사무의 집행을 목적으로 한다. 「조사사무처리규정」 제3조 제1호에서는 “세무조사란 각 세법에 규정하는 질문조사권 또는 질문검사권에 근거하여 조사공무원이 납세자의 국세에 관한 정확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조사계획에 의해 세무조사 사전통지 또는 세무조사 통지를 실시한 후 납세자 또는 납세자와 거래가 있다고 인정되는자 등을 상대로 질문하고, 장부ㆍ서류ㆍ물건 등을 검사ㆍ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행위를 말하며, 「국세기본법」과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라 일반세무조사와 조세범칙조사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세기본법과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조사의 내용은 그 목적, 행위, 주체에 있어서는 거의 유사하지만 국세기본법에서 세무조사의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르게, 훈령에서는 납세자 또는 납세자와 거래가 있다고 인정되는자 등으로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한편, 동 규정 제3조 제2호에서는 ‘현장확인’이라는 개념을 따로 정의하고 있고, 제12조 제1항 단서에서 현장확인은 세무조사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은 행정규칙으로서 원칙적으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준칙에 불과하므로, 이 현장확인이라는 개념을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대법원의 판례도 역시 세무공무원의 조사행위가 실질적으로 납세자 등으로 하여금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수인하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세청 훈령인 구 조사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현지확인’의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서 규정의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대법원 2014두8360, 2017.3.17. 판결.).

국세청은 ‘전화질문, 우편질문, 장부 및 서류의 제출요구, 사후검증, 현장확인, 감사부서의 감사, 세무조사’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납세자 세무신고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러한 수단들은 기본적으로 각 세법에 규정된 질문ㆍ조사권이 발동하여 나타나는 것인데, 문제는 과세관청의 업무발동의 근거인 개별세법상 질문ㆍ조사권의 규정이 세무조사 정의에 관해 규정된 「국세기본법」 제81조의2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양 규정은 납세자에게 ‘질문하거나 해당 장부ㆍ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한다’는 점에서 그 행위요건이 동일하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질문ㆍ조사권의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으로 인해,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세무조사의 절차가 적용되는 범위가 불분명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세무공무원이 납세자의 신고내용에 대한 의문으로 세무대리인 또는 납세자에게 전화를 하여 문의하는 경우에도 세무조사의 절차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인 것이다. 만일, 과세관청의 어떠한 행위가 세무조사에 해당하게 되면, 국세기본법 상 세무조사 절차 규정이 적용되는데,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서 과세관청의 행위는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이 되고, 경우에 따라 그 하자로 인해 과세관청의 행위가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두911, 2014.6.26. 판결). 만약 이러한 전화질문을 세무조사로 본다면, 일단 전화질문을 한 후에는 재조사 금지 규정이 적용되어 그 후에는 세무조사를 할 수 없으며(「국세기본법」 제81조의4), 과세관청은 10일전에 사전통지를 해야 하며(「국세기본법」 제81조의7), 세무조사 기간 및 범위확대의 제한 등 절차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9).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간단한 질문조사권 행사로 충분한 사안도 향후 재조사 금지규정이 적용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체 과세기간에 대해 정식의 세무조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¹⁾. 이 경우 납세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정식의 세무조사를 받게 되어 오히려 납세자 부담이 증가하고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세기본법의 취지와 달리 납세자 권익이 침해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또한 과세관청도 불필요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게 되어 행정력이 낭비되고 탈세혐의가 큰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처럼 개별세법상 질문ㆍ조사권과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세무조사가 명확히 구분될 필요가 있음에도, 현재로서는 과세관청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 따라서 단순한 질문ㆍ조사권의 행사에 불과한 것인지 또는 세무조사에 해당하는 것인지 불분명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국세기본법상에서 세무조사의 정의를 보다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 따르면 세무공무원은 열거된 사유 외에는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열거된 각 호의 사유는 다음과 같다.

• ①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 ②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 ③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 ④ 불복청구 또는 과세전적부심사²⁾에 따른 재조사 결정에 따라 조사를 하는 경우(결정서 주문에 기재된 범위의 조사에 한정한다)
• ⑤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제공을 알선한 경우
• ⑥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와 유사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³⁾

위 조문에 따라서 금지하는 재조사(2차 세무조사)를 중복조사라 하며, 중복조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1차적으로 ‘같은 세목 및 같은 기간’에 대한 조사인지 여부로 결정된다. 즉, 1차 세무조사와 다른 세목 또는 다른 과세기간에 대한 조사라면 2차 세무조사는 통합조사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한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명시된 1차적인 기준 외에, 위 조문과 관련하여 판례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쟁점은 세무조사(1차 세무조사) 이후에 이루어진 재조사(2차 세무조사)가 중복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중복조사 금지의 예외사유에 대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분조사 이후에 이루어진 재조사가 중복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개별세법상 질문ㆍ조사권의 행사 및 조사사무처리규정에 근거한 현장확인이 1차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2차 세무조사가 국세기본법 상 제한하고 있는 중복조사에 해당하는지가 결정된다. 또한 개별 사안별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허용되는 중복조사인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므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조사사무처리규정」 제12조 제3항에서는 부분조사를 실시한 납세자에 대하여 전부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부분조사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실무 상 과세관청은 이 조항의 반대해석으로 부분적으로만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 그 부분을 제외하고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 중복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왔다. 그러나 ‘대법원 2014두12062, 2015.2.26. 판결’에 의하여 이러한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복조사의 제한과 허용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간략히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⁴⁾

• 첫째, 중복조사 금지의 원칙 본문에 규정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재조사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판례는 법에 명시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2차 세무조사는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 둘째, 중복조사 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국세기본법에서는 6가지 사유를 들고 있는데, 여기서 주로 문제가 되는 규정은 제1호의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이며, 판례에서는 ‘조세의 탈루사실에 확인될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되는 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 셋째, 개별세법상 질문ㆍ조사권의 행사를 (1차) 세무조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판례는 개별 세법이 정한 질문ㆍ조사권은 세무조사 절차에 대하여 국세기본법이 정하는 요건과 한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 넷째, 조사사무처리규정에 근거하는 부분조사 및 현장확인이 (1차)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판례는 부분조사와 현장확인에 대해서 원칙적 해당설에 입각하여 세무조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고,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중복조사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다섯째, 위 4가지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쟁점으로 주로 과세관청의 경정처분 및 재경정처분이 (1차)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다.

이러한 5가지 유형의 쟁점사유들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국세청 심사결정례 및 조세심판원 심판결정례가 어떻게 분포하고 있으며, 그 인용여부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법원 판례는 13건이 존재하는데, 이 중 10건이 국가가 패소한 사안이었으며 5가지 유형과 세목별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국가가 승소한 사안은 3건이 있었고, 구체적으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해서 1건, 예외사유 제1호에 대해 2건이 기각되었다. 국세청 심사청구의 경우 총 13건이 청구되었으나 중복조사에 대하여 심사하지 않은 1건을 제외한 12건이 모두 기각되었다.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의 경우 총 105건이 청구되었으나 중복조사에 대하여 심사하지 않은 5건을 제외한 100건 중에서 5건이 인용되었다. 인용된 5건은 세목별로는 법인세 1건, 소득세 2건, 부가가치세 2건이며, 쟁점별로는 2차 세무조사가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건과 중복조사의 예외사유 제1호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3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모든 불복 사례에서 중복조사 금지의 예외사유 중 제5호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제공을 알선한 경우’로 인한 다툼은 1건도 없었다. 이러한 현황의 특이점은 심사청구와 심판청구 모두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의 정의가 규정된 2011년 12월 31일 이후부터 급격하게 청구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현장확인 및 질문ㆍ조사권과 탈루혐의를 인정할 만한 사항인지 여부에 대한 청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중복조사와 관련한 불복사건의 인용률은 2015기준 심사청구 인용률 22.4%(과거 5년 평균 22.6%) 및 2016년 기준 심판청구인용률 25.3%(과거 5년 평균 24.9%)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