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

이런 권리는 어디서부터 나올까? 바로 대한민국 헌법이다. 법 중의 법인 헌법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국가권력의 남용과 인권 침해를 감시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법원, 검찰 등 법을 집행, 적용하는 기관은 물론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이번엔 기본권과 관련된 헌법 조항을 조금 더 살펴보자. 10조에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12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양심의 자유(19조)와 종교의 자유(20조)도 헌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권은 항상 조화를 이루기만 할까. 가끔은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기도 한다. 예컨대 생명권과 종교의 자유가 충돌한다면 법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다소 민감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호에서 다룰 내용이다. 그 밖에 종교행위와 법률에 대한 사건도 함께 살펴보자.

병원 진료행위에서 환자의 동의와 선택(자기결정권)은 필수요소다. 법원도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로 본다. 신생아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신생아는 의사를 표시할 능력이 없어서 친권자인 부모가 대신 동의를 하게 된다.

의사가 최선의 방식이라고 제시한 치료 방법을, 환자의 부모가 종교적 이유로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친권행사가 자녀의 생명ㆍ신체의 유지,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존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A양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적절하고 필수적인 치료방법은 수혈을 수반하는 수술”이라며 그런데도 “종교의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고 있는 부모들의 행위는 정당한 친권행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A양의 의사에 대해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임을 고려한다면 A양은 수혈에 동의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비록 부모들이 종교의 자유를 가지고 있어 수혈에 대한 동의를 강제할 수 없다 할지라도 생명권은 다른 기본권보다 우선되어야 하고, 긴급한 사정 등을 볼 때 수혈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부모들이 수혈 행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병원 측의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판단은, 생명권이 없으면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다른 어떤 기본권도 있을 수 없으므로 생명권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결과가 나오자 A양의 부모는 무수혈 수술을 받기 위해 B병원에서 C병원으로 옮겼으나 A양은 수술을 받기 전 사망하고 말았다. 몇 년 전 일이지만 종교적 신념과 생명권에 대한 고민을 던져 준 사건이었다.

한편 수혈거부와 관련 대표적인 판례가 있다. 1980년 대법원 판결이다. 11살 소녀가 전격성간염에 걸렸다. 장내출혈의 증세까지 보여 병원에서는 최선의 치료법으로 수혈을 권유하였으나 소녀의 어머니는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완강하게 거부ㆍ방해하였고 얼마 후 소녀는 사망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 대법원은 어머니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 처벌하였다. 마치 딸을 위험한 장소에 두고 떠나서 죽게 한 경우와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수혈 거부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1980년 대법원은 D양의 어머니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 처벌했다. 마치 딸을 위험한 장소에 홀로 두고 떠나서 죽게 한 경우와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소녀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수혈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소녀는 아직 사리를 변식할 지능이 없다고 보아야 마땅하다”며 어머니의 죄를 인정했다. 생명권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취지다.

“생모가 사망의 위험이 예견되는 그 딸에 대하여는 수혈이 최선의 치료방법이라는 의사의 권유를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후유증 발생의 염려만을 이유로 완강하게 거부하고 방해하였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요부조자를 위험한 장소에 두고 떠난 경우나 다름이 없다고 할 것이고 그때 사리를 변식할 지능이 없다고 보아야 마땅한 11세 남짓의 환자본인 역시 수혈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생모의 수혈거부 행위가 위법한 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79도1387, 1980. 9. 24. 판결)

이번엔 종교적 행위가 법률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는지 생각해 보자. 먼저 안수기도가 법정까지 온 사례이다.

안수기도의 효과를 믿을지 말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기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신체의 접촉을 허용할지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법원은 “손을 얹거나 약간 누르는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종교적 기도 행위의 일환으로서 기도에 의한 염원 내지 의사가 상대방에게 심리적 또는 영적인 것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상대방의 신체의 일부에 가볍게 손을 얹거나 약간 누르면서 병의 치유를 간절히 기도하는 행위는 목적과 수단에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 기도 행위를 마치 의료적으로 효과가 있는 치료 행위인양 내세워 환자를 끌어들인 다음 환자의 신체에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유형력을 행사하고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압해 상해까지 입힌 경우라면 비록 안수기도라도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설사 환자의 승낙이 있더라도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기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례 속의 G씨도 상해죄가 인정되어 벌금형을 받았다.

법이 종교 활동에 깊숙하게 개입하면 안 되겠지만 반대로 종교가 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어긋나게 활동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마지막으로 종교의 대가로 지불하는 금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안수기도의 대가로 낸 헌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애기하자면, 소액을 사례비 조로 혹은 헌금 명목으로 냈다면 돌려받기 힘들다. 하지만 기도를 해 준 사람이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아주 큰 금액을 내도록 유도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

법원은 H씨의 행동이 종교 행위로서 허용 한계를 벗어난다고 봤다. 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상태에 처한 I씨에게 자신이 병을 치료할 능력이 있고,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딸이 낫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속여 고액의 헌금을 요구한 점은 안수기도 정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H씨가 I씨를 기망해(속여서) 헌금 명목으로 돈을 편취했다”며 돈을 전부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무속인이 행하는 굿과 관련한 분쟁도 가끔씩 눈에 띈다. 거액의 돈을 들여서 굿을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속인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상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일률적이지 않다. 만일 무속인이 굿을 하지 않았다거나 돈을 편취할 의도로 상대를 속인 사실이 명백하였다면 사기죄가 인정되고, 민사상으로도 부당이득금 반환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굿값을 받았는데도 효과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법적인 책임이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굿을 하는 과정에서 직ㆍ간접적으로 마음의 위안과 평정을 얻게 되는 속성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