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은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데 있다.⁵⁾
구체적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각 호와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각 호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계약의 해제나 취소와 같이 납세의무 성립 후에 일정한 사정변경이 생긴 경우이다. 두 번째는 원래 있었던 오류를 정정하는 것일 뿐이어서 엄격한 의미에서는 사후적인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지만 당초 신고나 당초 부과처분 당시에는 이를 주장ㆍ증명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음을 고려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특별히 규정한 것이다. 두 번째 종류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의 제2항 제1호나 제2호의 사유를 들 수 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는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판결에는 법률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형성판결은 물론 종래의 법률관계를 확인하는 확인판결, 일정한 급부 등의 이행을 명하는 이행판결이 포함된다. 그 중 형성판결은 첫번째 종류에 해당하지만, 확인판결이나 이행판결은 대부분 두번째 종류에 해당한다. 그리고 같은 항 제2호의 ‘소득이나 그 밖의 과세물건의 귀속을 제3자에게로 변경시키는 결정 또는 경정이 있을 때’도 두번째 종류에 해당한다.

두번째 종류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대해서는 법인세에서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됨에는 별 의문이 없다. 이러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는 엄격히 말하면 사후적으로 사정변경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납세자가 당초에는 이를 주장ㆍ증명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음을 고려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법인세라고 하여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번째 종류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즉 계약의 해제나 취소의 경우와 같이 당초 행위나 법률관계의 효력을 후발적으로 변경시키는 사유에 대해서는 법인세에서 굳이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할 필요가 있느냐에 관해서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부정설의 논거로는, ① 법인세법이 계속기업을 전제로 하여 일정 기간을 단위로 손익을 계산하는 기간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고,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대손금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업연도의 손금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대량으로 경상적ㆍ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상품판매 등의 경우 매출에누리나 대금감액이 빈번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도 후발적 사유가 생긴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익금에서 차감하거나 손금에 산입하게 되면, 납세자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때마다 매출이 이루어진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경정을 청구하여야 하는 절차상 번거로운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긍정설은, ① 권리확정주의의 채택에 따른 사후조정의 요청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의 입법 취지 등에 부합하고, ②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및 제2항,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의 문언상 법인세에 대하여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하지 않을 근거가 없으며, ③ 부정설을 취하게 되면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휴ㆍ폐업한 경우 또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후발적 사유의 발생에 따른 손금을 상쇄할 정도의 충분한 익금이 없는 경우(특히 결손의 경우)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논거로 한다.⁶⁾
이 문제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2011두1245, 2013.12.26. 판결에서 나왔다. 위 판결에서는 사업상의 필요에 의한 매매대금의 감액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다. 위 판결은,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그 전제를 상실하여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긍정설을 취하면서 “다만 ① 대손금과 같이 법인세법이나 관련 법령에서 특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아니한 소득금액을 그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대한 차감사유 등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나, ② 경상적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에누리나 매출환입과 같은 후발적 사유에 대하여 납세의무자가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에 따라 그러한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해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은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하여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였다.

그 후 선행 판결들⁷⁾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아파트 분양계약의 해제가 문제된 사안에서 위 대법원 2011두1245, 2013.12.26.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존재를 긍정하였다. 이는 대법원이 분양계약의 해제와 관련하여서는 위 대법원 2011두1245, 2013.12.26. 판결에서 말한 두 번째 예외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음을 의미한다. 만약 선행 사건들에서 ‘분양계약의 해제에 대하여 그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이 있고, 해당 원고들이 그러한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에 따라 법인세를 신고해 왔다’는 점이 인정되었다면, 원고들의 후발적 경정청구는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인 피고는, 항소심에서 예비적으로 분양계약의 해제에 대해서는 위 대법원 2011두1245, 2013.12.26. 판결에서 말한 두번째 예외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⁸⁾ 실제로도 분양계약 해제의 경우 이를 해제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매출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 판결들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에서는 결국 부칙 규정, 그중에서도 ‘적용례’ 규정의 해석이 문제되었다. 따라서 부칙의 적용례 규정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령의 개정이 있을 경우 ‘시행일’만 정해 놓으면 그 이후에 생기는 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그 법령이 당연히 적용되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대상부터 적용한다고 하는 것을 명기하지 않더라도 그 적용대상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시행일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신ㆍ구 법령의 적용관계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이에 전부 개정은 물론 일부 개정 법령의 경우에도 부칙으로 신ㆍ구 법령의 적용 구분 등에 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적용례’ 규정이다. 즉, 개정된 법령이 어느 대상부터 적용할 것인지가 불분명한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두는 것이 적용례이다.

적용례는 다시 개정 조항 일반에 대하여 적용되는 ‘일반적 적용례’와 특정 조항에 대하여 적용되는 ‘개별적 적용례’로 나눌 수 있다. 개정 시행령 부칙은 제2조에서 “이 영은 2012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개시하는 사업연도 분부터 적용한다.”고 하여 일반적 적용례를 규정한 후 제3조 이하에서 여러 개별적 적용례를 규정하고 있다.⁹⁾
그런데 개정 시행령은 다른 개정 규정과 관련하여서는 대부분 개별적 적용례 규정을 두었으나, 이 사건 조항에 대해서는 별도의 개별적 적용례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일종의 입법미비로 볼 수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이 사건 조항의 적용 개시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의 문제로서, 원칙적으로는 이 사건 부칙조항의 해석 문제로 귀결된다. 즉 이 사건 부칙조항의 의미를 “분양계약의 해제시점이 2012년 1월 1일 이후이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라.”는 취지로 볼 것인지 아니면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이 2012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 법인세이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라”는 취지로 볼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 사건 부칙조항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대상판결은 이 사건 부칙조항이 이 사건 조항의 적용 개시시점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한 다음,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가 기본적으로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중시하여,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한하는 규정은 그 적용시기를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는 한 그 규정의 시행 이전의 사업연도에 대한 후발적 경정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개정 시행령의 적용대상을 원칙적으로 “2012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개시하는 사업연도 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사업연도 분’은 ‘사업연도 법인세’를 의미한다고 보기 자연스럽다. 그리고 만약 피고 주장과 같이 분양계약의 해제일을 기준으로 개정 시행령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동일 사업연도(예를들어 2008사업연도)의 법인세라도 분양계약의 해제시점에 따라 납세자별로 후발적 경정청구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형평에 반한다. 그리고 이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소급입법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칙조항은 그 해석상으로도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이 된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개정 시행령의 적용대상인지를 판단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¹⁰⁾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대신,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취지에서 시작하여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¹¹⁾ 그만큼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도입된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취지를 중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상판결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결손금이 누적되어 있거나 사실상 휴ㆍ폐업 상태여서 차감할 익금이 없는 경우에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손익으로만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미흡하고 형평에도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비록 개정 시행령이 2012년 1월 1일 이후 개시된 사업연도 법인세부터는 적용될 수밖에 없지만, 그 입법이 적절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세당국으로서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도입한 제도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응능부담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 점에서 보면 대상판결은 단순히 개정 시행령이 적용 개시시점만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입법의 방향까지 시사(示唆)한 것으로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¹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