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검찰의 모 재벌기업에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해외법인과 관련이 있는데다가 일부 혐의자가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 지루했던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혐의 가운데는 수천억원의 증여세 조세포탈도 있다고 보도되었다. 그 동안 검찰이 수행하여 온 여러 재벌기업의 비리수사에 조세포탈이 빠진 적이 없다.
수사의 시작은 비리 첩보가 태반이지만 종착역 에서는 어김없이 조세포탈이 따라 온다. 법인이나 개인 모두 조세포탈죄 수사 개시는 존망이 걸리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수사기관이 일단 조세포탈에 혐의를 두고 조사를 개시하면 안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
수사기관 이 당초 겨냥하였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조세포탈로 가면 어쨌든 대상자를 기소할 꺼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납세의식 수준과 세정 관행은 법원이 인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준과 너무 어긋나 있다.
과세관청에 고발권을 주어 조세범 형사처벌 여 부에 대한 1차 권한을 주고 있다.
고발권은 조세범 처벌은 여느 형사처벌과는 다르다고 보아 과세관청에 재량을 인정한 것이다.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원활한 조세의 부과와 징수가 본래 직무이고 조세범 처벌은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조세범의 대표격인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다른 나라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우리는 조세범 처벌법을 따로 두어 일반포탈은 2년 이하의 징역, 포탈세액 2배 이하의 벌금(가중포탈은 3년 이하의 징역, 포탈세액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점에서는 다른 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다.
조세포탈도 뇌물죄나 상습강절도와 마찬가지로 특정범죄로 규정하여 연간 10억원 이상의 포탈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연간 5억원 이상의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에다 각기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이 병과된다.
참고로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10억원 이상 탈세와 버금간다.
이웃 일본은 2차 대전 전에는 조세범을 국가에 대한 납부의무 불이행에 불과하다고 보아 벌금형으로만 다스렸다.
전후 각 개별세법에 조세형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징역 5년 이하 벌금 500만엔 이하에 처한다. 독일도 일반포탈범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가중포탈은 6개월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영업적ㆍ조직적 포탈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미국은 연방세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달러(개인), 50만 달러(법인) 이하의 벌금형이다.
비교 법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 특가법상의 조세포탈죄의 법정형이 너무 높다.
그런데 일반 납세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실제 기소가 되어 법을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의외로 조세포탈로 인정 되는 범위가 넓은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을 팔 때 다운계약서를 만들어 양도소득세를 적게 신고하였다면 꼼짝없는 조세포탈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운계약서를 만들었다 하여 조세포탈로 고발되고 처벌까지 이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래서 다운계약서를 만드는 것이 조세포탈죄의 요건인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 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다.
특가법 요건인 조세포탈 연간 10억원은 대단히 큰 것 같지만 경제규모가 커진 요즈음 매출액이 큰 웬만한 중소 기업이라면 연간 10억원의 추징은 다반사이다.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백억원을 탈루세액을 추징하는 경우 특가법 해당 가능성이 많지만 실제 조세포탈로 고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쳇말로 법대로 한다면 현재 추징으로 끝나는 조사사건 중 많은 숫자가 특가법 적용대상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조세포탈로 처벌받는 것일까?
그 기준은 무엇인가가 문제이다.
과세관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하다가 조세포탈의 혐의가 인정되면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조사 후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담당하는 조세범칙심사위원회가 법적 기관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앞으로 좀 더 객관적인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운용기준은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결국 납세자는 조세포탈의 처벌에 대하여 수긍하기 보다는 운수소관 혹은 표적조사로 보는 것이 아닐까?
마치 교통법규 위반자 단속과 같이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나?
요즈음 교통법규 위반단속은 차량의 블랙박스, 곳곳에 설치된 CCTV, 속도자동측정기 등 거짓이 끼어 들 수 없는 기계적 장치의 이용으로 종전보다 위반 여부의 시비는 크게 줄었다.
세무조사, 범칙조사, 포탈수사에 이러한 기계장치가 그대로 들어올 수는 없지만 보다 객관적인 범칙전환 기준, 범칙심의에 납세자의 참여권 보장, 조세포탈 수사담당자의 전문화, 나아가 조세형사법관의 전문화 가 필요하다.
이제는 “꿩 아니면 닭” 식으로 조세포탈이라도 찾아내려는 수사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세형사벌은 역사적으로 볼 때도 조세징수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조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 엄중한 가산세가 따른다.
세액보다 큰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거기에다 형사처벌까지 가중된다면 기업은 존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 현행 조세범 처벌법은 2010년 전문개정된 것이다.
포탈유형을 유형화하는 등 진전이 있었으나 그 이후 의 적용실태에 대하여서는 변변한 연구가 없다.
다만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조세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여 2013년 시행에 들어갔으나 법정형의 틀에서 정한 것이 므로 입법론적 적정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물망을 넓게 쳤다고 하여 고기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산세, 과태료, 형벌 세가지 조세제재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그 위반은 어김없이 법을 적용하여야 세법이 산다.
우선 조세범칙조사의 전환, 고발, 조세형사범으로 기소, 조세범 처벌에 이르기까지의 국세청, 검찰, 법원 등 관여 국 가기관은 조세범 처벌의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하여 우리 수준, 현실에 맞는 운용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때이다.
앞으로 조세벌의 적용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가법의 개정을 포함한 기존 조세형사사법의 틀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