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입구가 꽉 막혀 있다. 가장 큰 근원은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구직자와 구인자간 공급과 수요의 차이에서 발생하기도 하다. 전공 등 각 분야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구직자가 찾는 직업과 인력을 찾는 구인자간에 상호 불일치가 있다. 인문계와 자연계의 인력불균형도 심각하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하여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취업의 한 방편으로 청년창업이 떠오르고 있다. 창업을 통해 경제의 견인도 하고 청년실업도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자의 경력이나 지식 및 기술 등의 부족으로 인해 실패할 위험도가 매우 높다. 오히려 청년 본인보다도 부모들이 나서서 반대한다. 이 경우 청년창업이라 함은 대부분 벤처창업을 염두에 둔 것이다. 벤처창업은 창조경제와도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벤처창업이라는 성격으로 인하여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고, 높은 기술이 요구되며, 실패위험도 만만치 않지만, 성공하면 고용창출 등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세법에서도 벤처창업을 육성하고자 여러 조세혜택을 주고 있다. 벤처기업을 창업할 때 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이나 재산취득에 대해서도 조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벤처기업창업과 관련한 세제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관련 제도의 불비 내지 과세권자 혹은 납세자의 몰이해로 인하여 현실에서는 조세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이로 인해 과세권자와 납세자의 혼란도 상당하다. 이 글에서는 특히 벤처기업이 설립등기를 함에 있어서 등록면허세의 면제와 관련한 사례를 들어 살펴보고자 한다.
A회사는 2014년 봄에 설립을 하면서, 설립 전에 벤처기업확인기관으로부터 ‘예비벤처기업확인서’를 발급받았고, 설립직후 ‘벤처기업확인서’를 추가로 받았다. A회사는 설립시에 여러 사정상 등록면허세를 면제받지 않고 납부하였다. 그러나 설립 후 예비벤처기업확인서와 벤처기업확인서를 갖추어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면허세를 돌려 달라고 경정청구의 조세불복을 하였다. 그러나 거부처분을 받았다. 그 이유는 예비벤처기업확인과 벤처기업확인은 중소기업청고시인 「벤처기업의 확인요령」에 의하면 서로 구분하고 있고 평가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설립당시 업체명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예비벤처기업확인서만 갖고 등록면허세를 면제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경우 설립 전에는 ‘예비벤처기업확인서’만 발급되는 제도상의 문제로 인하여, 벤처창업으로 인한 법인설립등기시에는 등록면허세를 절대로 면제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국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세법규정은 사문화되는 것이다.
A회사가 설립될 당시의 「조세특례제한법」제119조 제2항 제3호를 살펴보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제2조의2 제1항 제2호다목에 따라 창업 중에 벤처기업으로 2014년 12월 31일까지 확인받은 중소기업이 그 확인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하는 법인설립 등기”에 대해서는 등록면허세가 면제되도록 되어 있었다. 다만, 이 「조세특례제한법」 제119조는 2014.12.23.에 삭제되었고, 그 대신 동 규정을 2014.12.31.부터 「지방세특례제한법」으로 옮겨 규정하고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제58조의3 제3항제2호에 의하면 “2016년 12월 31일까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의2 제1항 제2호다목에 따라 창업 중에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중소기업이 그 확인일부터 1년 이내에 하는 법인설립 등기”에 대해서 등록면허세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위에서 쟁점은 업체명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예비벤처기업확인서’만으로 벤처기업이 법인설립등기시에 부과되는 등록면허세를 면제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제25조에 의거 발급되는 ‘예비벤처기업확인서’에는 대표자, 소재지, 평가기관, 유효기간이 표시되어 있지만 업체명은 ‘null data’라고 표시되어 있다. 업체명이 기재되지 않은 이유는 아직 업체가 설립등기되지 않았고, 사업자등록도 되지 않는 등 사업이 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예비벤처기업확인을 받기 위해 제출된 서류에는 향후 등기할 업체명을 기재했으므로, 벤처기업확인기관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등기미필상태이며 사업이 개시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는 업체명을 ‘null data’라고 기재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과세권자가 동일소재지에서 동일 대표자가 법인설립등기를 한다면 동일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부인하고 등록면허세를 부과한다면 실질과세원칙을 간과한 조세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법인설립 전에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예비벤처기업확인서’만 받을 수밖에 없는 납세자의 사정을 살피지 아니한다면, 납세자는 절대로 등록면허세를 면제받지 못한다. 법인설립 후에만 발급할 수 있는 ‘벤처기업확인서’만을 인정하려는 과세권자의 자세는 벤처기업창업의 조세혜택에 대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된다. 이는 벤처기업의 창업과 관련된 등록면허세의 면제규정을 사문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설립 관련 등록면허세 혹은 부동산취득 관련 취득세는 등기이전에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에서 등기를 해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세권자는 등록면허세 혹은 취득세를 법인설립 전에 과세하면서, 납세자는 당해 세금에 대한 면제규정을 법인설립 전이라고 해서 불리하게 대접받는 것은 상호 대응되지 못한 조세행정의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A회사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심사청구의 조세불복을 하지 아니하고, 조세심판원에 곧바로 심판청구를 하였다. 그 결과 벤처기업확인기관이 벤처기업을 확인함에 있어서, 예비벤처기업확인과 벤처기업확인에 대한 요건과 확인절차를 별도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예비벤처기업확인서만으로도 「조세특례제한법」제119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법인설립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의 면제를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은 잘못 되었다고 보고 A회사의 청구주장을 받아들였다. 과세권자는 대법원(대법원 2009두14040, 2011.12.22. 판결) 에서도 ‘예비벤처기업확인서’에 의해 취득세등 부과처분 취소를 인용한 사례도 있음을 살폈어야 했다.
당해 지방자치단체는 예비벤처기업확인서만 갖고 벤처기업설립 관련 등록면허세를 한번도 면제해 준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면제받지 못한 벤처기업들은 경정청구를 하여 등록면허세를 돌려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과세권자인 지방자치단체도 해당 납세자에게 솔선하여 통보함으로써 등록면허세를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세권자는 과세명확주의에 의해 확대해석을 해서 무리하게 과세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질주의에 의거 납세자의 형편을 살피 지 아니하고 축소해석해서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과세하는 것도 곤란하다. 과세권자는 세법규정의 취지를 잘 살펴 사문화하지 않도록 판단함으로써 납세자권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