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작년 12월 26일에 출생한 둘째와 함께 산후조리원을 나와 부산에 있는 처가에 잠시 머무르고 있어 2015년 1월 16일 금요일 저녁, 저는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내려오면서 일부 언론사 기자들로부터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환급액이 대폭 감소해 ‘13월의 월급’에서 ‘13월의 폭탄’으로 됨에 따라, 새누리당 및 청와대에서는 선거 등에 악재가 발생하였으며, 야당에서는 눈속임 증세라고 공세를 필 예정이라는 언론 기사가 나왔는데 그 사실관계가 맞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잘못된 숫자 등 일부 내용을 정정해주고 연말정산 등 근로소득세 과세체계를 한참 설명해주느라 부산역으로 내려가는 2시간 내내 복도에서 통화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날이 115일간의 대장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그 당시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그저 저는 결국 백일도 제대로 못 챙겨준 곰 같은 둘째를 볼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울 뿐이었습니다.

1. 보완대책 마련 전까지

1.19. 세제실장께서 기자들에게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관련하여 백브리핑을 하고, 1.20. 경제부총리께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긴급 브리핑을 하였습니다.

소득세제의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취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근로장려금(EITC) 및 자녀장려금(CTC)에 활용할 계획이며, 금년 연말정산시에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과 함께 종전의 간이세액표 효과가 맞물려 연말정산 환급을 통한 소위 “13월의 월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 3월 연말정산 결과가 신고되면 이를 토대로 소득계층별 세부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며, 실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계층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 등을 고려하여 세부담이 적정화되도록 공제항목 및 공제율을 조정하는 등의 개편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근로자의 연말정산이 진행 중으로 관련 통계가 없는 상황이므로, 언론 등에서 제시하는 사례가 예외적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당정협의

1.20. 경제부총리 브리핑 자료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저녁을 먹으러 나갈 때 1.21. 당정협의가 잡혔으니 관련 안건을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당정협의 안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년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소득계층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 등을 고려해 세부담이 적정화되도록 ① 3자녀 이상 세액공제 확대 및 6세 이하 자녀세액공제 추가, ② 출생･입양세액공제 신설, ③ 연금계좌 세액공제율 확대, ④ 표준세액공제 확대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안건 내용을 만들 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2014년 소득분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향후 조세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로 추진한다면 정부는 이에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2013년 세법개정을 통해 다자녀ㆍ6세 이하ㆍ출산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하면서 1자녀에 대한 세제혜택이 확대되고, 출산 후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간 누적혜택은 종전에 비해 확대되며 저소득가구에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자녀장려금(CTC) 등 혜택을 보는 사람 수가 더 많은 방식으로의 개편이었으나, 일부 시민 단체 및 언론에서 2013년 세법개정이 마치 저출산 대책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도한 점을 감안하여 안건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1인가구에 대한 세부담도 완화해주기 위해 연금계좌 세액공제와 표준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도 추가되었습니다. 자녀세액공제 확대는 저출산시대에 자녀양육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준다는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보나, 특별공제 지출이 적어 세부담이 일부 상승할 수 있는 1인가구 근로자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개정방향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3. 분납 관련 소득세법 통과

연말정산 대응과정에서 문제가 된 5가지 사례, ① 자녀세액공제로의 전환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난 일부 다자녀 가구, ② 공제지출액이 적은 4,000만원 이하 1인가구 근로자, ③ 사적연금 불입액이 많은 5,500만원 이하 근로자, ④ 추가납부액이 많은 근로자, ⑤ 7,000만원 이상 근로자 중 ‘①~③’은 당정협의에서 밝힌 보완대책으로 해소할 수 있고, ‘⑤’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취지상 당초 개정시부터 세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소득구간인 점을 감안하여 추가 보완대책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④’는 추가납부액을 3개월간 분할하여 납부할 수 있도록 시급히 소득세법을 고쳐 적용토록 했습니다.

연말정산에서 추가납부액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결정세액과 작년 기납부세액과의 차액이 있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일부에서 ‘13월의 보너스’가 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④ 사례’를 마치 소득세제의 큰 문제점인 것처럼 부각시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1. 보완대책 마련과정

보완대책은 당초 2013년 세법개정안 발표시 5,500만원 이하자의 세부담이 평균적으로는 감소한다고 하였으나, 일부 근로자의 경우 세부담이 증가한 측면이 있어 이를 완화하되, 원천징수의무자의 협력비용 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마련하였습니다.

2013년 세법개정시 자녀 관련 소득공제와 의료비 등 특별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보장성보험료 및 연금계좌 세액공제율 12%를 적용함에 따라 2013년 세법 대비 세부담의 변동은 다음 4가지 변수를 통해 결정됩니다. ① 총급여, ② 가구구성(자녀 수, 6세 이하 자녀 수, 출산 여부), ③ 15% 공제지출액, ④ 12% 공제지출액. 상기 변수들을 활용해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법정금액만큼 부담하는 표준 근로자를 상정하여 엑셀에서 세부담 증감액을 확인할 수 있는 모형을 설정하였고, 이 모형을 통해 5,500만원 이하자의 세부담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됨에 따른 세부담 감소효과는 단순히 손으로 계산할 수 없었습니다. 예컨대 급여 2,000만원 근로자가 의료비 100만원 지출액이 있는 경우 100만원 × 한계세율 6%인 6만원이 세액공제액 15만원(100만원 × 세액공제율 15%)으로 바뀌어 단순히 △9만원만큼 세부담 감소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비 100만원을 소득공제하지 않음으로써 과세표준이 100만원만큼 상승하고 이에 따라 산출세액이 증가하여 근로소득세액공제도 확대되는 과정을 통해 의료비 100만원 소득공제 → 세액공제의 세부담 경감효과는 △9만원 이상(정확히 12.3만원＝ 9만원 ＋ 100만원×세율 6%×근로소득세액공제율 55%)이 됩니다. 게다가 근로소득공제 축소효과, 표준세액공제 적용 여부까지 고려해야면서 컴퓨터, 특히 신이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엑셀의 도움 없이는 상기 4가지 변수를 모두 고려하면서 보완대책을 통해 5,500만원 이하 모든 근로자의 세부담 완화 방안을 한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지급명세서 제출일 3.10.부터 보완대책 발표일 4.7.)동안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보완대책의 구체적인 방안은 상기와 같은 방법을 통해 모색할 수 있었으나, 정말 큰 도전과제는 전수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3월 연말정산 결과를 지켜보고 보완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3.10. 지급명세서 제출 이후 국세청에서 바로 관련 정보를 통계화하여 작업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직자 등 중복신고자 처리 문제, 서면신고자의 입력, 보완대책의 프로그래밍 및 오류 수정 등 국세청 실무자들과 관련 쟁점 협의를 밤낮없이 하였습니다. 차세대 TIS를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여 안정적으로 지급명세서 제출을 받도록 해야 하므로 국세청 실무자 분들은 분석작업과 동시에 지급명세서 제출도 받아야 해 큰 업무 부담을 겪고 있었으나,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주셔서 원활하게 분석결과가 도출될 수 있었습니다.

2. 연말정산 분석결과

3.20.까지 접수된 1,619만명을 분석한 결과 당초 언론에서 이야기하던 바와 달리, 환급자는 증가하고 추가납부자는 감소하였으며, 세법개정에 따른 효과는 당초 추계와 유사했습니다. 자녀 관련 소득공제의 자녀세액공제로의 전환은 1자녀 세액공제 신설로 인해 혜택을 보는 근로자가 세부담이 증가된 근로자보다 많았으며, 세액공제로의 전환으로 세부담이 감소된 사람이 많아 오히려 분석결과가 나온 후에는 언론 등에서 면세자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3. 보완대책 발표

보완대책에서 엑셀 모형에서는 5,500만원 이하에서 모두 세부담이 해소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국세청에서 4.4. 새벽에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약 3만명의 세부담 증가자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 원인을 살펴보니, 장애인보장성보험료가 있어 100만원 이상 보장성보험료를 지급한 근로자 2천명이 있어 이들의 세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장애인보장성보험료를 15%로 상향하는 대안을 추가하고, 나머지 근로자의 경우 급여수준에 비해 소득공제 대상 지출이 과다하거나, 건보료 등을 미납･적게 납부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로 이들도 완전히는 아니나 세부담의 대부분을 경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보완대책은 분석결과 나타난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부담 증가 해소에 중점을 두었고, 자녀양육, 중･저소득층 노후소득 보장 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구체화(①, ②, ③, ④)하고, 급여 2,500∼4,000만원 구간의 세부담 증가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보완대책(⑤)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보완대책으로 급여 5,500만원 이하 세부담 증가자를 거의 모두 해소하면서, 541만명에 대해 총 4,227억원(1인당 평균 8만원)의 세부담을 경감하게 되며, 급여 5,500만원 이하 세부담 증가자 205만명 중 202만명(98.5%)은 세부담 증가분이 전액 해소되고, 나머지(2.7만명)도 세부담 증가분의 90%를 경감하여 세부담 증가가 거의 해소되었습니다.

상기 보완대책의 내용을 담은 강석훈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2014년도 소득분부터 적용되고, 연말재정산을 해야하는 등의 세무행정 부담 등이 고려사항으로 지적되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급여 5,500~7,000만원 근로자에 대한 세부담 완화 방안을 야당에서 요구하면서 이것이 제일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간 논의 결과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63만원에서 66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로써 확정된 보완대책에 따라 638만명에게 4,560억원(1인당 평균 7.1만원)을 환급해주게 되었습니다.

이번 보완대책으로 급여 5,500만원 이하 세부담 증가자는 거의 모두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면세자가 급증하게 된 부분이 계속 지적되었고, 결국 조세소위 부대의견으로 면세자 축소 방안을 6월 국회의 조세소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 향후 면세자를 축소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만, 개인적 견해로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적정 세부담 수준과 관련되는 것인 만큼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추진되어야 할 사항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