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변호사로서 A를 통하여 지주들의 토지보상금 청구사건을 수임하였다. 원고는 위 사건에서 승소할 경우 토지보상금 중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A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 중 자신의 보수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지주들에게 송금하기로 하였다. 지주들도 이에 합의한 바 있다. 원고는 2005년 4월경 위 사건에서 승소한 후 A에게 토지보상금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이하 ‘이 사건 소득금액’)을 송금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A의 이 사건 소득금액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지는 아니하였다. 과세관청인 피고는 원고가 지주들로부터 A에게 기타소득에 해당하는 이 사건 소득금액을 지급할 권한을 위임받았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득금액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여 2009.4.1. 원고에게 원천징수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였다. 　

구 소득세법(법률 제7528호, 2005.5.31.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원천징수를 하여야 할 자를 대리하거나 위임을 받은 자의 행위는 수권 또는 위임의 범위 안에서 본인 또는 위임인의 행위로 보아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규정의 ‘원천징수를 하여야 할 자를 대리하거나 위임을 받은 자’는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징수업무, 즉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한 소득세를 관할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을 수권 또는 위임받은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원천징수업무의 위임은 명시적으로 뿐만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나,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명시적 위임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임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소득금액을 지급하여야 할 자를 대리하거나 그로부터 위임을 받아 원천징수대상 소득의 발생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등을 하고 그 소득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원천징수업무의 묵시적 위임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건 규정은 ‘원천징수를 하여야 할 자를 대리하거나 위임을 받은 자’(이하 ‘대리인 등’)의 행위는 ‘본인 또는 위임인(이하 ‘본인’)의 행위로 본다’고 규정할 뿐 명시적으로 대리인 등이 본인을 대신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해석상 본인과 대리인 등 중 누가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지가 문제된다.

또한 만약 대리인 등이 본인을 대신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면, 그 ‘대리인 등’의 범위가 문제된다. 즉, 단순히 소득의 지급을 대리하기만 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본인을 대신하여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것인지, 아니면 명시적으로 원천징수의무를 대리하기로 합의를 하는 등의 사실이 요구되는지가 문제된다.

1) 본인이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본인설)

첫째, 이 사건 규정을 문언 그대로 보면 대리인 등이 한 지급행위도 본인 등과 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으므로 여전히 본인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윤지현, “소득 지급의 ‘대리’ 또는 ‘위임’과 원천징수의무”, 조세법연구(XVIII－3), (사)한국세법학회 편, 세경사, 2012, 145면 참조
  　

둘째, 원천징수의무는 세법에 따른 공법상의 의무이므로 단순히 사인(私人)간의 ‘대리’ 또는 ‘위임’ 약정으로 인해 원천징수의무가 대리인 등에게 이전된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사인(私人)간의 ‘대리’ 또는 ‘위임’ 약정만 있으면 원천징수의무가 대리인 등에게 이전된다고 보면, 원천징수의무자인 본인이 쉽게 다른 사람에게 원천징수의무를 전가할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대리인 등이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재산상태에 있다면 국가가 원천징수세액을 징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 같은 취지로, 조성권,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자’의 의미－ 대상판결：대법원 2006두7904, 2009.3.12. 판결”, 『BFL』제37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금융법센터, 2009.9., 83면 참조
  　

2) 대리인 등이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대리인설)
　

• 다수의 학설은 이른바 ‘대리인설’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내용과 관련하여는 윤지현, 전게논문, 142~166면, 조성권, 전게논문, 73~83면, 이태로･한만수, 󰡔조세법강의(신정8판)󰡕, 박영사, 2012, 359면 등 참조
  　

첫째, 이 사건 규정은 원천징수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대리인 등이 본인의 지위에 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구 소득세법 제127조 제3항과 제4항은 금융기관이나 신탁업자에게 본인이 부담하는 원천징수의무를 이전하기 위한 조항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구 소득세법 제127조 제3항과 제4항은 이 사건 규정과 규정 형식 및 체계가 동일하므로 이 사건 규정 역시 대리인 등에게 원천징수의무를 이전하기 위한 조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실제 소득의 지급자인 대리인 등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세수를 쉽게 확보하기 위한 원천징수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

3) 본인과 대리인 등 모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병존설)

이 사건 규정의 문언 자체만 보면 본인과 대리인 등 중 누구에게 원천징수의무를 지운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확대하여 해석하면 본인과 대리인 등 모두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든 대리인 등이든 실제로 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과 대리인 둘 다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담시키면 누가 실제로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과 대리인 등 모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담시킨다는 해석은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 윤지현, 전게논문, 150면 참조. 조성권, 전게논문, 81~82면도 병존설에 반대한다.
  　

4) 대상판결의 태도 및 평석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대리인 등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일단 대법원이 본인설을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만으로는 대법원이 대리인설과 병존설 중 어느 태도를 취하였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인(私人)간의 약정에 의해 공법상 의무인 원천징수의무가 이전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이 속해있는 구 소득세법 제127조의 전체적인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현행법의 해석론으로는 본인설보다는 대리인설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 윤지현, 전게논문, 165면 참조
  　

따라서 대상판결은 본인설이 아니라 대리인설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였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 규정으로 인해 대리인 등이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더라도(대리인설 또는 병존설),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는 ‘대리인 등’의 범위가 명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이 사건 규정은 본인을 ‘대리’하거나 ‘위임’을 받은 자가 수권 또는 위임의 범위 안에서 하는 행위를 본인의 행위로 본다. 여기서 ‘대리’, ‘위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문제된다.

2) 이 사건 규정의 ‘대리’, ‘위임’의 의미

민법상 ‘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수령함으로써 그 법률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 편집대표 곽윤직, 민법주해(III), 박영사, 1992, 11면 참조
  　

민법상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것을 의미한다(민법 680).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기본적으로 제3자에게 어떠한 의사표시를 대신하게 하거나 어떠한 사무처리를 위탁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천징수의무는 징수의 편의를 위해 소득의 귀속자가 아닌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부과되는 납세협력의무이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 주어지는 불이익도 상당히 크다. 따라서 어떠한 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그 자가 소득을 지급하는 사실상의 행위를 하거나 최소한 소득의 지급과 일정한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
　

• 윤지현, 전게논문, 139면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의 ‘대리’나 ‘위임’은 최소한 대리인 등이 본인을 대신하여 소득을 지급하는 사무처리를 위탁할 것을 요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단순히 제3자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사무처리를 위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제3자가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앞서 살펴본 원천징수제도의 취지와 책임에 비추어 원천징수의무는 최소한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자신이 이를 부담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자에게 부과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이 해석할 경우 그 제3자가 단순히 금전을 지급하는 사무처리만을 대행하였을 뿐 그 소득의 종류와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여 사실상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도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대리’나 ‘위임’은 소득을 지급하는 사무처리의 위탁 외에 대리인 등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요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3) 대상판결의 태도 및 평석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정의 ‘대리’나 ‘위임’이 ‘소득금액의 지급업무’와 아울러 ‘원천징수업무’, 즉,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한 소득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를 함께 위임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또한 대상판결은 이러한 원천징수업무의 위임은 명시적,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명시적 위임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대리인 등

이 소득의 발생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등을 하고 그 소득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천징수업무의 묵시적 위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순히 ‘소득금액의 지급업무’만을 위탁받았다고 하여 그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상판결은 ‘소득금액의 지급업무’ 외에 ‘원천징수업무’ 그 자체를 위탁해야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원천징수업무’ 그 자체를 위탁받은 자는 자신이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본인으로부터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그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소득의 발생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그 자체를 위탁받아 수행한 자는 원천징수대상 소득의 종류와 금액, 그리고 그 귀속자를 알고 있으므로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이 경우 소득의 발생과 지급이 모두 법률행위를 직접 한 자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그는 자신이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비교적 알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본인과 법률행위를 직접 한 자 사이에 ‘원천징수업무’에 대한 묵시적 위임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 역시 정당화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실적으로 단순히 소득의 지급행위를 부탁받은 자가 자신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고 인식할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 사건의 원고도 단순히 금전을 이체하는 업무만을 위탁받았다고 생각하였을뿐 원천징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천징수의무는 세금의 징수편의를 위해 국민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그 책임도 매우 무겁다는 점에서 쉽게 의무의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자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부당하다. 대상판결이 원천징수업무 자체를 위임한 경우에 비로소 원천징수의무가 이전된다고 본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