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신용보증기관들은 채무자들이 특수은행인 원고로부터 대출로 인하여 부담하는 대출원리금 상환 채무를 보증하였다(보증비율은 90%로 가정한다. 이하 같다). 신용보증기관의 신용보증약관에는 대체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이하 ‘본건 약관규정’).
　

채무자들이 원고로부터 빌린 대출원리금(예컨대, 원금 100, 이자 20 이라고 가정한다. 이하 같다)을 갚지 못하자, 신용보증기관들은 본건 약관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예컨대 99의 금액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본건 약관규정에 따라 신용보증기관의 변제금 99가 원금 90(〓100×90%), 이자 9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이자소득 9 부분에 대하여는 법인세를 납부하였으나, 원금 90은 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과세관청은 이와는 달리 신용보증기관의 변제금이 이자 20, 원금 79(〓99－20)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원고가 이자소득 20에 대하여 법인세를 납부하였어야 함에도 9에 대하여만 법인세를 납부하였다고 보아, 원고에게 그 차액인 11(〓20－9)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하였다.

대상판결은 본건 약관규정은 신용보증기관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보증채무의 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신용보증기관 변제금의 변제충당순서에 관한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대상판결은 그 외에 원고와 신용보증기관 사이에 신용보증기관 변제금의 충당순서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신용보증기관의 변제금은 일반 원칙에 따라 이자, 원금의 순서로 변제에 충당된다고 보아,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원고와 같이 신용보증기관이 변제한 금액이 원금의 대부분과 이자의 일부에 충당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세관청의 견해를 따른다면 원금 중 상당부분이 아직 변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된다. 이 경우 남아있는 원금 부분에서는 이자가 계속 발생할 것이므로, 시중은행들과 채무자의 대여 원리금에 대한 사법상, 세무상 처리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비록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점에 대해 법원이 최초로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돈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다 갚지 못하고 일부만 갚으면 그 사람이 갚은 것이 원금인지 이자인지가 문제된다. 이른바 변제충당순서의 문제이다.

원금과 이자의 충당 순서는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먼저 채무자의 측면에서는, 원금을 먼저 갚은 것으로 보면 변제된 원금에서 더 이상 이자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자를 먼저 갚은 것으로 보면 남아 있는 원금에서 이자가 계속 발생한다. 채권자의 측면에서는 이자를 받은 것으로 보면 소득이 생긴 것이므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원금을 받은 것으로 보면 재산이 늘어나지 않으므로 납세의무가 없다.

민법은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자부터 갚은 것으로 본다(민법 제479조 제1항). 원래 이자는 성질상 원금보다 먼저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평의 관념에 부합하도록 충당순서를 법률이 정해 놓은 것이다. 편집대표 곽윤직, 민법주해(XI), 박영사, 181면

다만 당사자 사이에 충당 순서에 대한 명시적 ‧ 묵시적 합의가 있으면 그에 따라 충당 순서를 바꿀 수 있다(대법원 2002다12871, 2002.5.10. 등).

법인세법도 같은 취지에서 이자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함에 있어 채무자가 특별한 약정 없이 원금과 이자 중 일부만 변제한 경우에는 이자를 먼저 변제한 것으로 본다(법칙 56).　

대상판결은 신용보증기관과 같은 보증인이 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였으나 원리금 전부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경우를 다루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이자보다 원금이 먼저 변제되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채권자인 원고와 신용보증기관 사이에 변제충당순서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본건 약관규정을 그러한 합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신용보증기관과 원고 사이에 변제충당순서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변제충당의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관이 채무자가 아니라 보증인의 지위에 선다는 점과 신용보증계약이 원금과 이자 중 일부에 대하여만 보증하는 이른바 일부보증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변제충당순서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변제 충당의 내용이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논점은 대상판결에서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는 일부보증의 법적 성격 측면에서 접근하였을 때 대상판결과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보증대상을 축소하여 주채무 중 일부에 대하여만 보증하는 것을 일부보증이라고 한다. 일부보증은 금전채무 중 원금이나 이자채무만을 보증하는 경우와 같이 주채무 중 특정한 채무만을 보증하는 특정채무보증과 금전채무에 있어 일부금액을 한도로 하여 보증하는 금액한도보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정채무보증에 있어서는 보증의 대상이 보증계약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므로 보증채무의 범위가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즉, 원금만 보증한 보증인이 변제금을 지급한 경우라면 보증인이 원금채무를 갚은 것으로 보면 되고, 이자만 보증하였다면 이자채무를 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특정채무보증에 금액한도보증이 결합되면 보증채무의 범위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예컨대 이자약정이 있는 100의 대여금채무 중 “90을 한도로 보증한다”고 약정하였다면, ① 원금 90만을 보증하는 것이고 이자는 전혀 보증하지 않겠다는 것인지(원금에 대한 특정채무보증), ② 원금은 물론 그에 대한 이자도 포함하여 90의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원금과 이자를 합산한 금액에 대한 금액한도보증), 아니면 ③ 원금의 경우 90을 한도로 책임을 지고, 그 원금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이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취지(원금과 이자를 나누어 보증하되, 원금에 대하여는 금액한도 부여)인지가 문제된다.

이는 결국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결정할 문제일 것이다. 다만, 보증인으로서도 이자의 발생은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상 위 ‘①’과 같은 해석을 원칙적인 형태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에는 위 ‘②, ③’의 유형 중 하나의 형태로 보증을 할 의사였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보증계약이 앞서의 ‘4. ②’와 같이 해석된다면 보증인이 변제한 금액에는 원금과 이자가 섞여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변제충당순서가 문제된다. 따라서 이 경우 당사자 사이에 변제 충당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그에 따라, 합의가 없으면 법률이 정한 순서에 따라 변제충당순서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증계약이 앞서의 ‘4. ③’과 같이 해석된다면 보증인이 보증하는 채무 자체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변제충당순서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즉, 미지급된 원금채무가 90을 초과하는 경우라면 보증인이 변제하는 금액 중 90은 원금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이자에 해당할 것이다. 반대로 미지급된 원금채무가 90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보증인이 변제하는 금액 중 미지급된 원금채무에 해당하는 금액은 원금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이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신용보증기관은 통상 채무자의 대출예정금액에 일정한 보증비율(예컨대 90%)을 곱한 금액을 보증한다. (*)

즉, 신용보증기관은 대여금채무 중 일정한 금액(예컨대 사실관계에서 살펴본 사례에 따르면 원금의 90%인 90)을 한도로 보증하기로 한 것이므로, 이 경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신용보증기관이 보증하는 채무범위의 확정이 문제된다.

신용보증기관은 이러한 보증범위 해석의 문제를 특별한 약정을 두어 해결하였다. 즉, 본건 약관규정은 먼저 원금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미지급한 원금 금액에 보증비율 90%를 곱한 금액만 보증한다. 예컨대, 채무자가 미지급한 원금이 100이라면 그 중 90만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자의 경우, 본건 약관규정은 원금과 별도의 금액한도를 적용한다. 즉, 위와 같은 원금과 별도로 이자채무도 보증하되, 보증하는 금액은 신용보증기관이 변제하는 원금금액에 대하여 보증채무이행일까지 정상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한다. 예컨대 채무자가 미지급한 원금이 100, 연 이자율이 10%, 보증채무이행일까지의 기간이 1년이라면 발생한 전체 이자는 10(〓100×10%×1년)이 되고, 그 중 신용보증기관이 보증하는 금액은 9(〓신용보증기관의 원금 변제 금액 90×10%×1년)가 된다.

결국, 본건 보증약관은 앞서 살펴본 세 가지 해석 중 원금과 이자를 나누어 보증하되, 원금에 대하여는 금액한도를 부여한 ‘4. ③’의 해석과 유사하게 보증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즉, 신용보증기관은 채무자의 전체 채무 중 원금채무와 이자채무를 나누어 보증하되, 각각 일정한 금액을 한도를 둔 것이라 생각된다.

본건 약관규정을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신용보증기관은 원금채무와 이자채무를 각각 특정하여 보증한 것이므로, 신용보증기관이 지급한 변제금도 그러한 구분에 따라 당연히 원금채무와 이자채무로 구분된다. 즉, 사실관계에서 기재한 사례에서 신용보증기관이 변제한 99는 미이행 원금채무 100에 90%의 보증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90의 원금 변제금액과, 전체 이자채무 10(〓100×10%×1년) 중 신용보증기관이 보증하기로 한 9(〓신용보증기관의 원금 변제 금액 90×10%×1년)의 합계액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는 신용보증기관이 변제하는 금액의 성격이 처음부터 특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변제충당순서를 구분하는 문제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본건 약관규정을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신용보증기관의 변제금 99를 원금 90과 이자 9에 각각 충당한 원고의 세무처리는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세무처리가 잘못되었다고 본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은 앞서 살펴본 일부보증의 법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다루지 아니하였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일부보증의 법리를 이에 적용한다면 대상판결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는 위와 같은 점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에서 심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