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이 소득세법상 과세소득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상증법상 증여재산에 해당하는 경우에 소득세를 과세할 것인지, 증여세를 과세할 것인지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법률이 규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이고 법률의 명확한 근거 없이 과세관청이 임의로 부과할 세금의 종류를 선택할 수는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제2조 제2항은 “증여재산에 대하여 수증자에게 소득세법에 따른 소득세, 법인세법에 따른 법인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증여세와 소득세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소득세 과세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일정한 경우에는 증여세가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는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양도한 경우로서「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5조에 따라 해당 거주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는 금액이 있는 때에는 같은 조에 따른 시가를 해당 자산의 양도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으로 보도록’ 하여, 시가 초과금액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증법 제35조 제2항(이하 ‘쟁점 조문’)은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도한 경우에는 그 재산의 양도자가 그 대가와 시가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 조문의 문언과 규정 형식상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은 과세의 요건사실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며, 과세의 요건사실은 과세관청에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에서의 거래가격이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이라는 점’ 이외에도, ‘당해 거래가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 역시 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우회상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주식의 포괄적 교환’ 사안에서 이러한 법리를 확인한 바 있다(대법원 2011두22075, 2011.12.22.).

그러나 현재의 과세 실무상으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상증법상의 평가 방법에 따라 계산한 재산의 시가가 실제 거래에서의 거래가격과 시가의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나고 그 차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거래에서의 정당한 사유의 존재를 납세자로 하여금 직접 소명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렇게 납세자가 소명한 사유가 조사공무원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해당 차액에 대하여 증여세 과세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사례는 과세관청이 사후적으로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이용하여 산정한 비상장주식의 시가가 당사자 간의 합의 하에 형성된 해당 주식의 실제 거래가격과 차이가 나는 경우이다.)

원고(乙)는 주식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비상장회사인 A사의 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자로, 2007.3.2. 특수관계 없는 자들(甲)로부터 300,000주를 1주당 5,000원에 양수하여(이하 ‘제1거래’), 같은 날 같은 주식을 특수관계 없는 자(丙)에게 1주당 10,000원에 양도하였다(이하 ‘제2거래’). 丙은 자신이 양수한 주식이, 乙이 자신에 대하여 양도하는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甲으로부터 양수한 것임을 알았음에도, 주식 가격에 대한 별다른 교섭을 하지 않았다.

(사안에서 명확하지는 않으나, 판결문상의 기재에 따르면) 丙이, 乙의 甲으로부터의 양수가격 이상으로 주식을 양수한 데에는, ① 乙이 주식 양수 이후 丙이 A사 및 A사의 일본 자회사의 이사로 취임할 수 있도록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약속하였으며, ② 향후 丙이 乙로부터 양수한 가격 이상으로 다시 乙이 丙의 주식을 되사주도록 약속하였고, ③ 乙은 펀드매니저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으며, 설립초기부터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투자자금 운용과 투자유치활동 등 전반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으므로, 乙이 계속하여 주식을 보유하면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편이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과세관청은 A사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하여, 제1거래에서 乙이 甲으로부터 양수한 가격인 1주당 5,000원을 주식의 시가로 보고, 乙이 같은 날 다시 제2거래를 통하여 동일 주식을 丙에게 10,000원에 양도하여 차익을 얻은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가보다 고가로 주식을 양도한 것이라고 보아, 乙이 얻은 양도차익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이하 ‘이 사건 처분’)하였고, 乙은 이에 불복하였다.

제1심 소송과정에서는 제2거래에서의 정당한 사유의 존부는 직접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소득과세우선원칙의 적용 여부만이 문제가 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소득과세우선원칙의 예외의 법적 근거가 되는 소득세법 제96조 제3항 제2호는 2007.12.31. 소득세법 개정 시 법률 제8825호로 신설되었고, 이는 2008.1.1. 이후 양도하는 분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1심 판결은 ‘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주식의 고가 양도에 대하여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구합35118, 2012.5.3.)

그러나, 대법원에서, 소득세법 개정 이전에 이루어진 고가양도에 대하여도 실지거래가액과 시가 간 차액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면서(대법원 2012두3200, 2012.6.14.), (* 이 판결은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형해화하고, 개정 법률을 소급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 문제와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판결에 대한 필자의 월간조세 2012년 10월호 기고 판례평석을 참고하기 바란다.)

제2심 소송과정에서는 제2거래에서의 정당한 사유의 존부가 본격적인 다툼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① 제2거래에서의 거래가격은 특수관계 없는 자 간에 각자 자신의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대등한 관계에서 자유롭게 결정된 금액이므로 ‘시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고, ② 가사 ‘시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丙은 A사의 경영에 참여할 경우 A사의 미래 수익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1주당 가치가 충분히 자신의 양수가격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 하에 주식을 양수한 것이므로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없이’ 양도가격을 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의 원심(제2심)은 ① 제1거래에서의 양수도가격을 이 사건 주식의 시가로 볼 수 있으며, ② 丙이 제1거래에서의 양수도가격을 알면서도 乙과 제2거래에서의 양수도가격에 대하여 별다른 교섭을 하지 않았고, ③ 丙이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는 경영권 인수거래가 아니며, 丙이 단순히 경영 일부에 불완전하게 참여함에도 시가의 2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지불하고 주식을 양수한 것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며, ④ 丙이 이후 이 사건 주식을 乙에게 매입가격에 재매도한 것을 보면, 당초부터 재매수약정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여 별다른 교섭 없이 고가로 양수할 유인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취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2누15700, 2013.1.24.).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5조 제2항은, 거래 상대방을 위하여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가와 시가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이익을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 그 거래 상대방이 얻은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함으로써 변칙적인 증여행위에 대처하고, 과세의 공평을 도모하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으며, 특수관계 없는 자 간 거래에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대가와 시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차액을 거래상대방에 증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수관계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는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과세요건을 추가로 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는, ① ‘재산을 고가로 양수도한 거래당사자들이 그 거래가격을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절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가격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던 경우’는 물론, 그와 같은 사유는 없더라도 ② ‘양수인이 그 거래가격으로 재산을 양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었다고 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① 丙이 A사 및 A사의 일본 자회사의 이사로 취임하는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乙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속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② 乙은 펀드매니저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설립초기부터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투자자금 운용과 투자유치활동 등 전반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丙이 이 사건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가 10,000원이 아니라고 믿을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丙이 그 거래가격으로 재산을 양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었다고 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높으므로, 원심이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대상판결 및 그 원심 판결에서도 본 바와 같이, 특수관계 없는 자 간 재산의 고가 양도 문제에 대하여 증여세가 과세되는 경우, (소득과세 우선 원칙에 따라 증여세 부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별론으로 하면), 납세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나는 자신의 거래가격이 시가 그 자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가사 자신의 거래가격이 시가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관행상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법원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60조 제1, 2항 또는「법인세법 시행령」제89조 소정의 ‘시가(時價)’라 함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를 의미하며(대법원2003두12493, 2004.10. 27. 등 참조), 당해 거래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당해 거래가격은 그대로 시가(時價)로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93누22333, 1994.12.22. 등).

또한 대법원은 어떠한 거래가격이 시가에 해당하는지는 ① 거래당사자들이 각기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대등한 관계에 있는지, ② 거래당사자들이 거래 관련 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지식이 있으며 강요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거래를 하였는지 등을 기준으로, 거래를 둘러싼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대법원 2006두17055, 2007.1.11.).

이러한 일련의 대법원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보면, 양도인과 양수인 간에는 거래가격의 결정에 따라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되므로, 일방의 사기, 강박, 통정, 무경험, 착오 등이 없이 상호 간의 협상에 따라 결정된 가격이라면, 특수관계 없는 자 간 거래에서의 가격은 대부분 그 자체로 상증세법상 시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 실제 판결들(위 2011두22075 판결 등)에서도 ‘고가 양도’와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라는 각 과세 요건별로 나누지 않고 판단의 근거가 된 제반 사정을 열거한 뒤,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자산을 고가로 양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하여 각 요건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그러나,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같이, 동일한 당사자(A)가 동일하거나 근접한 일자에 특수관계 없는 자(B)로부터 자산을 저가로 매수하여 다른 특수관계 없는 자(C)에게 고가로 매도하는 경우나, 일방 거래 당사자(A)가 이익 분여 목적을 가지고 특수관계 있는 자(B)로부터 자산을 고가로 양수하면서, 동시에 특수관계 없는 자(B)들로부터도 같은 거래 조건으로 자산을 양수하는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는 당해 거래에서의 거래가격을 시가로 확정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생기므로, 정당한 사유의 존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다.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는 2003.12.30. 상증법 전면 개정으로 소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 특수관계 없는 자 간의 고저가 양수도 거래가 증여세 과세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과세요건의 하나로 규정되게 되었다. 이는, 가령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액으로 재산 양도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 증여거래로 볼 것이 아니라,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양도인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양 당사자 간에 경제적 이익의 증여의사가 없었던 경우까지 증여세 과세가 확장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추상적 요건만으로는 각 개별･구체적 사안마다 그 존부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명확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위 2011두22075 판결이 그 입증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음에도, ‘부존재의 입증’이라는 점이 사실상 쉽지 않음을 이유로 현실에서는 납세자(원고)가 정당한 사유의 존재를 입증하고, 과세관청(피고)가 다른 정황을 들어 이를 단순히 부인하는 식으로 공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쟁점 조문의 입법취지를 들어, 양수인이 그 거래가격으로 재산을 양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었다고 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던 경우 역시,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시하여, 양도인인 원고가 거래 상대방의 거래 동기를 밝히고 이러한 거래 동기가 나름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 쉽게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거래의 자유’, ‘사생활의 보장’ 및 ‘납세자의 법적안정성’을 위하여, 경제적 이익의 증여 의사 없이 이루어지는 특수관계 없는 자 간 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제한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하여 정당한 사유와 같은 과세 제외 요건은 폭넓게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은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 판결의 태도에 찬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