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관계는 특정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 체결에 의해 성립된 이후 일정한 사유(정년, 계약기간, 특약 등)로 인하여 소멸할 때까지 상당 기간 동안 존속하는 것인데, 과거부터 기업의 변동 즉 기업 간 인수, 합병 및 통폐합 등이 있는 경우 각 소속 근로자들의 지위는 승계되는지 여부와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인정될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다. 즉 기업변동 시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각 당사자(양수인, 양도인, 각 소속 근로자, 노동조합 등)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귀결된다.

기업의 변동이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재정악화 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려되는 경우라면 합병이나 분할 그리고 영업양도 시 종래의 인적조직에 대한 정비의 필요성이 수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에 따라 기업을 양수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인적 조직만을 선별하여 인수하기를 희망하게 될 것인데, 그러한 경우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양도인과 양수인의 의사에 따라 근로관계 승계 여부가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근로계약관계는 양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근로기준법」제4조)과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인정하는 해고 제한법리(「근로기준법」제23조)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변동에 따른 제반 사항에 대한 논의들이 있는 것이며, 또한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실정법상 기업변동 시 근로관계 승계 등 관련 사항을 명문화하고 있지 않고, 우리나라는 판례 법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더욱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기업변동에 따른 개별적 근로관계 승계 등 문제와 집단적 노사관계 사항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한편 기업변동의 의미와 유형에 따라 많은 견해 대립과 논의가 있으나, 여기서는 기본적인 합병( 또는 영업양도)에 대한 논의로 한정하여 핵심적인 사항을 확인하고자 한다.

• 1) 포괄승계의 원칙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변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권리, 의무관계의 변동(고용승계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 규정은 아님)에 대하여 우리 상법은 회사의 유형에 따라 규정을 하고 있으며, 합명회사의 회사에 대하여「상법」제235조는 “합병 후 존속한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된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고, 합자회사의 합병에 대하여는「상법」제269조가 “합자회사에는 본장에 다른 규정이 없는 사항은 합명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고 있으며, 주식회사의 합병에 대하여는「상법」제530조 제2항이「상법」제235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유한회사의 합병에 대하여는

상법 제603조가「상법」제235조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의 경우에도 아래 판례와 행정해석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의 합병 시 권리의무관계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권리의무가 포괄 승계됨을 원칙인바, 이때 이전되는 권리의무에는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포함된다고 하고 있다.
　

다만 영업상 인적, 물적 조직을 포괄적으로 이전받음으로서 영업을 양도받은 것이 아니라 자산만 인수했거나(대법원 2002두10094, 2003.3.14.), 새로운 위탁업체가 종전 위탁업체의 특정 자산만을 인수하였을 경우에는 고용승계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근로기준과－3257, 2004.6.29. 등).

즉 포괄승계 전제가 되는 영업양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총체, 즉 물적, 인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인데, 동일성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판단표지로서 사업목적의 유지, 영업내용의 동일성, 기존 고객관계유지, 생산시설의 동일성 유지, 부채 채무 자산 인수 여부, 생산 장소의 동일성 등과 나아가 근로조건의 동일성, 근로자 인수의 형식, 근로자 인수의 규모. 퇴직금 정산 여부, 근속연수 계속 인정 여부 등을 고려한다. 판례는 개별 사건마다 동일한 사업수단이라 하더라도 그 평가를 달리하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한편 회사 영업의 일부 양도 또는 분할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분할 후 흡수합병 또는 신설합병의 모습으로 기업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데, 회사 분할 시 분할 대상이 되는 사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신설회사에 포괄하여 승계된다. 다만 분할 시 승계대상인 근로관계의 확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분할(합병)계획(약)을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해당 문서에 기재된 바에 따라 객관적으로 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사용자가 분할에 따라 이적될 근로자를 분할 직전에 자의적인 인사권의 행사를 통해 임의로 조정, 선정한다든지 또는 노동조합 활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핵심 조합원을 분할예상이 되는 사업부분에 배치하는 경우 등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사용자의 배치전환에 대한 인사권 행사의 정당성문제로 별개로 다루어질 것이다.
　

• 2) 근로자의 거부권 행사 가능 여부：전적동의서 문제

기업의 변동으로 인한 고용관계의 포괄승계문제는 한편으로 근로자의 자기결정에 반하여 근로관계가 성립되는 것에 구속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관적인 측면 즉 근로자의 거부권 행사는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근로관계 승계 거부가 실제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경우는 사업 이전 이후에도 잔여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경우이며, 이에 반해 이전 이후 종전 기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컨대 합병 및 사업 전부의 영업양도의 경우에는 근로관계 승계 거부는 곧 일자리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논의의 실익은 없다.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권리와 의무는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근로자와 분리할 수 없는 것이며, 다른 사법상의 채권채무관계와는 구별하여 다루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고 즉 이는 근로자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사용자와는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말아야 한다는 법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합병이나 영업양도, 분할의 경우 근로자의 근로관계 승계에 대한 거부권 내지 항변권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거부권을 입법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근로자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의 효과는 근로관계 승계만이 차단될 뿐, 그 이외 다른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분할회사가 분할 후 경영상 해고절차(「근로기준법」제24조에서 경영악화 방지를 위한 사업의 양도, 인수, 합병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음.) 에 따라 항변권을 행사한 근로자를 우선적인 해고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는가와 관련하여, 법원은 분할회사가 분할 후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갖춘 경우 특별히 다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해고대상자 선정범위를 승계 거부한 잔류근로자로 한정하여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고대상자를 삼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판시를 하고 있다. 판례가 구체적인 논증 없이 결론만 제시한 것에 아쉬움이 있으나. 분할 등 사업이전의 현실적, 경제적 효용성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를 강구한다는 기본목적성을 상정한다면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해고대상자 선정을 일응 타당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위와 같이 근로관계 존속 보호와 근로자의 자기결정의 원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결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거부권 행사를 인정하는 판례도 있고,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법원은 회사 분할 등 기업변동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전적 동의를 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동의를 전적의 요건으로 하는 것은 근로관계에 있어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에 따라 근로자가 받을 불이익을 방지하려고 하는데 있으며, 후술하는 근로조건의 변동에 대한 불필요한 다툼을 예상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1) 근속기간(즉 퇴직금 또는 연차휴가일수 산정을 위한 계속 근로연수)

• 2) 임금 등 근로조건 변동의 문제

• 1) 2개 취업규칙의 양립

따라서 하나의 취업규칙으로 동일화하기 위한 개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2개의 취업규칙이 양립하게 될 것인데, 피합병회사보다 합병회사의 근로조건이 우월한 경우 피합병회사의 근로자들이 동일직무수행에 대하여 내부적인 갈등이나 각종 법률 저촉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남녀고평법상 동일가치 동일임금원칙, 기간제법상 차별금지원칙 관련 규정 등 개별사안에 따라 별도로 구체적인 판단이 요구됨)

또한 피합병회사 및 합병회사의 취업규칙 중 유리한 취업규칙으로 통일될 경우 취업규칙불이익과 관련하여 문제소지는 없으나, 어느 한 취업규칙의 내용 중 불이익한 근로조건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 할 경우 취업규칙불이익변경과 관련하여 동의주체와 동의방법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승계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는 합병 당시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던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바, 승계근로자 집단의 불이익 변경절차를 거쳐야 할 것인데,(「근로기준법」제94조) 분할 후 합병하는 경우, 합병 전에 미리 취업규칙 변경을 하는 것이라면 해당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집단적 회람방식에 의한 동의)를 거치면 될 것이나. 합병 이후에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 대하여 신설 합병된 근로자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지 또는 분할 후 합병승계된 근로자 집단의 동의만으로 족한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당해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해 불이익이 생기는 집단의 근로자의 과반수동의를 받으며 되고 동시에 불이익하지 아니한 회사의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으면 될 것이다.

• 1) 노동조합의 지위

기업변동 등 사업의 이전이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의 지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실제 노동조합의 지위는 사업이전 등과 같은 기업변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은 기업과는 독립한 법적 주체로서 사업이전의 직접적인 법적 영향관계에 없고, 노동조합은 기업의 일부 조직이거나 부속물이 아닌 독립한 법적 조직체로서, 그의 설립과 소멸은 기업의 설립 및 소멸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판단되어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조의 존립 기초가 합병, 분할 등 기업의 변동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신분변동으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존립 기초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은 사업이전과는 무관하지만 그 파급효과로서 조합원의 자격변동을 대비한 대응방안(규약상 조합원자격 규정의 개정)을 강구하여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조합원의 상실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고 기업변동 이후에도 여전히 기존의 조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이 필요하다.

• 2) 단체협약 적용의 문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영하는 기업 간 사이의 합병 및 기금을 운영하는 기업과 운영하지 않는 기업과의 합병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명칭, 수혜대상 근로자, 합병된 기금의 운영방안 등에 문제발생이 예상되는데, 사업장별로 인사･노무관리･회계 등이 명확하게 독립적 형태로 운영되고 수혜대상 근로자가 명확히 분리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장별로 기금을 설치할 수 있으며, 다만 사업장별로 기금을 설치하였으나 설립 이후 인사･노무관리･회계 등이 일원화되는 사정변경으로 기금합병의 필요성이 발생한 경우에는 기금을 합병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앞서 기업변동(특히 기업의 합병을 중심) 시 발생할 수 있는 고용관계와 관련된 여러 사항에 대하여 판례와 행정해석에 근거하여 살펴보았는데, 근로관계의 포괄승계 원칙을 유지하되 근로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여 거부권 내지 항변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근로조건의 변동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위하여 전적동의서 등으로 그 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집단적인 노사관계에서는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지위를 인정하되 단체협약의 효력은 인정되고 있으며, 그 이외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유지와 변동에 대하여도 살펴보았다.

한편 위와 같은 법리적인 부분 이외에도 합병 등 기업변동을 고려한다면 통합과정에서 전체 근로자와의 비전 공유를 통하여 새로운 기업으로서 성장할지 의사소통이 되어야 할 것이며, 즉 기업문화 통합이나 조직 통합관리 방안 구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인수합병에서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기업문화 통합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능력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날 수 있고 근로자들이 새로운 회사와 조직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피로함을 느껴 생산성저하로 연결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