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약 한달 간격으로 자산재평가와 관련된 두 개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먼저 나온 대법원 2011두32416, 2013.2.28.(이하 ‘대상 I 판결’)은 생명보험회사인 원고가 상장하지 못한 데에는 원고에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재평가차익에 대한 과세처분을 취소한 판결이다. 다음의 대법원 2012재두299, 2013.3.28.(이하 ‘대상 II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폐지된 세법규정을 근거로 과세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특정 법률의 위헌만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지,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는 심판의 대상이 아니므로, 한정위헌 결정은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다. 이들 판결은 폐지된 세법규정의 효력과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우선 당시의 자산재평가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구 조세감면규제법(법률 제4285호, 1990.12.3l.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6조의2 제1항은 “한국증권거래소에 처음으로 주식을 상장하고자 하는 법인은 자산재평가법 제4조, 제38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매월 1일을 재평가일로 하여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고, 구 법인세법(법률 채4803호, 1994.12.22.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제5호는 ‘자산재평가법의 규정에 의한 재평가차액은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 계산상 익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이들 규정의 입법 취지는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주식의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하여는 자산재평가법상의 재평가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그 재평가차액을 법인세의 과세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주식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위 규정은 주식을 “상장할” 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주식을 상장할 것을 전제로 하여 자산 재평가를 한 법인이 상장은 하지 않고, 재평가 차익에 대한 과세 제외 규정만을 이용하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어, 사후관리 규정이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법률 제4285호, 1990.12.31.로 제정된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부칙 규정’)은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56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재평가를 한 법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까지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미 행한 재평가는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구 조세감면규제법은 법률 제4666호, 1993.12.31.로 전부 개정되었으나, 당시 이 사건 부칙 규정과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경과규정을 두지 않아, 결과적으로 과세의 근거조항에 공백이 생기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한편, 소관부처는 이 사건 부칙 규정이 계속하여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1993.12.31. 이후에도 구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을 수차례 개정하면서, 상장기한을 5년, 8년, 10년, 11년, 13년으로 연장하여 왔으며, 2001.12.31. 개정을 통하여 2003.12.31.까지 상장기한을 연장하여 왔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당시 소관부처는 이 사건 부칙 규정의 경과규정이 누락되어 과세 근거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상장기한의 연장규정은 수차례 갱신되었으나, 2003.12.31. 이후로는 더 이상 연장이 되지 않았으며, 결국 상장기한이 도과하게 되었다. 과세관청은 상장기한을 도과할 때까지 상장을 하지 못한 기업들에 대하여, 이 사건 부칙 규정을 근거로 재평가차액에 대한 과세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에 나섰고, 과세처분의 취소소송을 진행하던 중 폐지된 이 사건 부칙 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자, 이들 기업들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06누11097, 2009.1.23.은 대상 II 판결의 재심 대상 판결의 2심 판결이다. 이 판결은 개정 법률이 전문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부칙 규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폐지된 세법 규정의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당해 판결에서는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종전 경과규정의 입법 경위 및 취지, 전문 개정된 법령의 입법 취지 및 전반적 체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된다고 볼 경우 법률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지 여부, 기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또한 사안에 대하여는 이 사건 부칙이 실효된 것으로 본다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법인에 대한 사후관리가 불가능해져 법률상 공백상태에 이르게 되며, 상장기한 내에 상장을 실시하거나, 재평가를 취소한 법인에 비하여 상장을 하지 않은 기업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조세공평주의 이념에 반하게 되고, 이 사건 부칙 규정에 따라 과세하더라도, 이를 해당 법인에 대하여 예측하지 못한 부담을 지우거나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이 사건 부칙 규정이 실효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는 폐지된 법률 규정의 효력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합헌적 법률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대법원 2006누11097, 2009.1.23.에서는 이 사건 부칙 규정의 효력에 대하여는 별도의 설시를 하고 있지 않으나, 이 사건 부칙 규정이 당연히 효력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구 조세감면규제법 규정은 ‘재평가를 실시한 법인이 책임 있는 사유로 상장시한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은 경우’에만 이미 행한 재평가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한다는 원고의 법리적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당해 사안에는 원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볼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2006누11753, 2009.1.23.은 앞의 2006누11097 판결이 인정한 재평가를 실시한 법인에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장의무 미이행에 따라 과세할 수 없다는 법리에 근거, 원고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이다. 대상 I 판결의 원고는 생명보험회사로, 생명보험회사의 상장과 관련하여서는 1996년 이래로 기업공개에 따른 이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로 한국증권거래소와 정부, 생명보험회사 간에 다툼이 있어 법적･제도적 장애가 있었으므로, 이를 인정하여 원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은 정당한 사유에 대한 아무런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경우에도, 매우 드물게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납세자의 행동에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과세의 예외를 인정하여 온 기존 판례의 태도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9헌바35, 2009헌바82(병합), 2012.7.26. 결정은 대상 I 판결과 대상 II 판결의 원고들이 신청하였던 각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되자, 제기한 각 헌법소원심판에 대한 결정이다. 이 결정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부칙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한 동종 사건들에 대하여 2009헌바123, 2009헌바126(병합), 2012.5.31. 결정을 통하여,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유효한 법률규정의 불명확한 의미를 논리적･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보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해석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존재하다 실효된 법률조항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과세근거를 법률해석을 통하여 창설해내는 입법행위로,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시하며, “이 사건 부칙 규정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9헌바35, 2009헌바82(병합) 결정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이 사건 부칙 규정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위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에 나온 대상 I 판결에서, 대법원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관련하여서는 별다른 설시를 하고 있지 않으며 이 사건 부칙 규정이 당연히 효력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대상 I 판결의 원심 판결인 2006누11753 판결이 인정한 바와 같이, 생명보험사의 상장과 관련하여는 상호회사적 성격과 관련하여 정부, 한국증권거래소 등과의 다툼이 있어 주식 상장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가 존재하였고, 이러한 점에서 원고 회사에게 상장을 하지 못한 데에 대한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은 대상 II 판결을 통하여,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법률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를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며, 이는 재판절차에서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하고 있는 소송법의 구조와 헌법정신에 비추어 분명하고, 재판소원을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규정에도 부합하며, 법원의 법률해석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권력분립의 원칙과 사법권 독립의 원칙 등을 해쳐, 한정위헌 결정을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는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법률의 전부개정 시에는 부칙 규정 역시 모두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종전 경과규정의 입법 경위와 취지, 그리고 개정 전후 법령의 전반적인 체계나 내용 등에 비추어 신법의 효력발생 이후에도 종전의 경과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고, 그 결과가 수범자인 국민에게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당해 사안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심대상 판결은 정당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판결은 폐지된 세법규정의 효력과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에 대한 대법원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다. 대법원은 대상 II 판결과 같이, 비록 형식적인 입법의 실수가 있는 경우에도 입법취지를 고려한 적극적 법해석의 여지를 어느 정도 유보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입법자의 의사 및 조세공평주의 등에 근거하여 폐지된 세법규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대상 I 판결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해당 법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는 과세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서의 타당과 공평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입법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은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두1781, 2009.7.9., 대법원 2007두4438, 2008.2.15. 등), 명백한 입법의 오류를 법원의 해석으로 보완하려는 것은 세법의 영역에서는 다소 위험성을 가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법률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의 의사 등을 추정하여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있는 법’과 ‘있어야 할 법’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서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법원에 의한 새로운 입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 II 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이 있더라도 납세자는 대법원의 재심절차를 통해서는 권리구제를 달성할 수 없다.

과거 양도소득세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결 간의 불일치가 있었던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헌법재판소 96헌마172, 96헌마173(병합), 1997.12.24.에서, 한정위헌 결정 취지에 반하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면서, 동시에 원래의 과세처분도 함께 취소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부과세액이 그리 크지 않았고, 납세자가 관련 세금을 납부하기 전(前) 단계였으므로, 과세관청이 체납절차를 포기하는 것으로 사건이 원만히 종결된 바 있다.

전례에 비추어보면, 헌법재판소는 다시 결정을 통하여 대상 II 판결을 취소하고, 이와 함께 원 과세처분도 함께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해 사안은 이미 납세자가 세금을 납부하였으며, 동종의 사건들이 여러 건 문제되고 있어 문제되는 세액이 크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환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귀추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처분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세금을 환급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야 할 것인데, 다시 이는 대법원의 관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