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금지금 금지금은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3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06조의3 제1항에서 ‘금괴(덩어리)･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로서 순도가 1000분의 995(99.5%) 이상인 금’으로 정의되어 있다.

유통시장 및 부가세 과세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의 배경이 되는 2003년부터 2004년 당시 서울 종로구 소재 귀금속업체들은 조세특례제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면세금지금제도와 부가가치세법상의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소위 폭탄업체라고 불리는 거래 중간 단계의 도매업체가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후 잠적하고, 최종 거래단계의 수출업자는 영세율 적용으로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는 형태의 거래구조로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매입세액공제제도와 영세율제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비단 금지금의 거래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알루미늄, 동, 석유 기타 원자재나 반도체 등의 환금성이 높고, 부피와 중량에 비하여 가치가 높은 다른 재화의 거래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같은 거래구조 아래에서 과세관청이 수출업체에게 매입부가세를 환급하면 국가는 폭탄업체가 포탈한 부가세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과세관청은 (폐업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폭탄업체가 아닌) 원고와 같은 수출업체들에 대하여 매입부가가치세의 환급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수출업체들은 이에 반발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초기에는 수출업자들의 매입세액 환급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그 후 이례적으로 종전 입장을 바꾸어 “매출세액의 포탈을 목적으로 하는 악의적 사업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자신의 매입세액 공제･환급이 다른 조세수입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수출업자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하여 수출업체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09두13474, 2011.1.20.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참고판결’).

위 참고판결은 납세자에 대하여는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되어 오던 기존의 신의칙 적용범위를 늘린 것이므로, 위 판결의 당부는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신의칙이 적용되는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의문이 바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09두23594, 2011.2.10. 판결 등에서는 수출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거래 중간 단계에 있는 업체에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대법원 2010두7758, 2011.6.30. 판결에서는 구매확인서에 의한 국내 영세율 매출을 한 사업자에게는 신의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원고는 철강제품 수출업, 금지금 도매 및 수출업 등을 영위하던 법인으로, 2003.4.30.부터 2004.5.13.까지 매입처로부터 금지금을 매입하고 매입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이를 각 과세연도분 매입세액으로 공제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였고, 매입한 금지금을 수출하여 영세율제도에 따라 신고한 매입세액을 환급받은 바 있다.

과세관청은 2009.3.2. 원고가 위 기간 중에 수출한 금지금과 관련하여 환급받은 부가가치세에 대하여, 이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3년 제1기분, 제2기분, 2004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제1심 소송과정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처분 중 일부가 제척기간을 도과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심리 없이 위 참고판결의 취지에 따라 신의칙이 적용되어 이 사건 처분 전체에 대하여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서울행법2011구합10546, 2011. 9.7.).

원고는 대상판결의 원심(제2심)에 와서야 이 사건 처분 중 2003년 제1기분과 제2기분 부가가치세에 대한 부분은, 각 신고기한의 다음날인 2003.7.26.과 2004.1.26.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이 날로부터 5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 처분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원고의 부가가치세 환급행위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여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함을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이 사건 처분 중 2003년 제1기분과 제2기분 부가가치세 부분을 취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누34216, 2012.8.10.)

대법원은 이 사건 처분 중 2003년 제1기분 및 제2기분에 관한 것은 “이 사건 금지금 수입업체로부터 그 수출업체인 원고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금지금이 전전 유통되어 수출되었을 뿐 아니라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까지 각 거래단계마다 제대로 발행되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의한 부가가치세를 환급･공제받는 행위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공제･환급 받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 판결의 판단을 긍정하였다.

「국세기본법」제26조의 2 제1항 제1호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通脫)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 국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의미에 대하여 ‘조세포탈을 가능케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해왔다(대법원94도759, 1994.6.28.등).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은 2010.1.1. 조세범처벌법 개정시 제3조 제6항에 반영되었으며, 해당 조문에서는 각 호에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장부와 기록의 파기, 재산의 은닉,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 조직적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아니하거나 비치하지 아니하는 행위 또는 계산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 합계표, 세금계산서 합계표의 조작 등이 있다.

참조판결을 포함한 최근의 금지금과 관련된 일련의 판결들에서, 대법원은 실제 실물 거래가 있었던 이상 폭탄업체가 개입된 금지금 수출 거래 관련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볼 것은 아니지만, 폭탄업체가 거래의 중간에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또는 중과실로 알지 못한 채 세금계산서에 따른 매입세액을 공제･환급 청구하는 행위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대법원 판결의 태도에 따를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금지금의 거래 자체가 아닌 매입세액의 공제･환급 청구 그 자체인 것이다.

대법원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하고, 어떤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한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하는 데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2011도527, 2011.4.28. 등),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에 따를 경우, 단순히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청구하는 행위 그 자체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볼 것이다. 대상판결 역시 이를 긍정하고 있고, 대상판결의 원심판결(2011누34216 판결) 역시 이를 판결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대상판결에는 자세히 나타나 있지는 않으나, 원심판결에서는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일지라도 통상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여 밝히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① 실제 금지금이 전전 유통되어 수출되었고, 세금계산서 등 증빙이 제대로 발행되었다면 수출업체와 폭탄업체 간의 공모 사실이 조세포탈행위로 인정될 수는 있을지언정 부가가치세 환급행위 자체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대법원2007도5577, 2007.10.11.), ② 국세기본법의 제척기간 관련 규정과 조세범처벌법상의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개념은 동일하며, ③ 신의칙은 권리남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부과 제척기간제도는 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한 것으로 그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고, ④ 국세기본법상에는 신의칙에 따라 부과제척기간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이 그 것이다.

매입세액의 공제･환급 청구 부분을 신의칙에 의하여 부인하고 있는 참조판결의 입장에 비추어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단순히 폭탄업체의 개입 사실을 중과실로 모른 채 매입세액을 공제･환급 청구한 사실에서는 아무런 적극적인 조세포탈행위를 찾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참조판결 등에서 폭탄업체의 개입 사실을 알았거나 또는 중과실로 알지 못한 자의 매입세액 공제･환급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본 근본적인 이유가 매입 세액공제 제도를 악용한 금지금의 유통구조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여 보면,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에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금지금 거래를 이용한 조세포탈이 가능한 이유는 폭탄업체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폐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 구조가 가능하기 위하여서는 폭탄업체의 존재와 그와의 거래를 통하여 이익을 수취하려는 업체 간의 공모가 필연적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조세포탈의 행위는 폭탄업체와의 공모와 이러한 공모 하에 이루어진 거래 자체에서 찾을 것이지, 이에 부차적으로 이어지는 수출행위와 그에 따른 영세율 신고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만약 어떠한 사업자가 조세포탈의 행위의 일환으로 폭탄업체와의 공모 하에 금지금을 거래하였다면, 이는 해당 거래 자체를 조세포탈을 위한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여기에는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반면 이러한 공모 없이 단순히 자신이 매입한 금지금을 수출한 것에 불과한 수출업자 등에 대하여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인정될 여지가 없으므로 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고, 매입세액의 공제･환급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일관성이고,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부의 유출 방지라는 정책적 목적에 맞추어, 폭탄업체와 공모하여 거래한 업체가 아닌, 최종 단계의 수출업체 또는 국내 영세율거래업체들에 대하여 이들의 고의 이외에 세법적으로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과실까지 그 대상을 넓혀 신의칙을 적용하여 매입세액공제 청구를 부인하게 되었고, 이는 이들 업체로 하여금 자신의 매입세액 공제･환급 청구에 중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셈이어서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이러한 신의칙은 중간 단계의 과세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어, 정작 폭탄업체와 직접 거래한 상대방들에는 세금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폭탄업체와의 거래 상대방들의 공모 여부를 밝혀내야 할 과세관청의 책임은 오히려 경감하여 주는 이상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기존의 연구 김영순･이명, ‘면세금지금 부정거래에 있어서 신의칙에 의한 매입세액 불공제의 문제점 연구’, 서울법학 제19권 제3호 2012.2. 등에서 지적되어 온 참조판결에 대한 의문점 즉, ① 종래의 판결에서 보여 왔던 신의칙의 보충성과 반하는 결론을 내려 조세법률주의를 훼손시켰다는 점, ② 악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내면적 요건을 적용 요건으로 하여 기준의 적용 여부가 불명확하며 입증책임의 전환을 가져와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웠다는 점, ③ 국고의 손실 방지라는 목적 이외에는 수출업자와 중간단계의 과세업자의 차별적 취급을 가져올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제척기간의 적용기간에 관한 부수적 쟁점에 대한 논리전개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대상판결의 결론은 폭탄업체와의 거래 자체가 아닌, 수출에 따른 매입세액의 환급･공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는 현행 대법원의 태도 하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무중과실을 입증하여야 하는 수출업체 또는 국내 영세율거래업체에 대하여 단기의 제척기간을 적용하여, 현재의 과도한 부담을 경감시키고 법률관계의 조기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구체적 타당성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다만 이는 그 전제가 되는 참조판결의 태도에 기초한 것으로, 참조판결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를 고려할 때 대상판결의 결론에 이르게 된 논리적 과정상에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