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세란 세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법에 따라 산출한 세액에 가산하여 징수하는 금액을 말한다(「국세기본법」제2조 제4호). 가산세는 법적으로 본세와 구별되는 별개의 부과처분이나, 현행 과세실무상 하나의 납세고지서에 본세와 함께 가산세의 총액만 기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즉, 가산세에 대해서는 별도의 명문규정이 없어 그동안 과세관청은 관행적으로 가산세의 산출근거를 별도로 고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산세 과세실무에 경종을 울리는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① 원고들은 2005.4.29. 모친 A 소유이던 대구 달서구 소재 토지(제1부동산)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2005.7.11. 피고에게 증여세 약 5,800만원을 신고하고, 2005.7.25. 납부하였다.

② 원고들과 A는 2005.10.6. 제1부동산에 관한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하고, 2005.10.18.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하였다.

③ 원고들은 2006.5.3. A 소유이던 서울 서초구 소재 토지 및 건물(제2부동산)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2006.7.11. 피고에게 ‘제1부동산에 관한 증여가 없다는 전제에서’ 제2부동산의 가액만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④ 피고는 2008.5.1. 제1부동산에 관한 증여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제1부동산은 제2부동산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1부동산의 가액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하여 증여세액을 산출한 후 원고들에게 증여세(본세) 및 가산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대법원은 증여세와 가산세의 부과요건이 충족된다는 아래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보았다. 증여세의 경우, 원고들은 2005.4.29. 제1부동산에 관한 증여 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6.12.30. 법률 제81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법’이라 한다) 제31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기한인 3개월이 지난 2005.10.18.에야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하였으므로, 제1부동산에 관한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산세의 경우,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8조 제1항 본문은 증여세를 과세표준에 미달하게 신고하는 경우 가산세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구 상증법 제47조 제2항 본문은 “당해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증여재산가액의 합계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그 가액은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제2부동산에 대한 증여세 신고시 제1부동산의 가액을 가산하지 않은 경우 과세표준에 미달한 신고로서 가산세 부과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납세고지서에 증여세 본세의 과세표준이 기재되어 있고, 구 상증법 제78조 등에서 가산세율 및 세액의 산출방식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그 산출근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고불성실 및 납부불성실가산세의 납세고지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납세고지서에는 각 가산세가 종류별로 구분되지 아니한 채 그 합계액이 본세액과 별도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각 가산세의 산출근거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을 이유로, 이 사건 가산세 납세고지는 관계 법령에서 요구하는 기재사항을 누락하는 등의 하자가 있고, 달리 그 하자가 보완되거나 치유되었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과세관청은「국세기본법」제47조에 따라 세법에서 규정한 의무를 위반한 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가산세는 해당 의무가 규정된 세법의 해당 국세의 세목으로 한다. 가산세는 위 법률 제21조 제1항 제11호에 따라 가산할 국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때에 동시에 성립하며,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가 결정하는 때에 납세의무가 확정된다. 즉, 가산세는 비록 본세의 세목으로 부과되기는 하지만 본세와 구별되는 별도의 세목이며, 그 본질은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위반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이다.

국세징수법 제9조 제1항은 “세무서장은 국세를 징수하려면 납세자에게 그 국세의 과세연도, 세목, 세액 및 그 산출 근거, 납부기한과 납부장소를 적은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고지서의 기재사항에 누락이 있는 경우 당해 과세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게 된다. 대법원은 납세고지서에 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근거 등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확립된 견해를 취하고 있다(대법원2001두1543, 2002. 11.13. 판결 등).

그러나 가산세 부과처분에 관해서는 국세기본법이나 개별 세법 어디에도 납세고지의 방식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현행 가산세 부과처분의 실무는 본세와 함께 부과하면서 세액만 병기하고, 가산세의 종류가 여러 가지인 경우에도 그 합계액만 표시하는 것이 오랜 과세관행이었다. 즉, 가산세가 법적으로 본세와 구별되는 세목임에도 본세에 대한 납세고지서를 발급하면서 가산세의 산출근거에 대해서 기재하지 않고 가산세 총액만을 기재하고 있다. 그 결과 납세고지서를 받은 납세의무자는 따로 법률 규정을 확인하거나 과세관청에 문의하지 않으면 가산세의 산출근거를 알 수 없는 문제가 계속되었다.

가산세는 본세와 구별되는 별개의 부과처분이므로, 독립된 불복대상이 되며, 본세와 독립하여 가산세 부과처분 그 자체만의 취소를 구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전심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과세실무에 따른 가산세 부과처분은 납세의무자가 무슨 가산세 어떠한 근거로 부과되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고, 이러한 어려움이 불복절차에서도 이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모든 행정작용에서 준수되어야 하고, 행정처분에 처분의 이유를 제시하도록 한 행정절차법이 과세처분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그러한 기본 원리는 준수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국세징수법 및 개별 세법의 납세고지에 관한 규정들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행정절차법의 기본 원리를 과세처분의 영역에도 그대로 받아들여,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도 합리적이 과세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함과 아울러 납세의무자에게 과세처분의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어 이에 대한 불복 여부의 결정과 불복신청의 편의를 주려는 데 그 근본 취지가 있으므로, 이 규정들은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적법절차의 원칙이 과세처분에도 당연히 적용되므로 개별 세법에 납세고지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국세징수법이 정한 것과 같은 납세고지의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가산세 부과처분은 행정상 제재라는 점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은 더 강하게 관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하나의 납세고지서에 의하여 본세와 가산세를 함께 부과하는 경우 ① 납세고지서에 본세와 가산세 각각의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하여 기재해야 하며, ② 여러 종류의 가산세를 함께 부과하는 경우에는 그 가산세 상호간에도 종류별로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하여 기재함으로써 납세의무자가 납세고지서 자체로 각 과세처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과세관청이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하고, 납세의무자의 불복신청에 편의를 주어 납세자권리의 보장에 진일보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래 과세관청은 여러 종류의 가산세를 한꺼번에 부과하는 경우 그 산출근거는 물론 가산세목의 구별조차도 없이 산출세액만 기재하여 왔고 이러한 관행은 수 십년간 별다른 이의 없이 지속되어 왔다. 대법원이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판결한 것은 이러한 관행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대법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대외적인 선언을 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대법원이 단순히「국세징수법」제9조 제1항을 준용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행정절차법의 기본원리 등이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과세처분 전반에 적용이 가능함을 명시하여 절차적 위법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태도를 밝힌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종래 관행적으로 수긍하여 왔던 가산세 기재방식에 대하여 위법주장을 하여 대법원의 판례를 이끌어 낸 소송대리인도 납세자 권리보장에 일익을 담당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나아가 대법원은 “과세처분의 상대방인 납세의무자에게 알아서 법전을 찾아보라고 할 행정편의적인 발상이 법치의 광장에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다소 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현행 과세실무에 문제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지적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과세관청이 가산세를 부과함에 있어 납세고지서의 형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여야 하고 종래 잘못된 과세관행에 의하여 처리한 사건을 원만히 마무리하여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가산세가 부과되어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취소소송의 경우 다음과 같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툼의 대상인 대부분의 가산세 부과처분은 이 사건 판결과 동일한 절차적 하자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납세고지에 기재사항을 누락한 하자가 있는 경우, 취소소송 계속 중에 과세관청이 세액산출근거를 밝히는 보정통지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납세고지의 위법성은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판례이다(대법원83누404, 1988.2.9. 판결 등). 따라서 과세관청은 이미 존재한 가산세 부과처분의 하자를 치유할 수 없으므로, 납세의무자가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는 경우 가산세 부과처분은 취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과세실무를 변경시킬 정도의 파급력이 있으나, 개별적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가산세액(가산금이나 중가산금 포함)에 대한 환급가산금 이외에 세액에 있어서는 큰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위 대법원판결은 이미 불복기간을 지나거나 쟁송에 의하여 확정된 사건은 해당이 없는 것이고 불복기간이 진행 중이거나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에 한하여 적용될 것이지만, 가산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과세관청이 추후 절차적 하자를 보완한 가산세 납세고지서를 발부하면(설사 가산세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국세기본법」제26조의 2 제2항의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되어) 납세의무자로서는 불복의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과세관청은 이러한 사건에 대하여서는 일률적으로 재고지할 가능성도 크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설시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관청이 준수하여야 할 절차법상의 납세자 보호를 위한 행위수준은 종래와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세정 전반에 있어 납세의무자의 기준에서 그 성실한 의무이행 가능여부에 따라 가산세 등의 부과 여부를 결정지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바,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단지 가산세 부과절차의 영역뿐 아니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납세자권리의 절차적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