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들은 보험대리업을 영위하던 비상장법인의 주주들로, 2006.3.13. 세법상 특수관계가 없는 코스닥상장법인(이하 ‘갑 법인’)에게 비상장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을 액면가액(5,000원)의 150배인 750,000원(이하 ‘이 사건 양도가액’)에 양도하고, 이 사건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과세관청은 원고들이 이 사건 주식의 고가양도로 인하여 갑 법인으로부터 이익을 분여받았다고 보고, 이 사건 주식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상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1주당 14,676원(이하 ‘이 사건 평가액’)으로 평가한 다음, 이 사건 평가액과 이 사건 양도가액의 차액을「법인세법 시행령」제35조 제1호의 의제기부금으로 보아 이를 갑 법인의 익금에 산입하는 한편, 원고들에게는 2010.7.1. 해당 금액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이하 ‘이 사건 처분’)하고, 양도소득세를 감액경정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다. 본 평석의 주된 논의 대상이 될「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의 소득과세 우선원칙은 ‘증여재산에 대하여 수증자에게 소득세 또는 법인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전심단계에서는 원고가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아 이 부분이 심판의 주된 쟁점이 되지 않았으나, 소송 단계에 와서 비로소 위 주장을 펼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송의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의 제1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1구합1146, 2011.6.3. 판결)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누21623, 2012.1.11. 판결)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항소심 판결에서는 ‘고가양도는 저가양도와 달리 양도인에게 증여세와 양도소득세가 모두 부과되므로 반드시 이중과세 문제가 제기되는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은 증여재산에 대하여 수증자에게 소득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하여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한 방법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것이지, 과세관청이 임의로 구간을 나누어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다른 방법을 선택하여 과세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기존의 대법원 98두11830, 1999.9.21. 판결, 대법원 2003두11575, 2004.12.10. 판결의 판시 사항을 원용하여 “상증세법 제2조 제2항이 제1항에 규정된 증여재산에 대하여 수증자에게 소득세법에 따른 소득세가 부과되는 때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그 문언 내용이나 증여세가 소득세의 보완세로서의 성격도 가지는 점에 비추어 보면, 수증자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 그에 대하여 소득세가 부과되는 때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뜻으로서 양도소득세 규정과 증여세 규정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처분과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은 과세 대상을 달리하여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어떠한 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이 소득세법상 과세소득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상증법상 증여재산에 해당하는 경우에 소득세를 과세할 것인지, 증여세를 과세할 것인지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법률이 규정한 바에 따라야 할 것이고 법률의 명확한 근거 없이 과세관청이 임의로 부과할 세금의 종류를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현행「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은 “증여재산에 대하여 수증자에게 소득세법에 따른 소득세, 법인세법에 따른 법인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소득과세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대법원 94누15189, 1995.5.23. 판결은 현행「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9조의 3 제3항의 “소득세법에 의하여 소득세가 부과되는 때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의 취지에 관하여, 이는 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경우에 증여세를 중복하여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대법원 92누3441, 1992.11.10. 판결도 “법인세법에 의하여 상여로 처분된 금액은 소득세법상 소득세의 과세대상으로 되고, 한편 타인의 증여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함으로써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재산취득으로 인한 소득에 소득세법에 의한 소득세가 부과되는 때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으므로(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9조의 3 제3항), 법인의 임원인 원고에게 사외유출되어 상여 처분되는 소득에 대하여는 소득세를 부과하는 외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이치는 당해 소득에 대하여 실제로 소득세를 부과하였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판시하여, 이러한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소득과세 우선원칙의 예외를 다시 규정하고 있다. 2007.12.31. 신설된 소득세법(법률 제8825호) 제96조 제3항 제2호가 그것인데, 여기에서는 ‘특수관계자 외의 자에게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양도한 경우로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5조에 따라 해당 거주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는 금액이 있는 때에는 같은 조에 따른 시가를 해당 자산의 양도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으로 보도록’ 하여, 증여세가 소득세보다 앞서 과세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위 소득세법 부칙 제1조 및 제3조에 따라, 2008.1.1. 이후 최초로 양도하는 분부터 적용되는 것이므로, 2007.12.31. 이전의 양도분에 대하여는 여전히 소득과세 우선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가. 고가양도와 저가양도 간의 차이점

대상판결은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는 납세의무의 성립 요건과 시기 및 납세의무자를 서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각각의 과세요건에 모두 해당할 경우 양자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어느 한 쪽의 과세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는 기존 판례의 일반 법리를 고가양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가양도와 저가양도는 그 성격이 다른 것이므로 위와 같은 법리를 고가양도의 사안에 그대로 적용한 것은 과세 상황을 오인한 것이다.

특수관계 없는 자 간의 자산의 저가양도의 경우에는, ‘저가로 양도한 자’는 낮은 양도대가를 받고 자산을 양도하였으므로 양도차익이 과소 계상되어 낮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 ‘저가로 양수한 자’는 시가보다 낮은 양수대가를 지급하고 자산을 양수하여 이득을 보았으므로, 시가와 양수대가 간 차액 부분을 수증 받은 셈이 되어 증여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경우에는 증여세와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각각 양수인과 양도인으로 다르게 될 것이므로 저가 양도의 사안에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의 이중과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 없는 자 간의 자산의 고가양도의 경우에는, ‘고가로 자산을 양도한 자’는 고가의 양도대가 그 자체가 ‘실지거래가액’에 해당하므로 시가와 실지 양도대가 간의 차액 부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해당 금액은 동시에 ‘고가로 자산을 양수한 자’로부터 증여받은 이익에도 해당될 수 있으므로 여기에는 증여세도 부과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고가양도의 경우 시가와 실지 양도대가 간의 차액 부분은, ‘하나의 거래에 의하여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납세의무자가 얻은 하나의 경제적 이익(세목의 구분은 동일한 경제적 이익의 성격이 수증이익인지 양도차익인지의 여부만이 달라질 뿐이다)’에 해당하고, 이 부분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면서 동시에 증여재산가액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양도소득세 및 증여세가 중복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다. 그런데, 이 경우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모두 과세할 수는 없고, 그 중 어느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며,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이는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
　

• 나.「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의 해석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시내용의 설시를 인용하면서, 두 가지 판결을 전거로 들고 있다. 하나는 대법원 98두11830, 1999.9.21. 판결인데, 이는 저가양도 사안에 관한 판결이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저가양도의 경우에는 ‘증여로 이익을 받은 자’는 ‘양수인’이며, ‘양도소득이 발생한 자’는 ‘양도인’이므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달라「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의 적용이 문제되지 않는다. 즉, 대법원 98두11830 판결과 같은 저가 양도 사안에서 수증자(즉, 저가 양수인)에게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았으므로 수증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더라도 소득세와 증여세의 중복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저가 양수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에서 원용한 또 다른 판례인 대법원 2003두11575, 2004.12.10. 판결(미공간)의 사실관계는 고가양도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2003두11575 판결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기존의 저가양도에 관한 판례의 설시를 잘못 옮겨와 판단에 이른 오류가 있다. 대상판결 역시 기존에 고가양도에 대하여도 유사한 판결이 있었다는 점만을 고려하여, 고가양도와 저가양도의 각 경우에 대한 소득세법과 상증법의 과세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동일한 결론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고가양도의 사안에서 시가와 실지 양도가액의 차액 부분은 상증법상 ‘증여재산가액’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소득세법상 ‘양도차익’에도 해당하므로, 필연적으로 소득세를 과세할 것인지, 증여세를 과세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리고「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은 이러한 경우 소득세를 과세하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설시와 같이 고가 양도인에 대한 증여세 부과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2항이 적용되는 경우란 찾을 수가 없고, 소득과세 우선원칙은 형해화되어 버린다. 이는 곧 과세관청 입장에서 동일한 소득에 대하여 유리한 방향으로 임의로 특정 세목을 선택하여 과세하는 것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 다. 개정 법률의 소급 적용 부분

대상판결의 결론은 2007.12.31. 법률 제8825호로 개정된 소득세법 규정과의 체계적 해석에도 반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잘못을 범하고 있다. 위「소득세법」제9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고가양도의 경우에 대하여 ‘상증법 제35조에 따른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는 금액이 있는 때에는 같은 조에 따른 시가를 해당 자산의 양도 당시의 실지거래가액으로 보도록’하여, 증여세가 소득세보다 앞서 과세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새로이 마련하고 있는데, 앞서 보았듯이 위 규정은 부칙에 따라, 2008.1.1. 이후 최초로 양도하는 분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1심 판결에서는 위 개정 법률조항이 기존의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합헌적 해석에 따른 실무관행을 입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항소심 판결에서는 이 사건 주식의 양도는 소득세법 개정 이전에 있었던 것이므로 개정된 소득세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소득구간을 나누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각각 과세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상 판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데, 만약 1심 판결과 같이 위 규정이 합헌적 해석을 입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면 부칙과 같은 적용시기에 관한 규정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의 일반론이 단순히 적용될 수 없는 고가양도에 대하여, 소득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단순히 기존 판례의 결론에 맞추어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소득과세 우선원칙을 형해화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비상장주식을 양수한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개인이 비상장주식을 고가 양도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소득세만 부과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여 보아도 대상 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판례 변경을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