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고 1은 비상장법인인 H 회사의 발행주식 818주(총발행주식 5,000주의 16.34%)를, 원고 2는 H 회사의 발행주식 548주(총발행주식 5000주의 10.96%)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 1의 조부이자 원고 2의 외조부로서 원고 1, 2의 특수관계자인 A가 2006.2.28. H 회사에게 부동산을 증여하였다. 그리고 부동산을 증여받은 H 회사는 그 자산수증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2006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나.그런데 H 회사의 법인세 신고납부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위 증여로 인한 H 회사의 주식 가치 증가분을 원고 1, 2가 A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이하 ‘이 사건 증여’), 원고 1, 2에게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다.한편 과세관청은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의 증여재산 가액을 계산함에 있어서, 이사건 증여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양수도･사업교환 및 법인의 조직변경 등에 의하여 소유지분 또는 그 가액이 변동된 경우”와 유사하다고 보아, 부동산의 증여 전･후의 H 회사의 주식가액의 차액 상당액을 증여재산 가액으로 산정하였다.

가.먼저 대상판결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근거한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함을 분명히 밝혔다. 즉, 대상판결은 “미처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의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하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서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증여 개념을 도입하게 된 점, 기존의 증여의제 규정이 증여재산 가액의 계산규정으로 바뀌는 등 다른 조문과의 체계에 비추어 보더라도「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을 단순히 확인적, 선언적 규정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점(「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을 단순히 확인적, 선언적 규정으로 볼 경우 기존 증여의제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한 과세 근거가 사라지는 문제가 있다) 등「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의 도입배경, 입법취지, 다른 조문과의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근거한 증여세의 과세는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원고 1, 2의 주식 지분 비율의 범위 내에서 부동산 증여 후의 H 회사의 주식 가치와 부동산 증여 전의 H 회사의 주식 가치와의 차액 상당의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기여에 의하여 원고 1, 2 소유의 회사 주식 가치를 증가시켰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증여는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그러나 대상판결은 결론적으로 과세관청의 증여재산 가액 산정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증여세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관련한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의한 증여세 과세의 경우 증여재산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 내지 제42조의 예시규정 중 그 과세요건이나 거래 유형, 경제적 실질 등이 같거나 유사한 것을 준용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가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후,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①「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2조 제1항 제3호의 “출자･감자, 합병･분할, 전환사채 등에 의한 주식의 전환･인수･교환 등 법인의 자본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거래로 얻은 이익 또는 사업양수도･사업교환 및 법인의 조직변경 등에 의하여 소유지분 또는 그 가액이 변동된 경우”와 유사한 거래형태라고 할 수 없음.

②오히려「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거래 유형, 즉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 또는 폐업 중인 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특정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등의 거래를 통하여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와 유사함.

③이 사건 증여재산 가액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할 경우 3,011,745,000원인데 반하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를 적용할 경우에는 결손금으로 상쇄시킨 부분인 7,896,809원에 불과하므로, 그 차이가 현저히 불합리하여 과세형평에 반함.

④「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증여가 미리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변칙증여라고 보기 어려운 점,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특정법인(결손금이 있는 법인)에 해당되지 않는 법인으로서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하여 법인세법에 의한 법인세가 과세되는 경우에는 그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이 유지되었던 점, 이 사건 증여에 의한 이득은 간접적인 미실현이득이라는 점에서 공정하고 정확한 계산방법이 요구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것임.

상증세법이 2003.12.30. 개정되면서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 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증여로 규정한「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이 신설되어, 이른바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되었다.

구 상증세법은 민법상 증여의 개념을 차용하면서 증여의제 규정(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2조부터 제42조까지)을 개별적으로 열거하여 증여세를 과세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규정 방식으로는 신종 파생금융상품이나 금융기법 등에 따른 예측하지 못한 형태의 부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입법부는 예측하지 못한 모든 형태의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위 개정을 통하여, 민법상 증여와 다른 세법상 포괄적 증여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구 상증세법의 증여의제 규정을 예시규정(「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4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5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6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7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8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9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0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2조까지)으로 전환하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이 신설되면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위「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에 대하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만을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가, 또 과세할 수 있다면 증여재산 가액의 산정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라는 쟁점이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으로는, ①「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예시된 거래 유형과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거래 유형(이하 ‘A거래 유형’)과 ②「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예시된 거래 유형과 유사하기는 하지만「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 유형(이하 ‘B거래 유형’)이 있을 수 있다. A거래 유형에 대하여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이용하여 부를 무상이전한 사안에 관하여 대법원 2008두17882, 2011.4.28. 판결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만을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고, 증여재산 가액의 계산방법에 관하여는 시가 판단의 문제로 보아「상속세 및 증여세법」제65조 제2항에 따라 보충적 평가방법 중 적정한 것을 준용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B거래 유형에 관하여는 아직까지 법원의 판결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비록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B거래 유형에 해당하는 사안에 관하여 법원이 최초로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대상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대상판결은, 결손금이 있는 법인 등의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등의 거래를 통하여 당해 법인의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 관한 규정인「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와 유사하지만「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의 요건은 갖추지 아니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결국 대상판결의 핵심적인 쟁점은 ① B거래 유형에 대하여「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만을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가, ② 과세할 수 있다면 증여재산의 가액은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가이다.

가.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B거래 유형에 대하여도「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을 근거로 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앞으로 B거래 유형에 대하여도 과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증여세 부담의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B거래 유형의 경우 증여재산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 내지 제42조의 예시규정 중 그 과세요건이나 거래 유형, 경제적 실질 등이 같거나 유사한 것을 준용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가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납세자로서는 최소한 자신의 거래형태와 유사한 증여예시 규정에 의하여 산정된 증여세보다 더 많은 증여세를 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납세자는 증여예시 규정 중 자신의 거래형태와 가장 유사한 증여예시 규정을 검토함으로써 최소한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판시가 다소 모호하여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법원이 정당세액을 산정하지 않고 이 사건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한 것에 비추어 보면, 설사 과세관청이 납세자가 행한 거래형태와 가장 유사한 증여예시 규정에 의하여 증여세를 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증여예시 규정의 연혁,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의 변경 여부, 계산 방법의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그 부과처분 전부를 위법하다고 볼 여지도 열려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B거래 유형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예시된 거래 유형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인데,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증여세의 과세를 인정하고, 그 증여재산 가액을「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의 예시규정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면, 사실상「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예시된 거래 유형의 요건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입법자가 특별한 요건 하에 제33조부터 제42조에 예시된 거래 유형을 두었다는 것은 반대로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거래를 증여세 부과대상에서 배제하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고 볼 여지도 충분히 있다. 본 사안에서 문제된「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의 경우, 법인에 대한 증여는 법인의 익금을 구성하여 법인세의 과세대상이 되는데 결손법인 등의 경우에는 법인세를 부담하지 않는 점을 이용하여 과세의 부담 없이 결손 법인에 대한 증여를 통하여 증여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결손법인의 대주주가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결손법인이 아닌 경우에는 법인세를 회피할 우려가 없으므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의 판시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호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의4 제1항은 특수관계인 간 1억원 이상의 금전 무상대출에 대하여 정하고 있는데, 비특수관계인 간에도 1억원 이상의 금전 무상대출을 하는 경우「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의해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것인가? 비특수관계인과 특수관계인은 차이를 두어야 하므로 그 기준이 1억원보다 높아야 하는 것인가? 1억원보다 높아야 한다면 얼마를 무상으로 대출하면 증여에 해당하는 것인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까지의 예시 규정에 의한 증여재산 가액의 계산은 그 예시규정의 요건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데,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어떻게「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3조부터 제42조에 따라 증여재산 가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아무런 판단의 단초를 제공해 주지 않아 여전히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Ⅰ. 대상판결의 정리, 2. 판결의 요지’ 중 ‘①, ②, ③’의 판시만으로도 이 사건 부과처분의 위법성에 대하여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부가적인 설시라고 할 수 있는 위 ‘④’와 같은 내용의 판시를 한 것은 법원도「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만을 근거로 한 증여세 부과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은 하급심 판례이므로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들에 관한 일응의 판단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도 불구하고「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법률주의의 관점에서「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근거한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또 납세자의 거래형태와 가장 유사한 증여 예시 규정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그에 따른 증여재산가액을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지는 명쾌하지 않다. 한편 총론에서는 승기를 잡았으나 각론에서 패배한 국세청의 향후 항소심 이후의 대응(소송계속 중의 대응 및 판결확정 이후의 재처분의 문제도 남아있다)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거리이다. 또한 다수의 논자들이「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관하여 조세법률주의와의 충돌, 납세자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침해, 과세권력의 자의적인 남용의 우려 등을 이유로 위헌론을 제기하고 있으므로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소원을 통하여 헌법재판소가「상속세 및 증여세법」제2조 제3항에 관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할 것인지에 관하여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