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유한 파트너쉽(Limited Partnership)AⅠ과 AⅡ(대법원 2010두11948 사건의 원고들, 이하 ‘영국 LP’라고 한다)는 한국 내 부동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공동으로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설립하고, 다시 이를 통하여 벨기에 법률에 의한 벨기에 법인인 BⅠ 및 BⅡ(이하 ‘벨기에 법인’이라 한다)를 설립하였다. 벨기에 법인은 2002.2.1.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유동화전문유한회사인 C회사의 주식 전부(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인수한 다음 C회사를 통하여 종로에 있는 빌딩(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매수하였다. 벨기에 법인은 2004.9.9. 영국법인인 D법인(대법원2010두15179 사건의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 전부를 매각하여 주식양도차익을 얻었고, D법인은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 사건 건물을 보유하게 되었다. 사안의 투자구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영국 LP의 투자구조

가. 이 사건 주식을 양수한 D법인은 주식의 양도인이 벨기에 법인이므로 한국－벨기에 조세조약 제13조에 따라 주식양도로 인한 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벨기에)에서만 과세된다고 보았다. 그 결과 D법인은 벨기에 법인이 취득한 이 사건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나. 과세관청은 벨기에 법인은 실질적인 소득이나 자산의 지배와 관리권이 없이 오로지 조세회피목적을 위해 설립된 도관회사(conduit company)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즉,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벨기에 법인이 아니라 영국 LP라고 판단하였고,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소득에 관하여는 한국－영국 조세조약이 적용되어야 하고, 위 조약 제13조에 따라 부동산과다보유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은 주식의 소재지인 한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에 과세관청은 D법인에게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와 원천징수불성실 가산세 합계 약 47억원을 부과처분(대법원 2010두15179 사건)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영국 LP에게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나머지 법인세 약 100억원을 별도로 부과처분(대법원 2010두11948 사건)하였다.

위 두 사건이 병합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크게 아래의 3가지 쟁점이 판단의 대상이었다.

①「국세기본법」제14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을 조세조약의 해석에 적용하여, 실제 부동산 양도소득이 귀속하는 영국 LP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 할 수 있는지 여부
② 부동산과다보유법인의 범위를 규정한 구 법인세법 시행령(대통령령 제18706호, 2005.2.29.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2조 제10항 제2호가 모법의 위임을 벗어나서 무효인지 여부
③ 법인세 원천징수의무자인 D법인에게 가산세 부과를 면하기 위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대법원 2010두15179 사건에서만 쟁점이었음)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제14조 제1항의 실질과세의 원칙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이를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된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거래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계약서상 주식 양도인인 벨기에 법인은 명의자에 불과하고,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영국 LP라고 판단하였다. 즉, 거래의 실질 양도인이 영국 LP이므로 이 사건 주식 양도에는 한국－영국 조세조약이 적용되고, 위 조약 제13조 제2항 가목에 따라 부동산과다보유법인 주식의 양도소득은 주식의 소재지인 한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소득세법 시행령과 달리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32조 제10항 제2호가 자산비율요건만을 규정한 것에 대하여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7호는 부동산 양도소득이나 그와 같은 성격이 짙은 소득에 대하여 높은 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별도로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 범위에 관하여는 구 소득세법과는 다른 고유한 입법목적과 사정변경 등을 반영하기 위하여 독자적으로 시행령 규정에 위임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구 법인세법 시행령이 자산비율요건만을 규정한 것이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세법상 가산세는 납세자가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부과되는 행정상 제재로서, 납세자의 고의․과실은 고려되지 않으며, 납세자가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부과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 사안의 D범인이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D법인이 이 사건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식의 실질적 양도인이 영국 LP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D법인이 비과세․면제신청서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확인을 받았더라도 신청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므로 가산세 부과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자본은 국내의 부동산을 취득하여 양도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한국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하게 하고, 부동산의 소유자인 한국 법인의 주식을 인수 및 처분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인세법은 이러한 법인의 주식은 부동산과다보유법인 주식으로서 일반적인 주식양도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은 위와 같은 주식 거래에서 한국의 과세를 피하고 낮은 제한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에 관한 원천지국 과세특례규정이 없는 유리한 조세조약(한국－벨기에 조세조약 등)을 적용할 수 있는 투자구조를 고안하였다. 대표적인 방법이 미국이나 영국의 상위투자자들이 벨기에 법인을 설립하고, 벨기에 법인이 주식을 취득 및 양도하는 거래구조이며,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방법으로 거래를 시도한 것이다.

대상 판결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조세조약의 해석에 적용 가능함을 명시한 첫 번째 대법원 판결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고등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근거로 거래의 당사자를 도관회사로 보고, 실질적 귀속자를 판단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납세자의 상고를 기각하여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하였으나, 별도로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쟁점을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원심 판결은 기존의 고등법원 판결처럼 실질과세원칙의 근거가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헌법상 조세평등주의의 이념은 조세조약의 적용에 있어서도 예외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조세조약 역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상위 규정인 헌법상 원칙인 조세평등주의의 실현을 위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기존의 논리에서 한발 나아가 헌법상 원칙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원칙이 당연히 조세조약의 해석에 적용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외국계 자본의 거래에 대하여 명의에 관계 없이, 누가 실제 소유자인지를 판단하고, 해당 거래에 적용될 조세조약 역시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대상 판결은 마치 국내법에 의한 조세조약의 배제(소위 Treaty Override)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국내법이 조세조약에 우선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즉, 조세조약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다. 따라서 조세조약이 특별법으로서 국내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나, 오로지 조세회피 목적으로 실체가 없는 당사자를 내세우는 경우 실질과세원칙을 근거로 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대상 판결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과세가 가능하게 되어 조세법률주의를 위배할 수 있으며,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 불확실하여 외국계 자본의 투자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은 부동산 양도소득을 주식 양도소득에 비하여 높은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이러한 세율의 차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실제로는 부동산을 거래할 목적이지만, 법인이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후 법인의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이 등장하였고, 부동산과다보유법인 주식의 거래는 부동산 거래에 준하여 높은 세율을 적용하게 되었다. 거래대상인 주식이 부동산과다보유법인의 주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소득세법 시행령은 ① 자산비율요건(당해 법인의 자산총액 중 부동산 가액의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 ② 주식소유비율요건(소유하고 있는 주식 등의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 ③ 주식양도비율요건(‘①, ②’에 해당하는 주주가 그 법인의 주식 50% 이상을 양도하는 경우)을 모두 갖춘 경우 부동산과다보유법인 주식의 양도로 과세한다. 반면 이 사건에 적용된 구 법인세법 시행령은 ① 자산비율요건만을 갖추면 부동산과다보유법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구 법인세법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을 벗어나 위법하다면 이 사건 주식의 26%를 보유하였던 AⅡ 영국 LP에 대한 과세처분은 위법하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앞서 본 판결 내용처럼 구 법인세법 시행령이 소득세법과 다르게 규정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유사사건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던 부분이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대법원과 동일하게 시행령이 적법하다고 보았으나, 다른 판결(서울고법2009누17676, 2011.1.18.)에서는 위 시행령이 위법하여 과세도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판단이 달랐던 고등법원의 두 판결에 대한 상고심을 같은 날 선고하면서 구 법인세법 시행령이 자산비율요건만을 규정한 부분이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세청은 2009년부터 중점추진 세정과제의 하나로 ‘역외탈세 방지’를 선정한 이래 국제 공조와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미국, 영국, 일본, 캐나나, 호주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정보교환협의체인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에 가입하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역외탈세 방지 및 공격적 조세회피(Aggressive Tax Planning)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별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국회 비준이 완료된 ‘EU/OECD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정’은 조세행정에 관한 정보교환과 징수 협조를 목적으로 한 다자간 협약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34개 국가가 가입되어 있고, 협정 국가끼리 금융정보 등의 자동교환이 가능하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조세환경을 배경으로 하며, 국제적 조세회피 및 역외탈세를 방지하겠다는 과세관청의 입장에 대한 법원의 법률적 판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상 판결은 조세조약을 이용한 조세회피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을 조세조약 해석에 적용 가능함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외국계 자본이 조세조약상 혜택을 위해 유리한 국가에 회사를 설립하여 국내에 투자하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부당한 조세회피를 차단하려는 대법원의 취지에 공감하나, 이를 오해하여 실질 귀속자라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한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조세조약상 제한세율 적용을 위한 원천징수절차 특례규정’이 2012.7.1.부터 시행됨에 따라, 외국법인의 경우 실질귀속자가 국내원천소득 제한세율 적용을 신청함으로써 조세조약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국외투자기구(해외펀드)의 경우 실질귀속자 명세를 첨부하여 투자자의 명단을 밝혀야만 조제조약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상 판결 및 특례규정의 내용을 고려하면 향후 외국인의 국내투자와 관련하여 과세당국의 경제적 실질에 따른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거래의 당사자 역시 투자구조와 세금의 연관 문제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