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어 특정 계열사(수혜법인)가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하며, 결과적으로 수혜법인의 주주가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행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처럼 재벌들에게 퍼져 나갔고, 세금없는 편법적인 부(富)와 경영권의 상속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12월말 국회는 상속세및증여세법(이하 상증법) 개정하여 일감몰아주기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12년 1월초 증여세액 계산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다. 필자가 소속된 경제개혁연구소는 2006년부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며,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의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지속적으로 실효성있는 과세방안이 만들어지도록 대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과세방안은 실효성이 현저히 부족한 방안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의 해결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정부 과세방안의 과세액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관한 시행령이 제대로 개정하기를 촉구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12년부터 (2)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개인 1인이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3)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이 30%를 초과하는 경우 (4)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한편, 관련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계산 시 특수관계법인의 범위에서 50% 이상 출자한 자회사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제외하였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에서 20개의 재벌에 대한 승계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분석한 재벌 지배주주 일가들의 지분보유현황 등을 근거로 하여 20개 재벌 지배주주 일가가 부담하는 세액을 추정하였다.
　

• (1) 연구방법

① 2010년 결산기준으로 20개 재벌 중 매출액에 대하여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이상인 계열회사를 선정하였다.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액은 감사보고서의 주석내용을 근거로 하였으며,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해외자회사와의 거래 금액은 제외하였으나, 일부 주석내용은 거래회사별 공시되지 않아 내부거래 합계액을 사용하였다. ② 이들 계열사 중 2011년 4월 현재 지배주주 일가 중 한 개인이 3%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회사를 선정하였다. ③ 세후영업이익을 계산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고려하였다. 시행령과 같이 세무상 영업이익을 알 수 없으므로, 손익계산서 상의 법인세비용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으로 나누어서 법인세율을 추정하였다. 한편, 영업손실이 발생한 법인은 제외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적용한 경우, 대상회사는 41개 회사, 과세대상자는 72명이었다. 　
　

• (2) 일감몰아주기 증여이익 계산과 실효세율

현재 법령을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과세대상자인 72명의 증여의제이익는 1,050억원, 증여세액은 426억원으로 평균 증여세율은 40.59%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에서 30%를 공제함으로서, 증여의제이익이 대폭 감소되는데, 이를 공제하지 않은 경우 증여의제이익은 2,396억원으로 증가된다. 이 금액이 실제 일감몰아주기로 얻은 증여이익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되며, 이를 근거로 평균 실효세율(증여세/증여이익)을 계산하면 과세율은 17.79%밖에 되지 않는다. 즉, 과세대상자는 증여세를 납부하고도 82%가 넘는 이익을 여전히 향유하게 된다.

• (1)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30% 공제 없애야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부안의 방식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에서 30%를 공제하여 증여의제이익을 실제 지배주주 일가가 얻는 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게 계산하고, 과세대상자들의 세부담이 낮아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증여의제이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에서 30%를 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증여의제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 도입의 취지에 부합될 것이다.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30% 공제한 정부안과 공제하지 아니한 수정안으로 계산한 증여의제이익과 과세액은 다음과 같다.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30% 공제로 인하여 증여의제이익은 56%가 감소하고, 이로 인하여 과세액은 60%가 감소한다.
　

• (2) 지주회사 등의 예외규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액에는 50% 이상 출자한 회사,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와의 거래액은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 모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자회사의 경우는 모회사와 경제적 단일체로 보아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취지이다. 또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경우도 지주회사와 경제적 단일체로 보는 한편, 지주회사가 없는 소득이 주로 자회사가 지급하는 배당소득일 것이므로 통상적인 일감몰아주기의 매출거래로 보지 않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재의 지주회사 제도는 상장자회사는 20% 이상, 비상장자회사는 40%이상의 지분만을 보유하면 되므로, 지분 50%미만을 보유한 경우도 상당하며, 지주회사의 주요 매출은 자회사로부터 배당보다 계열사의 건물관리, 시스템통합,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 관련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라고 하여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하는 예외를 둘 이유가 없다. 지주회사 고유의 업무 즉 배당, 지분법 이익 만을 일감몰아주기 매출에서 제외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와 빵집 운영 등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재벌들의 경제력집중에 대한 폐해를 손보기 위한 제도들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역시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상증법은 2003년 증여세 포괄주의를 도입하였으나, 과세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과세방법 등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 조세법률주의로 인하여 포괄주의를 적용하여 과세가 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이번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의 도입은 증여세 포괄주의가 적용되는 첫 사례로, 지배주주들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고 있는 이익에 대해 과세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세금없는 편법적인 부(富)의 상속을 막고, 그 효과로 일감몰아주기의 관행이 축소되어 시장의 경쟁질서가 바로잡히게 될 것을 기대한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입법취지를 고려했을 때, 현재의 과세방안은 증여이익에 대해 제대로 된 과세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감몰아주기를 정당화해 줄 가능성 마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증여의제이익 계산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30% 공제를 폐기하여 증여이익에 대해 실질적인 과세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2011년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추진된 것과 함께 회사기회유용에 대한 과세가 추진되지 않는 것은 반쪽짜리 입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매출거래로 수혜를 받은 법인의 주주를 과세주체로 하므로, 매입거래로 수혜를 받는 법인이나 계열사와 거래관계가 없는 법인의 경우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적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증여의제의 한 예시로 법문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기회유용도 증여의제로 법문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법상 회사기회유용금지 조항이 마련되었으므로 이를 근거로 과세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