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공정사회 담론이 이슈화되면서, 공정과세 및 기업의 납세성실도 및 조세회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정사회를 위해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부문으로 조세부문을 지적한 응답자가 27.8%에 이르렀으며. 국민권익위원회의 2011년도 부패 인식, 경험조사 실시결과에서도 기업인들이 금품, 접대, 선물 제공경험이 가장 많은 업무로 세무, 관세분야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2011년에는 국제조세회피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었다. 선박왕, 구리왕 등 역외거래와 관련된 조세회피 사례가 인구에 회자되었으며, 기업들의 공격적 조세회피( Aggressive tax planning)의 수법 고도화에 대한 과세당국의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기업 납세의무의 이행을 독려하고 강화하는 수단들로는 세무조사, 성실납세기업 선정등이 사용되었다. 세무조사는 여러 납세순응 선행연구들에서 가장 납세의무 이행효과가 큰 강화수단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negative 접근방식으로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며, 과세당국의 과세권 남용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납세자들의 반응도 우려된다. 한편 positive 접근방식으로서 성실납세자 우대관리규정, tax point, 성실신고 중소사업자 우대규정 등이 존재하였었지만, 일부 선정기업만 혜택을 보게되며, 세무조사기간 유예등의 혜택도 기업들이 납세의무 이행을 강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즉, 포괄적으로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positive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 납세의무 강화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세무검증제도 도입등의 과세제도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납세의무 이행성실도의 검증과 확인의 영역이 공적영역(과세당국)에서 민간영역(조세전문가 등)으로 이전되고 있다. 즉, 정부의 사후 세무조사 및 적발위주의 납세의무 이행강화에서 민간영역의 조세투명성 제고를 통한 납세의무 이행강화수단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납세자 본인들이 성실납세에 대한 의지와 태도를 갖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세무대리인들이 세무신고에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지만, 간접적인 방식의 민간영역의 세무검증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납세자들(납세기업)이 납세이행의무에 대한 성실성을 자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투명성 요건을 민간영역의 전문가들에게 검증받음으로서 납세자들 본인이 과세당국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납세성실 및 조세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 즉 공정사회 담론하에서의 공정과세와 납세성실도 제고의 사회적 요구증대, 포괄적이며, positive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 납세의무 강화시스템의 필요, 민간영역의 납세의무성실도 검증의 필요성에 근거하여 세무 투명성 지수의 개발 및 발표계획을 제안해본다. 이 계획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세투명성, 신고성실도, 납세실적의 세가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세무 투명성 지수를 개발하고, 순위를 부여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조세전문가 및 세무학 전공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세무학회가 주관이 되어 세무 투명성 지수의 배점기준을 개발하고, 한국세무학회에 세무투명성지수 조사위원회를 두어, 동 위원회에서 매년 세무 투명성 지수 조사위원을 선정하여 이를 조사, 발표하는 것이다. 또한, 세무 투명성 지수 발표시에 세무 투명성 지수 최상위 기업에 대하여 별도로 시상을 하자는 것이다. 세무 투명성 지수를 포괄적인 지수형태로 발표하는 이유는 포괄적인 지수 형태로 발표를 해야만 일부 선정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들이 순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상위 순위로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세무조사나 성실납세제도 등이 일부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으나 지수 형태로 포괄적으로 발표하게 되면 상장기업 전체가 납세의무 이행과 조세투명성 제고의 유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세무 투명성 지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납세성실도 혹은 납세실적 뿐 아니라 조세투명성 개념을 동 지수에 함께 담아내기 위해서이다. 기업들은 이윤창출 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납세의무의 이행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투자자, 주주, 소비자, 일반대중 및 종업원들도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이행정도에 대한 투명성 정보를 필요로 한다. 즉, 기업의 납세의무는 과세당국 - 기업의 양자의 문제가 아닌 과세당국 - 이해관계자(일반대중) - 기업의 다자간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기업은 사회에 자신들의 납세정보에 대하여 투명한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즉, 기업은 납세의무의 이행정도 뿐 만 아니라 조세투명성도 아울러 보유해야 하며, 세무 투명성 지수는 이를 포괄하여 측정하고자 한다.

한국회계학회는 1996년부터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투명회계대상을 선정하여 발표해오고 있다. 2011년부터는 투명회계대상을 투명경영대상으로 변경하고, 과거에 일부기업만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것에서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투명회계지수를 개발, 조사하여 발표하고 이중 상위 100대 기업을 공시한 바 있다. 투명회계지수의 경우 회계정보의 목적적합성과 신뢰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의 공시사항과 회계불투명요인들, 수시공시사항과 투자자설명회 등 여러 가지 회계투명성 요소를 고려하여 지수를 개발한 바 있다. 또한 공정사회 담론과 관련이 있는 지수로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의해 측정된 부패인지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와 뇌물수뢰지수(Bribery Payers Index)등 부패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가 개발, 및 운영되고 있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연합, 서울시 등도 부패관련 지수를 발표한 바 있으나 이는 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청렴도 및 부패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납세관련 지수로서 납세의무의 이행정도는 아니지만 납세환경을 포괄적으로 측정하여 발표하는 지수가 존재한다. World Bank는 Ease of Doing Busines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각국의 기업활동을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규제나 규정 등을 연구한 후, 기업활동과 관련된 10개 부문에 대하여 기업활동의 용이성을 측정하고, 국가간의 비교를 통해 기업환경의 개선과 발전의 효율성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 지수는 주로 기업활동의 장애요소를 파악하고 정책입안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데 그 공시목적이 있다. Ease of Doing Business Index중 Paying Tax Index가 해당 국가의 기업납세환경을 측정하는 지수이다. 납부해야 할 세금의 종류, 세무신고방법론과 회수, 세무신고에 소요되는 시간, 유효세율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여 납세환경 지수를 발표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에 한선교 의원등의 의원입법안으로 납세의무 이행지수의 고시 및 집행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바 있었다. 이 법안은 성실납세자에 대한 혜택부여를 위하여 납세의무 이행지수를 신설하고 기준이상의 납세자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자는 것으로, 국세청장은 납세자들의 납부실적과 체납상황을 고려하여 매 회계연도 개시후 3개월 이내에 납세자의 납세의무 이행지수를 고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납세의무이행지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 이상일 경우 세금감면이나 세무조사 면제 등 세정상의 우대를 하도록 하고, 국가가 주관하는 사업의 입찰시 가산점의 부여, 공항 및 주차장 등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물의 이용 우대, 금융거래시 금리우대 등 사회적 예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무 투명성 지수의 기본선정요소는 조세투명성, 신고성실도 및 납세실적의 세가지로 구성된다. 조세투명성은 회계정보 및 세무정보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도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여러 경로로 공개하는 납세관련 정보가 어느 정도 상세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비교가능성과 기간별 일관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외부공시 회계/세무정보가 적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산출하는 내부회계관리시스템 혹은 세무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하는 바, 이 또한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신고성실도이다. 세금신고내용 및 여러 과세관련 회계정보, 정황정보 등을 통해 신고성실도를 추정해야 한다. 즉, 이 속성은 조세회피를 얼마나 안 할 것이냐를 측정하는 속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직접 관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여러 추정기법(통계적 기법 까지 포함한)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무회계 실증연구분야에서 활용되는 조세회피 측정모형이나, 국세청에서 사용되는 납세성실도 추정모형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납세실적이다. 이는 결국 담세능력에 대응하는 실제 납세실적, 즉, 기업들의 유효세율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불법적인 조세회피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도적이고 공격적인 세무계획을 통한 낮은 유효세율을 시현하는 기업이 세무 투명성 지수가 높은 기업으로 선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정사회 구현, 납세자의 공정납세의 촉진 및 조세회피의 억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이행정도에 관련된 투명한 정보의 제공 등의 이유로 세무투명성지수의 개발 및 발표가 제안된 바 있다. 세무 투명성지수는 납세의무이행에 대한 negative incentive가 아닌 positive incentive 이며, 일부기업에 적용되는 혜택이나 불이익이 아닌 전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지수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세무 투명성 지수의 개발 및 발표가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 및 해결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신뢰성있고 포괄적인 측정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업의 조세투명성, 납세성실도, 납세실적의 세가지 속성은 모두 외부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요소를 가지고 있다. 조세투명성의 경우 외부공시사항은 관찰할 수 있겠지만 내부회계/세무관리시스템은 관찰하기 어렵고, 납세성실도의 경우 사실상 추정의 방법으로만 측정이 가능하므로 추정변수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납세실적의 경우는 일견 가장 관찰이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유효세율이 불가항력적 사유에 의해 조정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세무 투명성 지수가 발표되었을 때 이 부분이 기업에게 인센티브가 되어야 하며 새로운 형태의 부담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무 투명성 지수가 매우 낮은 기업으로 알려질 경우 해당기업들은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혹은 관련 소비자들의 조직적 저항 및 이미지 저하 등을 우려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상위기업들에 대한 제한적인 지수 발표 등 지수발표방식과 이에 따른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