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으로 자유로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여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근친자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민법상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민법이 1977년 개정되면서 신설되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민법 제1112조 ~ 1118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상속인들이 재산 형성에 기여하거나 협력한 경우가 많고, 남은 가족들의 생활도 중요하기 때문에 법에선 일정 범위는 상속받을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고인이 생전 증여나 유증으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상속재산 중에서 일정한 부분까지는 법률로 상속을 보장하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유류분은 상속인을 위한 보호장치로, 유언에 일종의 제한을 가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가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피상속인이 재산처분의 자유, 거래의 안전과 가족생활의 안정,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대립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행 민법상 유류분은 얼마나 될까? 배우자나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로 되어 있었다(다만, 이 중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고인의 배우자나 자식들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50%, 고인의 부모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유류분을 갖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50대 남성 A씨는 가족으로 아내 B씨와 아들 C씨, 딸 D씨가 있었다. 다른 채권, 채무관계가 없고 재산증여 등을 하지 않은 상태로 A씨가 전 재산 14억원 전부를 E 복지단체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가족들의 유류분은 어떻게 될까?
만일 A씨의 유언이 없었다면 세 사람에 돌아갈 상속분은 아내 B씨 6억원, 아들 C씨와 딸 D씨는 각 4억원이 된다. 그런데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유언이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몫을 기여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B씨 3억원, C씨 2억원, D씨 2억원이 기여분이 된다. 덧붙이자면 공동상속인 중에 특정인이 재산을 많이 물려받았을 경우에도,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족 간 유산을 둘러싼 분쟁이 자주 생긴다.
그런데 최근에 특히 문제가 된 사항이 2가지가 있다. 먼저, 유류분권자의 범위이다. 고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가 유류분권자가 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으나 고인의 형제자매까지 포함되는 것에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었다. 과거와 달리 형제자매 간에 경제적 유대관계가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재산처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또 한 가지는 상속인 사이에 동일한 기준으로 유류분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다.
예컨대 생전에 피상속인을 유기, 방치했거나 이른바 ‘패륜행위’를 일삼은 상속인들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현행 법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더 나아가,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 간에 유류분 산정에 차이가 없어서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대두되었다. 상속 문제에서 기여분이 인정되는 것과 달리 유류분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류분과 관련, 헌법소원 등이 제기된 유사한 사건을 병합하여 헌재는 지난 4월 민법 일부 조항 등에 위헌을 선언했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및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보장, 그리고 가족제도의 종국적 단절의 저지라는 유류분 제도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여전히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그러나 유류분과 관련된 개별 조항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 부분에 대해서 불합리하다고 보았다. 헌재의 결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조항은 위헌이다. 또한 ② 피상속인을 돌보지 않거나 패륜행위를 한 상속인에 대해 유류분을 받지 못할 사유(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점, ③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및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반영하지 않은 점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유류분 제도는 유지되나, ①에 따라 유류분권자에서 형제자매가 제외되었다. 다만, ②와 ③은 헌법불합치결정(헌법에는 어긋나지만 법 공백 사태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므로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하고 법 개정시한을 2025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에 대해 헌재는 “가족구조도 부모와 자녀로만 구성되는 핵가족제도로 보편화되었으며, 1인가구도 증가하는 등 가족의 의미와 형태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형제자매는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형제자매를 제외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도 참작되었다.
현행 민법에 유류분 상실사유가 없는 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민법에서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최근 ‘패륜상속’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헌재가 이를 반영한 판단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헌재는 상속에서 기여분(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그만큼을 가산해주는 제도이다. 민법 제1008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다)을 인정하면서 유류분에는 준용하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여분과 유류분의 단절로 인하여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불합리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을 다시 쉽게 정리한다.
“형제자매 사이에는 유류분을 인정할 수 없다. 생전 배은행위, 패륜행위 등을 한 상속인에게 적용할 유류분 상실사유를 만들고, 유류분에도 기여분을 고려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이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관련 소송은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 헌재의 유류분 관련 위헌결정은 가족관계의 변화와 바뀐 시대상황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청구권은 사라졌으므로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소송은 할 수 없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패소할 수밖에 없다. 다만,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민법 개정을 앞두고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의 패륜행위 등을 어떻게 유류분 상실사유에 담을지, 피상속인을 생전에 부양하거나 재산증식에 기여한 상속인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먼저, 입법과정에서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ㆍ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 행위를 한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현행 민법(제1004조)은 상속결격사유로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사기 강박으로 유언을 하게 하거나 유언(철회)을 방해한 자, 유언서 위조 등을 한 자 등을 두고 있다. 그런데 유류분 상실사유는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비록 상속인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ㆍ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일지는 국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류분에도 기여분 규정을 준용하면, 피상속인을 오래 부양하거나 재산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보답으로 증여받은 재산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하는 등의 제도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여분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말해 금액이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다른 상속인들과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지 등을 두고 입법과정에서 논쟁이 활발해지고 또한 소송과정에서도 상속인 간에 치열한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입법시한으로 정한 2025년 12월 말까지 국회가 개정민법을 어떤 조항으로 담아낼지 주목된다.
참고로,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초가 되는 재산은 어떻게 정할까? 한마디로 [① 상속 개시 시 재산 + ② 생전증여 재산 - ③ 상속채무 = 유류분 기초 재산]이다. 쉽게 설명하면 ① 고인이 사망 당시 남긴 재산총액에 ② 고인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더하고 ③ 상속채무(고인이 남기고 간 빚)를 뺀 금액이 기준이다. ② 생전증여 재산 중에서 제삼자에게 한 증여는 사망 전 1년간만 포함하되, 공동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기간과 관계없이 전부 포함한다. 이 부분도 이번 헌법심판의 대상이 되었으나, 헌재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