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원고)이 법원에 소장을 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소장에는 원고와 피고의 인적사항, 청구취지(판결을 구하는 내용), 청구원인(청구하는 근거와 이유) 등을 적고 증거자료를 함께 내야 한다. 소장은 육하원칙에 맞게 간결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작성한다. 쉽게 말하자면 소장은 “원고는 A와 같은 근거로 피고에게 B와 같은 권리가 있으니 C라는 판결을 내려달라”는 식이 되어야 한다. 민사재판은 소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소장을 받은 피고는 답변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민사소송법은 소장을 받고 30일 내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원고의 청구를 인정한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변론 없이 곧바로 판결을 선고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 방치하고 있다가 패소판결을 받기도 한다. 답변서에는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적으면 된다. 소장에 적힌 원고의 주장과 청구 내용이 전부 옳다면 굳이 답변서를 낼 필요가 없다.

피고의 답변서가 제출되면 원고는 이에 대한 반박 수단으로 준비서면을 제출한다. 준비서면이란 법정에서 변론할 내용을 적은 서류를 말한다. 당사자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재판을 열게 되면 시간만 흐를 뿐 양쪽의 정확한 주장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재판 전에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담은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상대방과 공방을 벌이는 동시에 판사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것이다.
원고와 피고는 ‘소장(원고) → 답변서(피고) → 준비서면(원고)→ 준비서면(피고)’의 방식으로 서면공방을 벌이게 된다. 법원은 재판기일을 지정한 후 법정에서 양쪽의 주장을 듣고 증거를 채택한다.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그야말로 심판자다. 법원은 사실과 증거의 수집ㆍ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긴다. 또한 당사자가 낸 자료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리므로 재판에서는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하는 것이야말로 승소의 지름길이다.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서류가 본인에게 없다면 법원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해 치료비를 청구하는 소송에서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법원을 통해 형사기록이 있는 검찰청 등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해야 하고, 상대방의 통장내역이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면 금융기관에 제출명령을 요청해야 한다. 서류로 된 자료가 없다면 증인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법정공방이 끝나면 법원은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하게 된다. 대체로 원고 승소, 일부 승소, 패소 등 세 가지의 판결이 나오게 된다.
민사재판에서 유의해야 할 몇 가지를 짚어보자. 우선 재판에 나가지 않고선 이기기 힘들다.
불출석하면 상대방의 주장에 반박할 기회를 잃는다. 또한 원고가 두 차례 재판에 나가지 않으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본다. 소송을 당한 피고에겐 불출석이 더욱 치명적이다. 원고의 주장과 자료를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무엇보다 ‘기간’을 잘 지켜야 한다. 답변서 제출처럼 법에서 정한 기간이 있고,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제시하는 기간도 있다. 이것은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에 어기는 쪽이 불리하다. 특히 법원에서 정해준 서류 제출, 증거신청 기간을 놓치면 그만큼 승소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소송 중 특히 민사소송에서는 기간 내 서류 제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항소장, 상고장 등과 같은 판결에 불복하는 서면은 제출기간(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이 법으로 정해져있다. 미리 확인해야 한다.
또한, 2024년 1월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민사사건에서도 항소이유서 제출이 의무화되었다.
민사재판 절차 지연을 해소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개정법에 따르면 ① 항소법원이 항소기록을 송부받으면 바로 그 사유를 당사자에게 통지(항소기록 접수통지)하도록 하고 ②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적지 않은 항소인은 항소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항소인의 신청으로 1개월 연장 가능)해야 하며 ③ 기간 내 항소이유서 미제출 시 항소각하결정으로 종결지을 수 있다(참고로 개정법률은 2025년 3월부터 적용된다).

소액사건이란 민사소송 중에서 청구금액이 3,000만원 이하인 사건을 말한다. 소액사건 재판은 신속하고 간편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으므로 소액사건심판법은 몇 가지 특별 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이행권고’라는 제도가 있다. 법원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피고에게 원고가 청구하는 내용을 이행하라는 권고를 하는데 이를 이행권고결정이라고 한다. 피고가 2주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원고는 승소판결을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피고가 이의신청을 하면 그때부터 재판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소액재판은 변호사가 아니라도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 배우자나 직계가족은 위임장을 제출하면 원고나 피고 대신 재판을 받을 수 있고, 당사자가 회사일 경우에는 직원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

소액사건은 한 번의 재판으로 끝나는 것이 원칙이고, 변론종결(재판에서 당사자가 변론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절차를 모두 마쳤다는 뜻이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서로 주장과 증거를 주고받을 기회를 주고 더는 제출할 사항이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변론을 종결한다. 변론종결 후 통상 2주 후로 선고기일을 정하는데 이 기간에 법원은 기록을 검토하여 판결문을 작성한다. 따라서 모든 증거와 자료는 변론종결 전에 제출해야 한다) 후 따로 선고기일을 정하는 통상의 민사사건과 달리 변론기일에 즉시 판결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고가 재판에 한 번 불출석한 것으로 곧바로 패소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소액재판이라고 해서 반드시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소액이라도 복잡한 금전관계가 얽혀 있는 사건은 일반 민사사건과 별 차이가 없고 때로는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기도 한다.
민사재판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사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형사재판과 달리, 타당한 주장과 증거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지우기 때문이다. 법원은 당사자의 요구가 없으면 재판을 시작하거나 중도에 끝낼 수 없고, 당사자가 요청한 범위를 넘어서 재판할 수도 없다. 이것을 ‘처분권주의’라고 한다.
또한 재판의 판단자료를 수집하고 제출하는 역할도 법원이 아닌 당사자의 몫이다. 심판자인 법원은 어느 한쪽에 유리한 주장이나 자료에 대해 조언이나 조력을 할 수 없다. 이것이 ‘변론주의’다. 예컨대 원고가 ① 손해배상으로 2,000만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도 원고가 500만원만 청구했다거나 ② 승소에 결정적인 증인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이때는 오롯이 원고의 불이익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소멸시효가 지나서 돈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는데 피고가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을 때 법원은 피고의 사정을 참작해서 재판하지 않는다. 이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룰과 같다. 민사재판에선 심판인 판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