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는데,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부당행위계산의 판단 시기는 그 ‘행위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고, 금전대여 당시 당좌대출이자율 또는 그 이상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이 아니었던 금전대여가 이후 당좌대출이자율이 변동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행위계산의 대상으로 변한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① 원고가 甲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당시 甲의 비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출 이자율이나, 다른 민간투자사업 시행자의 차입 이자율이 이 사건 이자율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② 피고가 이 사건 이자율의 시가로 본 당좌대출이자율은 2009년 내지 2012년의 것으로서 이 사건 이자율의 약정당시의 것이 아니며, 그 시점의 차이가 10년이나 되므로 행위 시인 약정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계산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법리에 반한다.

더구나 피고가 시가로 본 당좌대출이자율은 일반적으로 단기 대출에 적용되는 것인 반면 이 사건 차입금은 만기가 18년 후인 장기 대출인 바, 당좌대출이자율은 이 사건 차입금 거래의 만기프리미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였으며, 또한 이 사건 차입금은 민간투자사업의 사업비 조달을 위한 것인데, 민간투자사업의 운영수입이 예상대로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움에도 당좌대출이자율에는 이에 따른 위험프리미엄도 반영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이자율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좌대출이자율이 이 사건 차입금 이자율의 시가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차입금 이자율의 시가가 당좌대출이자율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부과처분은 위법하다.

그러나 원심 판결과 대상판결은 1심 판결과 결론을 달리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 판결과 대상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할 때 기준이 되는 「법인세법」 제52조 제2항의 시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3항은, 부당행위계산의 유형 중 하나인 ‘금전을 시가보다 높은 이자율로 차용하는 경우’에는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나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에서 정한 이자율을 그 시가로 보아야 한다.

• ① 이 사건 차입금과 같이 차용금의 변제기가 장기간인 경우에는 높은 이율을 유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로 금전을 차용한 당시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자를 지급할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② 당좌대출이자율은 일반 시중금리보다 높게 고시되거나 정하여졌으므로 이 사건 차입의 약정기간이 장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차입 이자율의 시가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당좌대출이자율을 초과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③ 이 사건 차입 약정에 대출기관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 대한 금전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으나, 이는 원고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둔 조항으로 보일 뿐,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높은 이율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낮은 이율의 채무부담행위까지 금지하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 ④ 이 사건 차입 약정에 원고의 조기 상환을 금지하는 어떠한 제한이 있다고 보이지 않고, 시중금리가 장기간 낮게 형성되었을 때 원고가 다른 금융업자로부터 낮은 이율로 자금을 대여받아 조기 상환을 하거나 이를 근거로 갑을 상대로 이자율을 낮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가 甲으로부터 이 사건 이자율로 이 사건 차입금을 차입한 이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이에 각 이자를 지급할 당시의 이 사건 차입 이자율은 그 시가인 당좌대출이자율보다 높아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으로 보고 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적법하다.

법인세법은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하는 경우에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법인세법은 부당행위계산부인의 적용대상이 되는 부당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유형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산을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하거나 특수관계인에게 자산을 시가보다 싸게 양도하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문제되었던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금전을 시가보다 높은 이율로 차용하는 경우’이다.

앞에서 예를 든 부당행위의 유형과 관련하여 공통되는 과세요건은 ‘시가’이다. 법인세법은 건전한 사회 통념 및 상거래 관행과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을 시가로 정의한다. 법인세법상 시가의 정의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과 관련하여서는 시가가 무엇인지가 통상 다툼의 대상이 된다. 다만, 법인세법은 이자율의 시가에 대해서는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나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시가를 의제하고 있다. 이자율은 채무액, 채무의 만기, 채무의 보증 여부, 채무자의 신용 정도 등 여러가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로 거래한 이자율이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여 부인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규정이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인세법 규정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시가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이자율의 시가를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두40375, 2018.7.26. 선고 참조). 즉, ‘시가로 한다’라는 법인세법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나 당좌대출이자율을 이자율의 시가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과세관청이 과세요건인 이자율의 시가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부당행위 유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가’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에 앞서 선행되는 쟁점이 있다. 예를 들어, 자산의 매매계약 체결시 매매대금을 정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 자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매매계약 체결 시점과 자산의 양도 시점 중 어느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위 양도거래가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가? 매매대금을 정한 때의 시가와 자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의 시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부당행위계산부인에 있어 매매계약 체결시기와 양도시기가 다른 경우 양도거래가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대금을 확정 짓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두14978, 2010.5.13. 선고 참조). 또한, 판례는 부당행위계산의 판단 시기는 그 ‘행위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인데, 금전대여 당시 당좌대출이자율 또는 그 이상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이 아니었던 만기 5년 6개월의 금전대여가 이후 당좌대출이자율이 변동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행위계산의 대상으로 변한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6두1647, 2007.9.20. 선고). 부당행위계산부인은 당사자들이 약정한 거래 내용에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므로, 위 판례들의 입장과 같이 거래의 내용을 약정하는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다.

대상판결 선고 전 대법원은 민간투자사업의 시행자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변제기를 장기로 하여 자금을 차입한 거래가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두 개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 2015두39842, 2018.7.20.) 선고에서는, 민간투자사업자가 2005년경 특수관계인과 후순위대출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차입일부터 2007년 말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2008년 말까지는 연 8%, 그 다음날부터 2012년 말까지는 연 16%, 그 다음날부터 최종상환일까지는 연 20%로 이자율을 약정하였다. 과세관청은 이자율이 연 16%로 약정된 2009~2011사업연도에 관하여, 위 민간투자사업자의 선순위차입금 이자율 연 8.62%를 기준으로 만기프리미엄(차입기간이 장기이므로 발생하는 위험), 후순위위험프리미엄(후순위차입금의 지급순위 열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 지급시기 이연분 가산이자 관련 부분을 반영한 13.41%를 위 후순위차입금 이자율의 시가로 보아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대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연 13.41%의 후순위차입금 이자율이 시가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후순위차입금 이자율을 연 16%로 정한 것이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6두40375, 2018.7.26.) 선고에서는, 민간투자사업자가 2008년말 특수관계인과 후순위대출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일부 후순위차입금에 대해서는 연 12%, 다른 일부 후순위차입금에 대해서는 연 20%의 이자를 약정하였다. 과세관청은 2008~2010사업연도에 관하여 당초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보아 법인세를 과세하였다가,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 취지에 따라 위 민간투자사업자의 선순위차입금 이자율 연 6.7%를 기준으로 만기프리미엄, 후순위위험프리미엄을 가산한 13.21%를 이자율의 시가로 결정하여 과세처분을 경정하였다. 위 판결에서는 약정기간과 과세처분의 기간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부당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시가의 ‘시점’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 이후 피고가 시가로 산정하였던 연 13.21%의 이자율이 적법한 시가인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피고가 산정한 위 연 13.21%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후순위차입금의 이자율 시가에 해당하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와 같은 점을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보아,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민간투자사업자의 사업을 위해 차입이 이뤄졌고, 차입금의 변제기가 장기이며, 만기프리미엄 등이 고려되어 고율의 고정금리를 부담하였다는 점에서는 위 판결들의 사안은 대상판결의 사안과 유사하다. 다만, 위 판결들에서는 후순위차입금이 문제되었다는 점에서 이자율을 산정 할 때 후순위위험프리미엄이 추가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대상판결과 달랐다. 대법원은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이자율의 시가를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위 판결들에서는 후순위차입금 이자의 시가 자체가 주된 쟁점이 되었으며, 대상판결과 같이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가의 기준시점은 쟁점이 되지 않았다.

대상판결에서 생각해 볼 쟁점은 차입금의 약정시기와 이자를 지급하는 시기가 다른 경우에 어느 시점의 시가를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시가로 볼 것인지와 법인세법상 당좌대출이자율을 그대로 이 사건 차입금의 시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이 사건 차입금과 같이 변제기가 장기간인 경우에는 높은 이율을 유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로 금전을 차용한 당시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자를 지급할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최초 금전 차용 시점이 아니라 이자를 지급하는 시점의 이자율의 시가와 이 사건 이자율을 비교한 것이다. 이는 대금을 확정 짓는 거래 당시 또는 금전대여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의 태도와는 달라 보인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거래 당시의 거래내용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므로, 부당행위계산부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가도 기존 판례와 같이 거래내용이 약정된 행위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적인 경우라고 보아야 하고, 거래내용이 정해진 뒤 이자를 지급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시가를 판단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상판결이 원고가 1999년에 금전을 이 사건 이자율로 차입한 행위를 부당행위로 본 것이 아니라, 2009~2012년에도 이 사건 차입약정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이자를 지급한 행위를 부당행위로 보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계약이 일단 적법하게 체결된 이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일방당사자가 계약을 임의로 해지하는 것은 해지위약금 없이 해지를 할 수 있거나 사정변경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1) 납세자가 장기간의 고정금리를 그대로 둠으로써 사실상 부당행위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2) 그에 대하여 납세자가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판단시점을 이자지급시로 할 수 있다는 판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차입금의 변제기가 장기간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 두 요건을 충족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때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분명하게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과세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차입금은 후순위차입금은 아니지만, 1심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만기프리미엄이나 민간투자사업 투자에 따른 위험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당좌대출이자율을 그대로 이 사건 차입금의 시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법원 2015두39842, 2018.7.20.) 선고나 (대법원 2016두40375, 2018.7.26.) 선고의 사안에서도 모두 사업의 위험이 고려된 선순위차입금의 이자율에 만기프리미엄과 후순위위험프리미엄을 가산하는 형태로 후순위차입금에 관한 이자율의 시가 여부가 다투어졌다. 차입금의 만기가 18년이라는 사정도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대상판결은 후순위위험프리미엄이 고려되지 않는 이 사건 이자율에 대해서는 당좌대출이자율을 시가로 의제한 법인세법 규정의 취지나 과세관청이 이 사건 차입금의 시가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범위를 엄격하게 본 것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