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
1)(이하 ‘대상 판결’이라 함)과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인사노무관리 주의사항들을 다루어 보려 한다.
대상 판결의 시작은 전세버스 운송사업 회사에서 운전원과 팀장의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다.
1) (대법원2022두57695, 2023.2.2.) 판결
사건의 경위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하던 운전원은 통근버스 운행을 몇 차례 무단 결행하였고, 이에 팀장이 운전원에게 무단 결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말다툼 중 팀장은 운전원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이에 운전원은 팀장에게 ‘해고하는 것인지’ 묻자 팀장은 ‘응’이라는 답을 하였고, 다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운전원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운전원이 말다툼이 있었던 다음 날 출근하지 않은 행위는 회사측의 ‘해고’가 있었기 때문일까? 스스로 퇴사(자발적 퇴사)를 했기 때문일까?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통지서’ 또는 ‘해고장’이라는 서면을 주면서 통보하기 마련이다. 근로기준법에서도 ‘해고’는 서면으로 해야 효력이 있음을 규정
2)하고 있기에 당연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해고’의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고와 관련된 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사업주와 직원 사이의 말다툼 중에 화가 난 사업주가 직원에게 ‘내일부터 나오지마!’, ‘해고야!’라고 구두로 해고 통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3)
2)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3) 물론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구두로 한 해고는 효력이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해고 ‘자체’가 있었음은 인정될 수 있다.
위 사건 경위에서 팀장은 운전원에게 ‘해고야’, ‘내일부터 나오지마’등의 해고를 의미하는 명확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사표를 쓰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언급된다. 여기서 ‘사표를 쓰라’는 얘기는 일반적으로 해고와는 다른 권고사직에 해당하는 의미로 이해된다. 따라서 ‘해고’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애매한 부분은 말다툼 과정에서 운전원이 팀장에게 ‘해고하는 것인지’라는 물음에 ‘응’이라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살펴보면 운전원이 말다툼이 있었던 다음 날 출근하지 않은 행위는 회사측의 ‘해고’가 있었기 때문으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반대로 회사측의‘해고’가 없었음에도 운전원 스스로 퇴사(자발적 퇴사)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과 함께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 고민해 볼 만한 부분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회사측의‘해고’인지, 운전원측의 ‘자발적 퇴사’인지에 따른 차이
만약 이 사건 분쟁의 팀장과 운전원 사이의 말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이 회사측의 ‘해고’로 인정되면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 어떠한 고민거리가 있을까?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회사가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상황에 대비해 ‘해고의 서면통보’, ‘해고의 정당성
4)’, ‘해고의 예고
5)’ 등 몇 가지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회사의 해고가 정당하게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해고 제한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규정들을 위반하여
부당해고로 인정되는 경우 회사는 해고한 직원을 다시 원직 복직시켜야 함은 물론, 부당해고 기간 동안 직원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까지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4)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5) 「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의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이하 생략)
부당해고 인정 이후의 절차들뿐만 아니라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법적 분쟁에 투입되는 비용·시간 등의 문제들은 회사가 직원을 해고할 때 회사의 인사·조직측면, 법적측면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해고’란 무엇인가?
대법원 판례는 해고에 대해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6)
6) (대법원92다54210, 1993.10.26.) 판결, (대법원2010다92148, 2011.3.24.) 판결 등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도 인정될 수 있는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고는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가 없기에 반드시 ‘해고’, ‘근로계약 종료’라는 명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고가 될 수 있다.
이번 대상 판결에서도
해고는 명시적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대상 판결에서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번 사건의 분쟁 상황에 대한 판단기준이다.
대상 판결에서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다고 설명한다.
이 사건의 결론은?
이 사건 운전원은 관리팀장과 말다툼이 있었던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는데, 3개월이 지나기 전 지방노동위원회
7)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이 분쟁에서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회사측은 운전원에 대한 해고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운전원은 회사측에서 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대법원은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
7)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 말다툼 이후의 사실관계8)
8) 설명한 사실관계 외에도 대법원 판결에서 고려된 사실관계가 있는데 이는 대법원의 판단 내용을 살펴볼 때 언급하도록 하겠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이 분쟁에서 대법원 판결은 회사측이 운전원에 대한 ‘해고’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 분쟁에 대해 대법원을 제외한 지방·중앙노동위원회, 하급심 판결 모두 해고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는 왜 ‘해고’가 존재했다고 판단한 것일까?
판결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운전원과 관리팀장의 말다툼이 있었던 날(2020. 2. 11.)로 돌아가 보겠다. 운전원은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여, 2020. 5. 1.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그동안 회사측은 운전원이 출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다가, 3달이 지난 후인 2020. 5. 18.에 이르러서야 원고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여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하였다.9)
9) 일부 기업에서 근로자를 해고한 이후 근로자가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 다시 원직복직 명령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해고가 부당했음을 인지하고 다시 복직을 명령하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쟁송을 중단하려는 이유가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회사가 해고한 근로자에게 복직명령을 내리면 ‘구제이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보통 지방노동위원회는 사건에 대해 더 이상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단순히 쟁송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원직 복직명령을 한다면 진정성이 없어 구제이익이 인정되는 사례들도 있으니 회사측에서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그러자 운전원은 2020. 5. 28. 참가인에게 ‘2020. 2. 11.자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며, 복직 통보가 진정성 있는 내용임을 증명하기 위해 원고의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먼저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발송하였다.
마지막으로 2020. 6. 1. 회사측은 운전원에게 ‘해고한 적이 없으니 원고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속히 출근하여 근무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결국 운전원측은 회사측의 해고가 있었음을, 회사측은 운전원에 대한 해고가 없었음을 계속 주장한 것이다.
✔ 대법원의 판단
말다툼 중 관리팀장의 행위는 단순히 우발적 표현인가?
운전원과 관리팀장이 말다툼을 하기 전 관리팀장은 운전원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를 보냈고, 그럼에도 운전원이 버스 키를 반납하지 않자 관리팀장은 관리상무와 함게 운전원을 찾아가 버스 키를 직접 회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관리팀장과 운전원의 말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운전원에게 버스 키의 반납을 요구하고 이를 회수한 것은 운전원에 대한 노무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평가하며, 나아가 운전원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는 등 언행은 단순히 우발적 표현이 아니라 ‘해고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리팀장이 운전원을 해고할 권한이 있는가?
처음 이 분쟁 상황을 소개할 때부터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과연 관리팀장이 운전원을 해고할 권한이 있는가’이다. 일반적으로는 회사의 팀장이 직원을 본인 임의로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에서 해고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리팀장은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버스 키를 회수하러 갔다. 관리상무의 일반적인 지위·권한을 생각할 때 해고에 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회사는 소규모 회사인데, 임원진 구성과 운전운 수 및 모집 현황을 볼 때 운전원의 노무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 회사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기에 이러한 조치는 회사 차원의 결단으로 볼 여지가 많고, 운전원이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는 동안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운전원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다시 출근통보를 한 것을 고려하면, 관리팀장이 운전원에게 노무수령 거부를 통지할 당시 사업주가 묵시적으로 이를 승인했거나 적어도 추인
10)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10)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취소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
위에서 설명한 점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이 분쟁에서 운전원에 대한 해고가 있었음을 인정하였다.
이후 진행은?
대상 판결은 이 사건 분쟁에서 운전원에 대한 해고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고, 부당해고에 따른 조치 내용까지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부당해고에 대한 배상 내용은 파기환송심(고등법원)에서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판단을 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문에 언급되어있는 사실관계로 살펴보면 회사측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하나 구두로 통보하였으며, 무단결행 2번이 해고로 이어질 만큼 정당성이 인정될지 또한 의문이다.
만약 이 분쟁의 해고가 부당해고로 판정된다면, 회사측은 운전원을 원직복직해야함과 동시에 부당해고 기간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측에서 직원을 해고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었음에도 해고가 있었다고 판단되었다. 사실 대법원의 판단 내용을 살펴볼 때 근로자입장에서 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들도 많았고, 반대로 해고측에서도 해고를 했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들이 많았다.
오늘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해고와 관련된 인사노무관리 내용을 살펴보았다. 어쩌면 해고는 근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회사입장에서는 회사 내 조직관리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고, 직원입장에서는 생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다. 또한,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회사측에서 직원을 해고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회사측에서 해고를 결정할 때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