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보입니다. 서울의 아파트는 전고점을 다시 갱신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아파트 매수심리가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전히 (상업용 건물을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분양시장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 계약금까지만 납입한 상태라면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어떻게든 손실을 확정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도금 1차까지 납입한 수분양자는 계약금 포기만으로 손실을 확정짓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시행사의 과실을 원인으로 계약 자체를 무효로 주장하기 위한 소송이 일상입니다.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것과는 별개로 시행사에는 잔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선순위 우선수익권자들을 EXIT 시킬 수 없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지점에서 회계와 세무측면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행사 특성상 일정 기준 이상이라면 유한책임회사가 아닌 이상 반드시 외부감사를 받아야합니다. 일반적으로 회계법인에서 요구하는 진행기준을 적용하면 법인세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 부동산 개발업의 특성상 신탁을 이용해야 합니다. 신탁사는 분양으로 인한 부가가치세의 집행을 계약서에 적시하고 있으나 법인세의 집행은 따로 규정해두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분양계좌에 선수금을 쌓아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시행사에게 이 자금의 집행권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법인세의 체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문제점과 실무상 고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예약매출이라는 용어는 부동산 개발업에서 선분양을 칭할 때 주로 쓰입니다. 그 의미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계약당시의 가격으로 재화나 용역을 거래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선물거래와 유사한 면을 보입니다. 예약매출은 법인세법상으로는 진행기준으로 수익인식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인도기준으로 수익인식을 허용합니다. 특정 상황이란 법인세법 시행령 제69조에 규정되어있는 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중소기업인 법인이 수행하는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건설 등의 경우
2)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그 목적물의 인도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수익과 비용으로 계상한 경우
22.12.31까지는 PFV 등 유동화전문회사로 인정되는 특정 상황에서도 인도기준을 허용하고 있었으나 23.01.01부터는 예외 없이 상기 2개 사유에만 인도기준으로의 수익인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동화전문화사로 인정되는 PFV 등은 조달규모가 최소 수천억 이상 되는 현장에서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에서 말하는 SPC는 실제로는 유동화전문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규정이 세무사 사무실에서 실무상으로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인도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한다면 법인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외부감사대상일 가능성이 높은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상당한 리스크를 내포합니다. 만약 의견거절 감사보고서가 제출된다면 대주단에서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부감사를 진행하는 회계법인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진행기준을 사용하기에 시행사의 BEP는 다른 업종과는 매우 다르게 접근해야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상술한대로 신탁을 이용해야하는 업종의 특성상 1순위 우선수익권은 확정적으로 금융기관이 소유하게 됩니다. 2순위 우선수익권도 매우 높은 확률로 시공사가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민감도분석이라는 틀을 통해 우선수익권자들에게 상환을 모두 마친 이후에서야 시행사의 이익을 논할 수 있게 됩니다.
한 현장에서 수지상 영업이익률이 20%이고, 모든 우선수익권자들의 이익이 보장되는 분양률이 60%라고 가정할 시 회계적 이익과 실질 이익의 차이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진행기준을 사용하게 된다면 법인세가 선제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업 시행 전 사업수지분석단계에서는 진행기준으로 발생하는 법인세를 연도별로 고려하지 않고, 인도기준상으로 발생하는 법인세를 완판기준으로 러프하게 계산하고 있습니다. 즉, 준공이 난 이후에서야 비로소 법인세가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금흐름표를 작성할 때는 법인세 고려가 전혀 되어있지 않습니다. 신탁자인 시행사가 법인세 신고를 마치고 신탁사에게 법인세의 집행을 요청할 때 거부가 나오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만약 준공까지 상기 표에 나와있는 엑시트 지점보다 낮은 분양율을 기록한 상태에서 시행사가 추가적인 출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미분양담보대출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미분양담보대출도 여의치 않다면 어쩔수 없이 EOD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회계기준상으로는 이익이 발생하고, 실제로도 분양계좌에 중도금이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EOD가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법인세법과 회계기준은 모두 계약시점에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보지만 실무상으로는 거리가 있습니다. 잔금까지 치르기 전까지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잔금을 받을 수만 있다면 모두 가벼운 해프닝으로 그치게 됩니다. 가장 최악의 사태는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겠으니 계약해지를 해주고 계약금의 반환까지 해달라 요청하며 비대위를 결성하는 것입니다.
계약체결 시점으로부터 며칠 내에 단순 계약해지 정도로 끝난다면 일부 손실을 보는 선에서 마무리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도금 기일이 도래한 현장에서 계약해지를 하지 못한 호실이 문제가 됩니다. 수분양자가 계약금을 포기해도 계약해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중도금은 대출로 진행되고, 시행사가 중도금대출이자를 부담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분양자는 적극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단 잔금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금일이 도래했을 때 잔금대출 기표가 나지 않는다면 중도금대출의 상환의무가 시행사에게 전가됩니다. 꽤나 많은 시행사는 이 시점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게 됩니다. 수분양자에게 민사소송으로 승소하더라도 이미 시행사는 망가진 상태이다 보니 승소여부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몇 차례 성공적으로 현장을 성공시켜서 유동성이 일부 확보된 시행사가 아니라 신생 법인의 형태로 최소한의 자기자본만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는 진행기준보다 인도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어떻게든 외부감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한회사나 유한책임회사의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수지 자체를 처음부터 보다 더 디테일하게 짜는 것입니다. 현재 증권사 혹은 PM사 등에서 제공하는 사업수지는 실제 현장의 이익을 계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대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단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의 특성상 금융이 발생되지 않는다면 사업시작 자체가 안됩니다. 그래서 이를 잘 발생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엄청난 레버리지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실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의 핵심은 절대로 첫 번째 현장에서만큼은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몇 번의 현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두신 상태라면 실패하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든 해소하실 수 있으나 첫 현장에서 실패를 겪으신다면 일어서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업수지를 실제 이익과 최대한 유사할 정도로 정밀하게 짜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은 종합예술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 특성 때문에 단순 회계규정 상으로는 반영하지 못하는 요소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는 업종을 처음 접하는 실무자를 당황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납세자의 이익과 규정에 괴리가 있을 때 실무자는 어느 쪽을 보다 우선시 해야하는지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을 명확하게 그어나가는 한편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