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에서는 미래지향적 노동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였다.
1) 고용노동부 발표에는 근로시간, 임금체계 및 노사관계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여기에는 현재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제의 개선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언론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이 실질적으로는 주 52시간 근무제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1) “이정식 장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 토대로 흔들림 없는 노동시장 개혁 완수 의지 표명”(‘22.12.16.,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이번 고용노동부의 발표는 미래노동시장의 개혁과제 논의를 위해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2)의 권고문(이하 ‘권고문’)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번 권고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미래노동정책의 방향대로 제도가 현실화되는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지만 이번 시간에는 권고문에서 미래노동정책에 대해 어떠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2) 22년 6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따라 ’22년 7월 발족된 노동개혁 전문가 논의기구이다.
[현재 근로시간제도에 대한 평가]
권고문에 따르면 현재 근로시간제도는 같은 시간·장소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전통적인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기술혁신과 디지털 혁명, 근로자 선호와 취향의 다양화 등으로 변화된 생활세계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노동시장은 개인 취향과 선택이 다양화되고 삶의 패턴이 개별화되는 ‘비스포크 시대’이며, 근무시간과 장소가 유연해지고 일의 성과가 근로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영역이 증가하면서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규율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를 상대로 진행한 근로시간 인식조사에서 현재 청년세대는 근로시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는 언급을 하고 있다.
[근로시간제도의 개혁 방향]
그렇다면 앞으로의 근로시간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할까? 권고문에서는 근로시간제도의 개혁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처럼 획일적인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권고문에 따르면
노사가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근로의 효율성을 높이고,
충분한 휴식과 휴가를 통해 노동의 질을 제고하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창의와 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모색하는 선순환의 구조, 이것이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에 기반한 근로시간 단축의 방향이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내용]
권고문에서 언급한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에 기반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설계하였는지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연장근로시간의 관리단위를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
지금 근로시간 제도는 기본적으로 1주 단위로 최대 근로시간을 정하고 있는데,
최대 근로시간 설정 단위를 ‘1주’가 아닌
‘월·분기·반기·연’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여 노사의 선택 재량을 넓힐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1주는 12시간, 1월은 52시간, 1분기는 140시간, 1반기는 250시간 그리고 1년는 440시간으로 관리단위가 길어짐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감축하여 장시간 연속근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2) 근로시간의 유연화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가 1개월 이내의 단위
3)로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전 업종에서 3개월 이내의 단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일·가정 균형, 불필요한 초과근로 감소, 근로시간 운영의 자율성 확대, 업무 몰입도 향상 등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3) 신상품 또는 신기술 개발의 경우 3개월 이내
한편, 사업운영 측면에서의 근로시간 유연화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설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예측할 수 없는 생산, 인력 운영 등의 변동이 있을 수도 있기에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시간 사전확정 요건을 현실화하고 사후 변경절차를 보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3) 휴가 패러다임 전환
권고문에서는 근로시간제도에 대한 개혁방향 외에도 휴가제도에 대한 개혁방향도 제시하고 있는데, 먼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입이다. 이는 기존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가산수당을 근로자가 원할 경우 시간으로 저축하여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 일·가정 양립, 자기 계발 등을 할 수 있도록 단체 휴가(징검다리 연휴, 정기·순환 휴가 등), 장기휴가, 시간단위 연차 사용 등 다양한 휴가 문화를 활성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임금체계 관련 개편 내용]
(1) 현재 임금체계에 대한 평가
권고문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은 해가 바뀌면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 기업의 임금체계에서 연공의 영향은 압도적이며 이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확대해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도 부정적이며, 남녀간 임금격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규모가 크고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과 금융 및 공공부문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은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임금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종사자 다수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임금체계의 개혁 방향
그렇다면 권고문에서는 앞으로의 임금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먼저 개인의 직무·능력과 연계되지 않은 임금체계는 근로자의 직무몰입과 업무성 향상,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동기를 유인하고 어렵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노사가 처한 상황과 여건에 맞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체계가 부재한 다수 중소기업을 위해 임금체계의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3) 임금체계 개편 내용
권고문에서 언급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공정한 임금체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수의 기업에서는 연공과 임금이 직결되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편, 다수의 중소기업에는 임금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임금체계가 없거나 설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직무·숙련 등이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확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노동시장의 과도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임금이 연공보다는 직무, 능력, 숙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관련 정보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한다.
▶ 업종별 임금체계개편 지원
한편 우리 노동시장의 과도한 임금격차는 대·중소, 원·하청 기업간의 오랜 시간에 걸쳐 구조화된 것이라 보았다.
이를 위해 ‘조선업 상생협의체
4)’와 같은 업종·지역 기반 중층 단위에서의 상생협력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노사의 격차 해소를 위한 상생협력의 성과를 개발·육성해 다양한 업종과 지역 등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한다.
4) 조선업 이중구조 문제 개선을 위해 주요 조선사와 협력업체 등이 참여하여 ‘22년 11월 9일 발족한 협의체
▶ 포괄임금 등의 오남용 방지
임금체계 개편방향에는 몇 년 전 이슈화 되었던 ‘포괄임금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포괄임금제(포괄임금·고정OT)
5)’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
6)에 의해 사후적·개별적으로 인정되는 임금지급 관행이다.
5) 포괄산정임금제도는 보통의 임금산정 방식과 같이 기본임금을 결정한 후 연장, 야간, 휴일근로가 발생하였을 때 각각의 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기본임금에 제수당을 포함하거나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정하여 매월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제도
6) 판례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근로시간 규제를 위반하지 않을 것 ② 당사자간 합의가 있을 것 ③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된다고 한다.[(대법원2008다6052, 2010.5.13.) 등]
포괄임금제가 이슈가 된 이유는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는 ‘공짜 노동’과 이로 인한 ‘장시간 노동’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포괄임금제’가 오용되는 경우 실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임금체불’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근로자측이나 사용자측 모두에게 문제가 될 수있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권고문에서는 투명하고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등을 토대로 공짜야근을 근절하고 포괄임금제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대책 수립을 권고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마련]
권고문에서는 현재 근로시간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방향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노동법제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디지털 혁명, 생산과 소비의 변화 등에 따른 고용형태 다변화에 대응한 관련 법제 정비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구현, 대상과 기간의 조정, 고용안정 도모, 사용사업주 책임 강화 등 파견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마련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근로조건 결정 및 노사관계는 ‘자율’의 힘으로 조정되어야 하고, 노사간 합의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사합의 및 노사자치의 원칙을 정착하기 위해 노사의 불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규율 및 노동형벌 제도 개편, 노동위원회 조정 기능 활성화 및 대안적 분쟁해결 활용 등 법·제도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 살펴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건강권 보호, 노동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개혁과제들이 균형감있게 제안되어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토대로 앞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이번 권고문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는데, 권고문의 방향대로 노동정책 추진이 이루어질지는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권고문에서는 오늘 살펴본 근로자와 사용자가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휴가사용 확대 방안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개선, 임금제도 개편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권고문을 통해 확인해보면 좋을 듯 하다.
※ [참고]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