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속에 꼭 등장하는 역할이 하나 있다. 바로 가사도우미이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가사도우미는 대부분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부잣집 가족들로부터 폭언을 듣고, 갑질을 당하고 가끔은 말 한마디에 쫓겨나기도 한다. 이렇듯 가사도우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이미지로 비추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동법을 주로 다루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드라마 속 가사근로자의 이미지가 아주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근로기준법」에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는 법의 적용 점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해서는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1) 즉, ’가사도우미‘는 근로시간, 연차, 임금 등 대부분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하지만 법의 보호영역 밖이었던 가사노동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점차 시장화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의 증가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사노동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에 결국 가사근로자도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가사서비스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려 가사서비스와 관련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 2021년 6월 15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고, 1년 뒤인 2022년 6월 16일 시행되었다.
2) 「가사근로자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인증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가사서비스와 관련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늘은 최근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을 살펴보고, 앞으로 가사근로자에 대한 보호와 가사서비스 산업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 「가사근로자법」 용어정리하기
먼저 「가사근로자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의 의미를 먼저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① ’가사서비스‘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의 보호·양육 등 가정생활의 유지 및 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 한다. 여기서 주의할 내용은 ’가사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장소, 즉 ’가정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가사서비스‘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만약 청소, 세탁 등의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장소가 ’가정 내‘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②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인증을 받고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의미하는데, ’사용자(회사)‘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③ ’가사서비스 이용자‘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이용계약에 따라 가사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A라는 사람이 본인의 집 청소를 위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가사근로자를 제공받으면 A는 ’가사서비스 이용자‘가 되는 것이다.
④ 마지막으로 이 법의 핵심 보호 대상인 ’가사근로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출퇴근을 하면서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가사근로자‘, 숙식을 하면서(입주하여)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입주가사근로자‘로 나누어진다.
<가사근로자-제공기관-이용자의 관계>
■ 가사근로자에 대한 지원과 권익증진에 관한 내용들
가사근로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권익증진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먼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사근로자에 대해 ①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② 가사근로자에 대한 고충처리, 상담 등 권익 증진을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가사근로자의 권익증진을 위해 제공기관과 이용자등이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내용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제공기관과 이용자 등은 가사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여서는 아니되며, 가사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주는 등 적절한 근로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제공기관은 가사근로자와 이용자 간의 갈등 등 가사근로자가 제기하는 불편사항이나 고충 등을 처리하고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가사근로자가 불편사항이나 고충 등을 제기하였음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이용자등은 입주가사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규정들을 위반한다고 하여 제공기관과 이용자등에게 벌칙이나 과태료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3) 하지만 제공기관과 이용자에게 가사근로자등 이용에 대한 기본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3) 다만, 가사근로자가 불편사항이나 고충 등을 제기하였음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한 경우에 고용노동부장관은 제공기관에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제공기관이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는 경우 제공기관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다.
■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용자‘가 되기 위한 규정은 별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법」에서는 가사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되기 위한 조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인증심사 기준, 방법, 절차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시행규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주요 자격 요건에 대해서만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 시 주요 자격요건]
1) 인력 관련
영세 인증기관 난립 방지 및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 가사근로자 고용인원을 5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사근로자 노무관리를 위해 대표자 외 관리인력도 1명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4)
4) 가사근로자 50명 미만일 경우 겸임 가능하다.
2) 4대 보험 및 최저임금 요건
또한,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4대 보험 가입 및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을 제공기간의 인증요건으로 하여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였다.
3) 시설·자본금 요건
마지막으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직업소개기관에 준하여 ’전용면적 10㎡(약 3평) 이상 사무실‘ 및 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는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가사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관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위 자격요건을 갖추어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사회보험료·부가가치세 감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가사근로자법」에서 핵심은 과거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가사근로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근로조건을 보호받을 수 있을지일 것이다. 그럼 아래에서 「가사근로자법」상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근로계약서 작성
가사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으로 가장 처음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근로계약서 작성에 관한 내용이다.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사후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근로계약서인 만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도 근로계약서 작성및 교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공기관이 가사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① 임금(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포함), ② 최소근로시간, ③ 유급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 ④ 가사근로자가 제공하는 가사서비스의 종류와 내용, ⑤ 가사서비스 제공 가능 요일 또는 날짜, 시간대, 지역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여야 하고,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가사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2) 최소근로시간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가 최대로 근로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가사근로자법」에서는 ’최소 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가사근로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거나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주 15시간을 최소근로시간으로 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사근로자에게 하여금 최소한의 근로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보장을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 아닐까 한다.
3) 유급휴일 및 연차유급휴가
마지막으로 「가사근로자법」에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급휴일과 연차유급휴가에 준하는 수준의 유급휴일
5) 및 연차유급휴가
6)를 가사근로자에게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가사근로자들도 휴식권을 보장받게 되었다.
5) 「근로기준법」 제55조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
6) 「근로기준법」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하 생략) …
가사근로자는 이용계약에 따라 1주간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1주 평균 1회 이상의 주휴일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1년간 실제 근로시간이 이용계약상 서비스 제공시간의 80% 이상이라면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 받을 수 있다(3년 이상 근로자는 2년 마다 1일 가산, 25일 한도).
■ 가사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 이용계약서 작성
앞으로 가사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서면으로 이용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는데, 이 이용계약서에서는 가사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이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7)
7) 「가사근로자법」 제11조 ①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이 법에 따라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과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이용계약을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제14조에서 같다)으로 체결하여야 한다. (이하 생략) …
[가사서비스 이용계약 기재사항]
① 가사서비스의 종류
② 가사서비스의 제공일 및 제공시간
③ 가사근로자 휴게시간
④ 가사근로자의 안전에 관한 사항
⑤ 가사서비스 이용요금 및 이용료 지급방법
⑥ 가사서비스 제공 시 안전사고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의 배상에 관한 사항
⑦ 그밖에 가사서비스의 제공 및 가사근로자의 보호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입주가사근로자의 경우에는 기재사항이 몇 가지 더 추가된다. ① 입주가사근로자의 기숙 공간, ② 입주가사근로자에 대한 식사 제공, ③ 연속적인 휴게시간 보장 등이 그 내용이다.
이러한 이용계약서 작성을 통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가사근로자에게 이용계약의 내용을 미리 알려 줄 수 있다. 한편, 가사서비스 이용자에게도 이용계약에 따른 의무가 발생하는데, 바로 이용계약에서 정한 사항 외의 업무를 가사근로자에게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 사이의 이용계약 작성을 통해 가사서비스 내용을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한 분쟁을 미리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상으로 2022년 6월 16일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동안 가사서비스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서비스 이용자는 신원보증, 분쟁 사후처리 등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으며, 가사근로자는 노동관계법을 적용받지 못해 근로조건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가사근로자법」 시행을 통해 양질의 가사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가사근로자의 노동권익 보호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