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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범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고용노동부)’(이하 ‘추진단’)이 포괄임금제 금지 및 제도 개선을 주요 과제로 논의하면서, 포괄임금제가 다시 노동현장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추진단’은 우리나라의 연간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단축하기 위한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포괄임금제의 금지 및 단계적 폐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¹⁾.
이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과 수당 미지급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됩니다.
1) “노사 상생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노사정 머리 맞댄다.”, 고용노동부(보도자료), 2025. 9. 24. 특히 “근로시간 관리가 가능한 사무직·관리직에게까지 연봉에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은 포괄임금제의 법적 근거와 판례 동향, 행정해석 및 실무상 유의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포괄임금제의 개념과 유형

일반적으로 포괄임금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중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미리 일정액으로 정해 급여에 포함시키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즉, 근로시간을 세부적으로 계산하지 않고 일정액으로 미리 보상하거나, 몇 시간을 근무하더라도 미리 정해진 일정액만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포괄임금제는 그 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① 정액형 포괄임금제 : 매월 일정 금액(예: 30만 원)을 연장근로수당 등으로 간주하여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② 정률형 포괄임금제 : 기본급의 일정 비율(예: 기본급의 20%)을 수당 명목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③ 총액형 포괄임금제 : 연봉 또는 월급 총액에 모든 수당이 포함하여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 포괄임금 VS 고정OT 계약 비교²⁾ > 2) “‘공짜야근 근절’ 위해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사업장 기획감독」 실시,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2. 12. 19. 中
한편, 이러한 포괄임금제는 일반적으로 명시적 약정에 의해 성립합니다. 즉,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등에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하여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문구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인 문구가 없더라도 “급여에 수당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묵시적 포괄임금 약정’이 존재한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괄임금제’, 왜 논란이 되는가?

포괄임금제가 지속적으로 문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음에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경우 그 약정이 「근로기준법」제56조(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임금)와 제17조(근로계약의 명시 의무)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1)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금 산정 방식은?

「근로기준법」제5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를 시킨 경우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제17조는 “근로계약서에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 체계는 임금의 구성과 산정 방법을 명확히 규율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예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금 산정 방식은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발생할 때마다 실제 근로시간과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가산수당을 계산·지급하는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³⁾.
3) 대법원 판례도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대법원 2008다6052, 2010.5.13., 판결 등)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가 발생하고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가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이유는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이나 관리상의 편의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직이나 외근직처럼 근무 장소가 일정하지 않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근무하는 개발직·디자인직처럼 근로시간이 유동적인 경우, 실제 근로시간을 매일 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일부 기업은 인건비 예측과 급여 산정의 간소화를 위해 “연봉에 각종 수당을 미리 포함”하는 방식으로 포괄임금제를 활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관행입니다. 즉, 근로시간을 충분히 측정할 수 있음에도 “수당이 연봉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별도의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근로시간 관리 자체를 생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임금 지급의 기본 원칙인 “일한 만큼의 임금 지급” 및 “근로시간에 따른 명확한 보상”이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의 은폐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추가 근로가 이루어져도 이미 임금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근로시간 관리가 느슨해지고,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침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누적되면서 법원은 포괄임금제의 적용 범위를 점점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판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근로시간, 근로형태 및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이나 일당 형태로 지급하되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합니다.⁴⁾" 4) (대법원 2002다16958, 2002.6.14., 판결, 대법원 2008다6052, 2010.5.13., 판결) 등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명문으로 규정된 제도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위 판례 문구와 같이 대법원에서는 포괄임금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로시간 산정의 현실적 불가능성과 제도의 실효성을 고려한 결과로 이해됩니다.

먼저,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 존재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하여 “근로시간을 특정하여 그 시간만큼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으나, 현장의 모든 업무가 그렇게 명확히 시간 단위로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외근이 잦은 영업직, 이동과 대기시간이 많은 출장직, 근무 장소가 일정치 않은 현장직 등은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이 원칙대로 매 근로시간을 계산하고 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면, 사용자에게는 행정적 관리의 어려움이, 근로자에게는 임금 산정의 불가능성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객관적으로 곤란한 업무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법원은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면서도 항상 “형식보다 실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도의 도입 목적이 근로시간 관리의 불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지, 근로자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 곤란성과 제도의 필요성 그리고 ‘약정의 명확성과 근로자 보호장치의 확보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될 때만 포괄임금제를 유효하게 인정합니다. 반대로 근로시간 관리가 가능하거나 약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무효로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법원이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는 것은 ’노동법의 원칙을 완화하기 위한 편의‘가 아니라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특수한 경우에 대한 불가피한 예외 인정‘에 불과하다고 이해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결국 법원이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의 이상(명확한 근로시간 산정)과 현실(측정이 불가능한 직종)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기 위함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즉,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보수를 보장함으로써 근로계약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예외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근로시간 통제 불능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최근 들어 이러한 예외 인정의 범위를 점점 좁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예정하지 않은 제도를 특정한 사정 아래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데도 단순한 편의나 관행만을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경우, 해당 약정은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위반하므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 본 포괄임금제의 판단 기준

① 포괄임금제 약정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⁵⁾

5) (대법원 2002다16958, 2002.6.14., 판결, 대법원 2008다6052, 2010.5.13., 판결) 등 “원칙적인 임금 지급 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나,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이나 일당 형태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정액을 법정 수당으로 정하여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효합니다.”

포괄임금제 약정의 유효성은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는,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약정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입니다.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②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⁶⁾

6) (대법원 2002다16958, 2002.6.14., 판결, 대법원 2008다6052, 2010.5.13., 판결) 등 포괄임금제 약정에 있어서 유효요건도 중요하지만 성립여부에 관한 논쟁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포괄임금제 약정이 반드시 ‘포괄임금’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언상 일반 연봉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포괄임금제 약정에 관한 명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 여부가 분쟁의 핵심이 됩니다. 만약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별도로 모두 지급해야 하므로, 임금체불 문제나 추가 소송 등 중대한 법적 불이익을 부담하게 됩니다.

대법원에서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에 대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⁷⁾.
7) (대법원 2018다29804, 2022.2.10., 판결, 대법원 2023다221359, 2023.7.27.,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버스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노동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에서 “임금 내역은 운송업의 특수한 근무내용, 근무형태, 근무시간을 감안하여 법정수당을 포함한 포괄 역산 방식의 체계를 유지한다. 노선수당은 근무 실적에 따라 발생하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포괄한 수당이며, 노선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실제 근로시간과의 차이에 대하여는 노사 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라고 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협정이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에 관한 포괄임금제 약정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바 있습니다.⁸⁾. 8)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다29804 판결(“임금협정에 따라 회사가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은 실제 연장근로시간이나 야간근로시간의 수와 상관없이 운행실적에 따라 산출된 노선수당을 미리 합의한 비율대로 나누어 역산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뿐이고, 여기에 회사가 운영하는 버스운송사업의 특수한 근무내용, 근무형태, 근무시간 등을 함께 고려하면, 위 임금협정은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에 관한 포괄임금제 약정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감독 강화⁹⁾

9) “‘공짜야근 근절’ 위해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사업장 기획감독」 실시,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2. 12. 19. 지난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2022년 말 포괄임금제와 고정OT 제도의 광범위한 오남용 실태를 문제로 지적하며,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기획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포괄임금제가 본래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일반 사무직·연구직 등 근로시간 관리가 가능한 직종에까지 관행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을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특히 “포괄임금제 명목으로 법정수당을 감액하거나 미지급하는 행위”를 임금체불로 간주하고, 근로시간 관리가 가능한 직종에 대한 포괄임금 약정은 불법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맺음말

포괄임금제는 한때 인사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로 평가받았으나, 현재는 그 편의성보다 법적 위험성이 훨씬 큰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업무에까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며, 단순한 형식적 약정만으로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임금체계의 단순화보다 근로시간 관리의 투명성을 우선시해야 하며, 근로자 또한 자신이 어떤 임금체계하에서 일하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도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기획감독’을 통해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의 정상화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였고, 현 정부 역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의 단계적 폐지 및 근로시간 관리의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적 흐름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합리적이고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임금체계를 확립해야 함을 시사합니다.